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토트넘 홋스퍼의 2017~2018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개막전 선발 명단에는 낯익은 이름이 있었다.

지난 5월 국내에서 개최된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우승을 차지한 잉글랜드의 왼쪽 풀백으로 맹활약한 카일 워커-피터스(20)였다.

EPL 깜짝 데뷔전을 치른 토트넘의 카일 워커-피터스(오른쪽). ⓒAFPBBNews = News1
워커-피터스는 맨체스터 시티로 떠난 카일 워커, 부상으로 인해 전력에서 이탈한 키에런 트리피어를 대신해 우측 풀백으로 깜짝 선발 출전하는 기회를 잡았다. 이날 경기는 워커-피터스의 EPL 데뷔전이기도 했다.

EPL 경험이 일천하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그의 데뷔전은 나쁘지 않았다. U-20 월드컵에서 보여준 안정적인 수비력으로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측면을 봉쇄했고, 스피드를 활용한 뒷공간 침투로 공격에도 힘을 보탰다. 직선적인 돌파뿐 아니라 좁은 공간을 헤집고 나올 수 있는 드리블도 선보이며 인상적인 활약상을 남겼다.

다소 긴장한 탓에 몇 차례 아쉬운 장면이 있기는 했지만 만족스러운 모습이 훨씬 더 많았다. 여기에 워커-피터스의 본래 포지션이 왼쪽 풀백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 돋보이는 데뷔전이었다.

워커-피터스는 잉글랜드와 토트넘이 주목하는 재능이다. 지난 2월 토트넘은 워커-피터스와 계약 기간을 2019년까지 연장했을 정도로 그에 대한 기대가 크다. U-20 월드컵에서도 우측 풀백 존조 케니와 함께 측면을 지배하며, 잉글랜드의 사상 첫 우승에 힘을 보탰다.

도미닉 솔란케나 도미닉 칼버트-르윈, 조쉬 오노마 등과 비교해 주목은 덜했지만, 워커-피터스의 활약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결승전을 포함해 7경기를 치르며 단 3골밖에 내주지 않은 짠물 수비, 12골을 뽑아낸 화끈한 득점력, 흠잡을 데 없는 성적(6승 1무)에는 워커-피터스의 활약이 배경으로 자리하고 있다.

워커-피터스(흰색 14번)는 좁은 공간을 드리블로 뚫고 나올 수 있는 선수다 .ⓒAFPBBNews = News1
워커-피터스는 신장(174cm)이 크지는 않지만, 다부진 몸을 앞세워 몸싸움에 강한 모습을 보인다. 빠른 발을 지녔고, 드리블도 뛰어나다. 수비가 밀집한 지역을 드리블로 뚫고 나올 수 있고, 측면에서 중앙으로 들어가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는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공수 양면에 힘을 더할 수 있는 측면 수비수다.

그러나 워커-피터스의 2017~2018시즌을 낙관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 개막전에는 깜작 선발로 나섰지만, 2017~2018시즌 곧장 완전한 주전으로 올라서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본래 포지션인 왼쪽에는 부상 회복 중인 대니 로즈가 버티고 있고, 벤 데이비스도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준다. 우측에는 재활 중인 트리피어가 있고, 새로운 선수의 영입 혹은 무사 시소코의 포지션 변경이 고려되기도 한다.

워커-피터스는 화려한 개인기에 강점이 있지만, 연계 플레이에는 능숙하지 못한 단점이 있다. 동료와 볼을 주고받으며 수비를 무너뜨리고, 크로스를 올리는 데 익숙하지 않다. 안정적인 볼 컨트롤과 드리블에 비해 크로스의 정확도에는 아쉬움이 있다. 익숙한 좌측이 아닌 우측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워커-피터스에게 2017~2018시즌은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다. 이적 시장 마감이 채 2주도 남지 않은 시점임에도 보강이 없는 팀 상황을 고려하면, 워커-피터스는 예상보다 많은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토트넘이 리그와 FA컵, EFL컵뿐 아니라,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도 나서기 때문에 트리피어와 공격수인 시소코만으로는 시즌을 치러낼 수 없다.

잉글랜드와 토트넘은 워커-피터스에 대한 기대가 크다 ⓒAFPBBNews = News1
우려는 잔존해 있지만 그럼에도 잉글랜드 대표팀이 워커-피터스에 상당한 기대감을 품고 있음은 분명 사실이다. 잉글랜드 U-20 대표팀은 1997년 말레이시아 대회에서 ‘원더 보이’ 마이클 오언의 결승골로 멕시코를 누른 뒤 17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승도 거두지 못했었다. 해리 케인과 에릭 다이어, 존 스톤스를 앞세워 명예회복을 노렸던 2013 터키 U-20 월드컵에서도 승점 2점에 그치는 부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한국에서 치러진 U-20 월드컵에서는 사상 처음으로 결승 무대를 밟았음은 물론,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렸다. 그 중심에는 좌측면을 지배한 워커-피터스가 있었다.

그는 상승세를 이어가며, EPL 데뷔전까지 치렀다. 이제는 EPL에서 경쟁력 있는 풀백, 언젠가는 대니 로즈를 대체할 수 있는 잉글랜드 최고의 선수를 꿈꾸며 힘찬 발걸음을 내디딘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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