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명석 기자] 우즈베키스탄으로 향하는 김영권(27·광저우헝다)의 발걸음은 유독 무거웠다.

지난달 31일 이란과의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9차전 0-0 무승부 직후 “많은 관중들의 함성 때문에 소통이 잘 되지 않았다”는 인터뷰 때문에 많은 축구팬들의 비난과 지탄을 받은 까닭이었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영권은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그리고 인천공항 출국 전에도 거듭 축구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출국장에서는 울먹이면서까지 “오해였다”며 사과의 뜻을 전했지만, 비난여론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마음고생이 심할 수밖에 없었다. 우즈벡 현지 훈련장에서도 대부분 굳어 있는 표정이었다. 팀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주장 완장까지 찬 터라, 마음의 짐을 덜기가 쉽지가 않았다.

그래도 무너질 수만은 없었다. 다행히 신태용 감독과 동료들이 힘을 불어 넣어줬다. 그리고 5일 자정(한국시각)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벡과의 ‘결전’에 주장 완장을 찬 채 선발로 출전했다.

몸을 사리지 않고, 뛰고 또 뛰었다. 상대의 빠른 역습 등에 대처하며 수비라인을 이끌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0-0 무승부를 거뒀다. 지난 이란전에 이은 2경기 연속 무실점 속에,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거머쥐었다.

경기를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에 들어선 그의 눈은 충혈 되어 있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된 직후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면서 눈물을 흘렸기 때문.

그는 “힘든 시기에 감독님과 선수들이 많은 도움을 줬다”면서 “주장을 맡으면서 어려운 부분들이 많았다. 하나하나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스스로 한 단계 성장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한 번 말씀드리지만, 국민 여러분들의 응원에 힘입어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축구팬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우여곡절이 심했던 ‘새 주장’ 김영권의 2연전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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