[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감독 선임을 결정했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에서도 거스 히딩크 감독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애초부터 히딩크 감독은 후보군에서 제외됐다는 얘기가 된다.

우즈베키스탄전을 끝으로 한국의 월드컵 진출이 확정된 다음날 히딩크 재단으로부터 히딩크 감독이 한국 대표팀 감독직에 관심이 있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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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론은 요동쳤고 히딩크 감독은 14일 네덜란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 축구를 위해서, 한국 국민이 원하고 (나를) 필요로 한다면 어떤 형태로든, 어떤 일이든 기여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감독직에 대해서도 여운은 남겼고 기술자문역도 언급했다.

진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6월(울리 슈틸리케 감독 사임 후) 이미 한국에 제안했었다”고 부연하기도 했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은 처음엔 제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다가 일부 언론에 문자가 있다고 보도되자 “찾아보니 있었다”며 말을 뒤집었다. 그는 공식입장을 통해 “문자가 공식적인 루트라 보지 않고 외국인 감독은 현재 상황에서 힘들다 생각해 히딩크측 만남을 거절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 기술위원장은 감독선임을 결정했던 지난 7월 4일 기술위원회에서 후보군에 히딩크 감독을 넣기라도 했을까. 스포츠한국의 취재 결과 히딩크 감독은 처음부터 기술위원회의 후보군 명단에도 들어있지 않았다. A기술위원은 익명을 전제로 "히딩크 감독에 대한 언급은 일체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기술위원회에서 히딩크 감독이 언급 자체가 되지 않은 것은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부임 직후 “시간이 부족해 내국인 감독으로 가는 것이 맞다”고 이미 후보군을 내국인으로 한정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 위원은 “기본적으로 기술위원회 자체가 내국인 감독 안에서 논의하기로 결정했기에 히딩크 감독의 ‘히’자도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7월 기술위원회의 모습. 대한축구협회 제공
김호곤 기술위원장 역시 15일 공식입장에서 “본인을 비롯한 기술위원들은 월드컵 최종예선을 불과 두 달여 앞둔 촉박한 상황에서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은 선수 파악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고려하기 힘들다고 판단했다”며 “기술위원회에서는 최종예선 2경기를 치르고 월드컵 진출을 확정하면 본선까지 해당 감독 체제로 가는 것으로 결정한 바 있다”고 했다.

히딩크 측은 이후 두 차례 더 문자를 해서 만나자고 했지만 김 위원장은 이 같은 이유로 만날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과연 다른 외국인 감독도 아니고 히딩크 측의 제안을 기존 방침만으로 묵살한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히딩크 정도의 거물이 절차는 옳지 않더라도 먼저 제안한 시점에서 기본적으로 후보군에서 제외하는 방침의 타당성은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

또한 ‘내국인 감독’으로 제한한 기조 자체도 김호곤 기술위원장 개인의 판단인지, 정몽규 회장의 의도인지, 그리고 히딩크 감독에 대한 논의가 협회 고위간부에서도 얼마나 이뤄졌는지는 의문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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