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파주=김명석 기자]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이 ‘실리축구’로 이란전을 준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신태용 감독은 21일 오후 4시 파주 국가대표팀트레닝센터(NFC)에서 진행된 소집 기자회견에 참석해 “공격적인 축구로 지금까지 당했던 수모들을 날리고 싶다”면서도 “다만 이란전의 중요성이 큰 만큼 하고 싶은 축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신 감독 특유의 공격지향적인 전술을 꺼내들기보다는, 골이 적게 나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의미다. 이란-우즈베키스탄과의 2연전 결과에 따라 자칫 2018 러시아 월드컵에 나설 수 없는 상황과도 맞닿아 있다.

그러면서 신 감독은 “조기소집을 통해 수비조직력을 가다듬고, 선수들의 컨디션도 지속적으로 체크할 것”이라면서 “색안경을 끼지 않고, 선수들의 경기력 등을 토대로 선발라인업과 조커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이날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이동국 김신욱 등 K리거를 비롯해 김주영 권경원 등 중국 슈퍼리그, 남태희(알두하일) 등 26명 중 16명의 선수가 조기소집돼 담금질에 나섰다. 손흥민 등 유럽파는 오는 28일 합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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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신태용 감독 기자회견 일문일답.

▲기대하는 조기소집 효과는?

"조기소집이지만 전체 선수단이 소집되지 않기 때문에 완벽하게 효과를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 K리그를 한 라운드 연기하면서까지 희생해줬다. 조기소집하는 선수들만이라도 훈련을 잘 해야 한다. 다행히 수비라인 선수들은 거의 다 모였다. 수비적인 조직력 등을 최대한 끌어 올리는데 집중하겠다.“

▲이란전 방안, 그리고 케이로스 감독의 대한 평가는?

“만약 이란전이 평가전이었다면, 공격을 많이 지향하면서 지금까지 당했던 수모를 한꺼번에 날렸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렇지만 이란전의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 하고 싶은 축구를 자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나 또한 선수 시절에 크게 당했는데, 이란이라는 팀을 어떻게든 설욕하고 싶은 심정이다. 큰 스코어가 아니더라도, 어떻게든 이겨서 월드컵에 가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고 있다. 케이로스 감독에게는 악감정이 없다. 다만 이번만큼은 확실하게 설욕할 수 있는, 결코 한국이라는 팀이 쉽게 밀리는 팀이 아니라는 부분을 각인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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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들이 후배들에게 많은 조언을 해줘야 할텐데.

“베테랑 선수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다만 초심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면 얼굴에 인상을 쓰고, 후배들에게 동기부여해주려는 마음들이 사라질 수도 있다. 일심동체가 돼서, 경기에 나가든 안 나가든 선배들이 그런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다.”

▲연령별 대표팀 때와는 선수 발탁 느낌이 달랐을 것 같다.

“국가대표 감독이 돼서 선수 뽑을 때가 가장 마음이 편했다. 올림픽(U-23)이나 U-20 대표팀은 한정된 풀에서 뽑다보니 고민이 많았다.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데리고 세계대회에 뛰게 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지금 A대표팀은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을 뽑았다. 2014년(감독대행)에도 그런 경험을 해봤는데, 선수들이 감독이 주문하는 부분을 스펀지같이 빨아들이는 것에 놀랐다. 이번에도 최고 기량의 대표팀 선수들이니까, 내가 원하는 전술을 믿고 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이동국이 소집을 앞두고 희생을 강조했다.

"상당히 고맙다. 연륜이 묻어나오는 것 같다. 선수들을 지켜보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줄 안다. 감독이 볼 때는 다르다. 날마다 컨디션도 달라진다. 감독 입장에서는 이 선수가 들어갔을 때 전술을 어떻게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을 해야 한다. 최고참 선수가 희생정신을 말을 했다면 앞으로 우리 팀이 원팀이 되는데 중요한 말이 될 것이다.“

▲황희찬, 김신욱 등 공격수들의 스타일이 다른데.

“어떤 선수들이 가장 그날 좋은 모습과 결정력을 보여줄 수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똑같은 선수들을 뽑으면 옵션이 1가지 밖에 없지만, 스타일이 다르면 옵션이 더 늘어난다. 그런 부분들을 감안해서 뽑았다. 김신욱 이동국은 훈련하면서 어떤지 확인해야 한다. 황희찬은 28일 합류한 뒤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을지 확인해봐야 한다.”

▲늦게 합류하는 선수들은 어떻게 훈련시킬 것인가?

“늦게 합류하는 유럽파들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부상없이 돌아오면 컨디션들은 좋을 것이다. 모든 선수들이 소집되면, 그때 상황을 보고 선발 여부와 조커 여부 등을 결정하겠다. 여러 각도에서 고민하고 있다. 신태용이라는 축구에 가장 잘 맞고, 잘 이해하는 선수들을 이란전에 선발로 내세울 것이다.”

▲코치로서 이란이라는 팀을 상대해봤다. 당시의 문제점은?

“말씀을 드리면 전임인 슈틸리케 감독님을 폄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자제하도록 하겠다. 내가 모셨던 분을 지켜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 선수들이 자신감 있는 플레이만 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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