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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명석 기자] 한국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끈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대표팀을 향한 팬들의 격려를 당부했다.

신태용 감독은 현지시각으로 6일 오전 11시(한국시각 오후 3시) 타슈켄트 내 한식당에서 진행된 취재진과의 간담회에 참석해 “대표팀이 비난을 받는 부분은 인정을 해야 한다”면서도 “다만 비난만 한다고 해서 잘 되는 것은 아니다. 비난과 함께 격려를 섞어주셔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이후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이란전과 우즈벡전 모두 0-0 무승부에 그치면서 아쉬움을 남겼다. 결과적으로 월드컵 본선에는 진출했지만, 경기력에 대한 팬들의 비난은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 감독은 “칭찬보다 비난을 하시는 것은 인정하지만, 최종 목적은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용보다는 ‘목적’만을 생각했다. 길다면 열흘, 짧다면 사흘의 훈련으로 확 바꿀 수는 없다”면서 “물론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신태용 감독 간담회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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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진출 소감은?

“역시 국가대표팀 감독은 무거운 자리인 것 같다. 통과하면 모든 것이 기쁠 줄 알았는데, 통과하고 나니까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벌써부터 월드컵을 준비해야 한다. 힘든 지리이지 않나 싶다.”

▲이란-우즈벡 2연전을 돌아보자면

“이란전이 상당히 중요했다. 이란전이 잘못됐다면, 우즈벡전이 더욱 어려워졌을 수 있었다. 돌이킬 수 없는 결과,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역시 대표팀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선수, 지도자 생활 통틀어 어느 때보다도 가장 힘든 2경기였지 않았나 싶다.”

▲대표팀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하는 팬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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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가 없다. 감독 한 명이 축구를 단번에 바꾸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비난 받는 부분은 일정부분 인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가장 큰 목표는 월드컵 진출이었다. 서서히 바뀌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비난한다고 잘 되는 것만은 아니다. 비난과 격려를 섞어가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칭찬보다는 비난을 하시는 것은 인정한다. 그렇지만 최종 목적은 월드컵에 나가는 것이었기 때문에 내용보다 목적만을 생각했다. 길다면 열흘, 짧다면 사흘로 확 바꿀 수는 없다. 신이 아니다. 그 대신 무실점을 하면 분명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이제는 달라져야 할 것이다.“

▲우즈벡전 경기력을 평가하자면?

“현장에 오지 않으신 기자분들이 졸전이라고 말한다. 더운 날씨에 와서 고생한 선수들의 희망을 한 번에 빼앗는 기사다. 졸전이라는 표현은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신중해주시기를 바란다.”

▲기성용이 끝내 2경기 모두 출전하지 못했다

“지나간 얘기지만, (기)성용이는 이란전, 우즈벡전 모두 못 뛸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 다만 부임 후 믿을 수 있는 선수는 1~8차전을 주장으로 뛴 기성용이었다. 중요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해서, 기성용이 선수들을 리드해주기를 바랐다.”

▲월드컵 준비 기간이 길지는 않다

“내가 준비하는 것보다 선수들이 발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해외파도, K리거도 마찬가지다. 특히 K리에 대한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 축구팬이나 국민들이 축구라는 매개체 안에서, 유독 국가대표팀만 응원해주신다. 뿌리는 K리그다. K리그에 조금 더 많은 것을 응원해주시면 대표팀 선수들이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이다.“

▲이동국의 교체 투입 시기에 대한 논란은?

“교체카드는 3장 뿐이다. 감독은 순간순간이 아니라, 23명으로 90분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생각해야 한다. 언론이나 팬들의 이야기는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감독이 쉽게 선택할 수만은 없는 부분은 아니다. 이란전(이동국 후반43분 투입)의 경우 뇌진탕 증세 때문에 교체된 김민재가 변수가 됐다. 김주영이 대신 투입된 순간 조심스러웠다. 겸기감각 등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수비진에서 실수가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올림픽, U-20월드컵과는 무엇이 달랐나

“일단 월드컵에 진출하지 못하면 앞날이 어떻게 될지가 가장 걱정됐다. 지도자 생활도 끝이라는 생각에 많이 위축되어 있었다. 올림픽이나 U-20 월드컵은 지도자로 커 가는 입장에서 도움이 됐다면, 대표팀은 실패하면 그대로 지도자 생활이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격력에 대한 아쉬움을 지적하는 시선이 많다.

"원래 월드컵 예선에서 많은 골이 나지 않는다. 거의 1~2골 차이다. 단지 한국은 실점률이 많아서 힘든 경기를 해왔다. 매 경기 2~3골 넣었다면 피파랭킹 10위 안에 있어야 할 것이다. 대신 문전 앞에서 여유를 가지고, 집중력을 발휘해달라고 주문해야 할 것 같다.“

▲향후 유망주 등 어린 선수들이 발탁될 가능성은?

“올 12월에 동아시안컵이 예정되어 있다. 어린 K리거들이 발탁되지 않을까 싶다. 월드컵에 대비해서 준비할 것이다.

▲냉정하게 생각하는 한국축구의 위상은?

“우리나라 선수들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느 조에 어떻게 편성될지는 모르지만, 수비하다가 축구를 끝내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는 내가 좋아하는 공격지향적인 축구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어린 김민재 선발 결정이 쉽지 않았을텐데.

“내 자랑을 좀 해야겠다(웃음). 전부터 김민재를 알고 있었다. 전북현대 경기를 많이 보러간 것 역시 김민재를 본 것이다. 마음 속에는 김영권 옆이 아닌 ‘김민재 옆에 누구를 세울 것인가’였다. K리그에서 꾸준히 뛰다보니까 실력이 일취월장이 되고 있었다.”

▲10월 평가전 계획은?

"10월은 유럽으로 간다고만 얘기를 들었다. 평가전을 하더라도 강팀하고 좀 해야 한다. 약팀이랑 하면 보기는 좋겠지만, 깨지더라도 좋은 팀과 붙어서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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