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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명석 기자] 염기훈(34·수원삼성)이 투입된 직후부터였다.

5일 자정(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즈벡과의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 나선 신태용호의 경기력이 후반 중반 들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답답하기만 하던 공격의 물꼬가 점점 트이기 시작하더니, 이내 여러 차례 결정적인 득점 기회도 만들었다. 앞서 상대의 공세에 주춤하던 한국축구가 제 페이스를 찾던 시점이기도 했다.

측면 공격수로 투입된 염기훈의 활약이 그 중심에 있었다. 그는 투입 직후부터 드리블 돌파와 패스 등을 통해 한국의 공격을 이끌었다. 부지런한 활동량으로 상대를 압박했고, 과감한 공격 전개로 팀 공격에 힘을 보탰다.

결과적으로는 ‘골’은 터지지는 않았다. 다만 경기 분위기를 바꿔놨다는 점만으로도 염기훈의 이날 활약은 충분히 값졌다. 뛰고, 또 뛴 그의 헌신이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신태용호를 구해낸 셈이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취재진과 만난 염기훈은 “지성이형, 영표형한테 배웠던 것처럼 한 발 더 뛰었다”며 웃었다. 형들에게 배웠던 투지를, 이제는 스스로가 베테랑이 돼 그라운드 위에 쏟아냈다는 의미였다. 최근 위기론이 사그라지지 않는 한국축구, 특히 투지와 투혼이 사라졌다는 일각의 주장과도 맞닿아 있는 한 마디이기도 했다.

이어 그는 “대표팀에 발탁되기 전에 밖에서 봤을 때는 선수들이 공을 예쁘게 찬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쁘게 표현하면 건방지게 찬다는 말”이라는 일침과 함께 “대표팀은 소속팀과는 다르다. 그래서 더 간절하고, 한 발 더 뛰어야 한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드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우즈벡과 0-0으로 비긴 한국은 승점 15점(4승3무3패) A조 2위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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