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김명석 기자
[스포츠한국 타슈켄트(우즈베키스탄)=김명석 기자] 피 말리는 상황들의 연속이었다.

5일 자정(한국시각)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분요드코르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우즈벡의 맞대결은 두 팀 모두의 운명이 걸린 한판이었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두 팀의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걸린 까닭이었다.

자연스레 3만5000명 수용이 가능한 경기장은 만원관중을 이뤘다. 안방에서 사상 첫 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회를 얻은 우즈벡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현지 교민과 원정응원단 등 400여 명의 붉은악마도 한 켠에 자리를 잡았다.

워낙 중요한 경기였던 까닭에, 양 팀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현지 관중들의 예민한 반응이 이어졌다. 슈팅이 골대를 맞을 때마다, 아쉽게 골대를 빗겨갈 때마다, 혹은 좋은 공격 기회를 얻을 때마다 경기장에는 3만 명이 넘는 팬들의 함성과 탄식이 거듭 교차했다.

다만 0의 균형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다. 특히 후반 중반 이후 한국이 주도권을 쥔 채 공세를 펼치자 우즈벡 팬들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한국이 아닌, 좀처럼 분위기를 바꾸지 못하는 우즈벡 대표팀을 향한 아쉬움의 표현이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급기야 경기 막판에는 약속이라도 한 듯 머플러를 경기장 방향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골이 필요한 상황인데도 과감하게 공격을 전개하지 않는 우즈벡 대표팀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다. 이곳저곳에서 야유와 욕설도 함께 터져 나왔다.

0-0 무승부를 알리는 휘슬이 울린 뒤에는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졌다. 이후 시리아가 이란에 동점골을 넣어 2-2로 비겼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현지 팬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플레이오프라는 희망마저 사라진 채 예선탈락이 확정된 까닭이었다.

우즈벡 대표팀이 경기장을 먼저 빠져나가자, 관중들은 또 다시 머플러 등을 그라운드 쪽으로 던지며 불만을 표출했다. 특히 삼벨 바바얀 감독을 향한 욕설이 거듭 이어졌다.

그런데, 월드컵 본선 탈락이 확정되고, 우즈벡 대표팀이 경기장을 빠져나간 뒤에도 적지 않은 관중들은 여전히 경기장에 남아 있었다. 그라운드에는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9회 연속 진출 확정을 알리는 현수막과 함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었다. 분위기상 자칫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즈벡 관중석 이곳저곳에서 박수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어 박수는 곧 점점 더 뜨거워졌다.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한 한국 대표팀을 향한 축하의 박수였다.

상당수의 우즈벡 관중들은 대표팀이 모든 세리머니를 마친 뒤까지도 자리를 지켰다. 이후 대표팀이 경기장을 빠져 나가자, 다시 한 번 뜨거운 박수를 대표팀을 향해 보냈다. 당초 원정응원단 쪽을 바라보며 세리머니를 펼쳤던 신태용호도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한국과 우즈벡의 희비가 엇갈렸던 순간, 인상적이었던 분위기였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