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포지션을 선택하기란 매우 어렵다. 골키퍼부터 최전방 공격수까지, 어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꼭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스트라이커를 꼽고 싶다.

지난 2016~2017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이하 UCL) 우승팀 레알 마드리드, 준우승팀 유벤투스, 유로파리그 우승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에는 득점을 확실히 책임질 수 있는 정상급 스트라이커가 존재했다. 축구가 골을 넣어야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 있는 스포츠인 만큼 수준급 스트라이커의 존재는 승리 확률을 단연 높게 만든다.

2016~2017시즌 첼시의 EPL 우승을 이끌었던 디에고 코스타
2016~20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이하 EP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첼시에도 정상급 스트라이커가 있었다. 리그 35경기에 나서 20골7도움을 기록한 디에고 코스타(28·스페인)다.

그는 186cm, 87kg의 건장한 신체조건을 갖췄고, 여기에 빠른 발과 남다른 골결정력을 지녔다. 좁은 지역을 빠져나올 수 있는 드리블에도 능하고, 혼자서 득점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까지 갖췄다. 첼시가 스리백 전술을 통해 수비의 안정을 꾀하고, 공격적인 축구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데는 코스타의 역할이 매우 컸다.

하지만 2017~2018시즌을 앞둔 첼시의 상황은 심상찮다.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리그 우승은 물론 UCL 무대에서도 좋은 성적을 기대하고 있지만, 확실한 골게터를 찾지 못해 불안하다.

코스타는 안토니오 콘테 감독과 불화로 인해 팀을 떠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후보 공격수 미치 바추아이는 지난 시즌 EPL에서 5골, 컵대회에서 4골을 기록하며 가능성만 보여준 상태다.

프리시즌과 6일(한국시각) 열린 아스널과 커뮤니티 실드에서도 가능성은 보였지만, 확신은 주지 못했다. 첼시는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최우수선수인 도미닉 솔란케도 리버풀로 떠나보냈고, 베르트랑 트라오레도 올림피크 리옹으로 이적 시켰다.

새 시즌 첼시의 최전방을 책임지게 될 알바로 모라타(오른쪽)ⓒAFPBBNews = News1
근심은 가득하나 해결책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첼시는 올여름, 코스타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스페인 국가대표이자 레알 마드리드의 로테이션 공격수였던 알바로 모라타(24·스페인)를 약 872억 원에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전히 최전방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는다. 이탈리아 유벤투스와 레알 마드리드등 유수의 빅클럽등을 거쳤다고는 하나 모라타의 무게감은 어딘가 부족한 것이 사실. 실제로 모라타는 2010~2011시즌 프로 무대에 데뷔한 이후 주전으로 자리잡았던 적이 없다.

2014년 여름, 유벤투스로 둥지를 옮겨 큰 성장을 이루기도 했지만, 주전은 아니었다. 가장 오랜 시간 경기에 나섰던 2015~2016시즌, 모라타는 선발로 16경기, 교체로 18경기를 뛰며 7골을 넣었다. 1,455분, 90분 기준으로 보면 16경기에 불과한 시간이다. 각종 컵대회를 모두 포함해도 2,376분밖에 뛰지 못했다.

코스타처럼 중요한 순간마다 득점포를 가동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 모라타는 레알의 로테이션 멤버로 자리 잡았던 지난 시즌, 리그 26경기에 나서 15골을 넣었다.

뛴 시간이 1,334분으로 그리 많지 않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득점력이 나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6위권 내에 위치한 팀과 경기에서 2골밖에 넣지 못했고, 11골은 2골 차 이상으로 대승을 거둔 상황에서 나왔다.

물론 과거의 기록만으로 모라타가 올시즌 고전할 것이라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첼시에는 마르코스 알론소와 세자르 아스필리쿠에타, 페드로,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 모라타와 같은 스페인 출신 선수들이 많다.

잉글랜드 무대는 처음 밟지만, 적응이 빠를 수 있다. 아자르와 파브레가스 등 창의적인 패스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많은 만큼 시즌 초반부터 득점력이 폭발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스페인을 떠나 잉글랜드로 온 지 얼마 되지 않았고, 프리시즌과 커뮤니티 실드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인 모라타. 그는 맹활약으로 872억 원이란 거액의 몸값에 당위성을 부여 할 수 있을까. EPL 디펜딩 챔피언 첼시의 운명은 오롯이 코스타의 공백을 메울 최전방 스트라이커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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