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축구인 것 같습니다.”

조성환 제주유나이티드 감독의 한 마디는, 이날 인천유나이티드와 제주의 경기를 관통하는 한 마디이기도 했다. 승리가 절실했던 두 팀, 서로가 서로를 제물로 삼으려 했던 폭염 속 혈투는 90분의 헛심공방 속 0-0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무대는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5라운드였다. 찌는 듯한 폭염 속에 인천과 제주가 만났다. 최하위로 추락한 인천은 생존을 위한 발판을, 제주는 그런 인천을 맞아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인 3위 도약을 위한 발판이 필요했던 경기였다.

그러나 양 팀 모두 결실을 맺지 못했다. 무더운 날씨 속에 서로 격렬하게 부딪히고, 신경전까지 불사하며 기싸움에 나섰지만 정작 승부를 가를 ‘한 방’은 어느 팀에서도 나오지 못했다. 필승의 각오를 외쳤던 두 팀의 노력은,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허무한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어느 팀에게도 달갑지 않은 결과이기도 했다.

▶사령탑 출사표

- 이기형 인천 감독 : “스쿼드가 넉넉하지 않아서 주중 경기가 있으면 어려움이 있다. 경기에 뛴 선수들도 회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상대보다 더 적극적으로 싸우는 것이 인천의 강점인데 최근 타이트한 일정 때문에 잃어버렸다. 힘들긴 하겠지만, 선수들에게 이겨내자고 했다.”

- 조성환 제주 감독 : “날씨도 무덥고, 잔디도 좋지 못하다. 인천이 최근 실점이 많지만 수비는 조직적으로 잘 하고 있다. 볼 소유를 많이 하면서 그라운드 상태 등을 봐 가면서 경기를 운영할 생각이다. 선수들에게는 세트피스 중요성 등을 강조했다.”

인천유나이티드-제주유나이티드 선발라인업
▶양 팀 선발라인업

인천은 4-1-4-1 전형을 꺼냈다. 김대중을 최전방에 내세웠고, 박종진 한석종 이상협 송시우를 미드필드진에 세웠다. 김경민이 수비 라인과 미드필드 라인을 오갔고, 김용환 이윤표 하창래 최종환이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이진형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제주는 3-4-3 전형으로 맞섰다. 멘디를 중심으로 문상윤 이창민이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정운과 이찬동 권순형 안현범이 미드필드 라인에 섰고, 오반석 권한진 김원일이 스리백 라인을, 김호준이 골문을 각각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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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치열했던 기싸움, 주도권 쥔 제주

초반부터 치열한 기 싸움이 펼쳐졌다. 양 팀 모두 적극적으로 주도권 싸움에 나섰다. 제주가 먼저 기회를 잡았다. 전반 4분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었다. 다만 문상윤의 슈팅은 수비벽에 걸렸다. 전반 20분 문전을 파고든 이창민의 슈팅은 이진형의 선방에 막혔다. 인천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점유율을 높이며 상대의 빈틈을 찾았다. 다만 결정적인 슈팅은 좀처럼 나오지 못했다.

전반 34분 제주가 이른 교체카드를 꺼냈다. 허벅지 부위에 통증을 느낀 이창민이 빠지고, 이은범이 투입됐다. 이후 경기는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무더운 날씨 속에 양 팀 모두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인천은 추가시간 역습상황에서 나온 박종진의 슈팅으로 골문을 노렸으나,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전반전 슈팅수는 인천 1개, 제주 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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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역습 살아난 인천, ‘한 방’이 없었다

양 팀 모두 하프타임 교체 없이 후반전을 맞이했다. 인천이 후반 초반 공세를 펼쳤다. 최종환의 날카로운 프리킥과 이상협의 연이은 슈팅으로 제주의 골문을 두드렸다. 5-2-3 전형을 바탕으로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도, 날카로운 역습으로 주도권을 잡았다.

제주가 교체카드를 통해 분위기 반전을 꾀했다. 문상윤 대신 진성욱을 투입해 전방에 변화를 줬다. 이에 질세라 인천도 박종진 대신 김진야를 투입해 측면에 변화를 줬다. 이후 두 팀은 치열하게 주도권 싸움을 벌였다. 어느 한 팀이 경기를 주도하기보다는 빠른 역습을 주고받는 형태로 경기를 전개했다.

후반 막판 인천이 승부수를 던졌다. 웨슬리에 이어 새 외국인선수 엔조를 투입했다. 공격진 변화를 통해 0의 균형을 깨트리겠다는 의도였다. 엔조와 웨슬리는 후반 44분 엔조의 헤더에 이은 웨슬리의 측면 돌파로 기회를 모색했지만 기회가 무산됐다.

이후 경기장이 다소 어수선해졌다. 조성환 감독이 판정에 대한 항의로 퇴장 당했고, 이어 이은범도 경고누적으로 경기장을 떠났다. 반전은 없었다. 경기는 0-0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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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 인천, 7경기 연속 무승의 ‘늪’

인천의 7경기째 무승(4무3패)의 늪에 빠졌다. 승점 20점(3승11무11패)으로 광주FC(승점19점)를 제치고 최하위 탈출에는 성공했으나 무승 흐름을 끊지는 못했다. 제주 역시 4연승 도전에 제동이 걸렸다. 승점41점(12승5무7패)으로 4위 자리를 유지했다.

▶그야말로 ‘헛심공방’ 펼친 두 팀

전반전 주도권은 제주의 몫이었다. 이창민을 중심으로 특유의 연계플레이를 앞세워 인천 수비진을 공략했다. 다만 한 방이 부족했다. 이창민의 슈팅이 이진형의 선방에 막히거나 슈팅이 골대를 외면하는 등 결실을 맺지 못했다. 후반 들어서는 경기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인천이 빠른 역습을 통해 물꼬를 텄다. 다만 이번에는 인천이 결정력 부족에 울었다. 무득점 무승부는 불가피한 결과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헛심공방’이 됐다. 6경기 연속 무승을 끊기 위해, 특히 사흘 전 홈팬들 앞에서 무기력하게 무너진 전북전 패배를 돌리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다했으나, 정작 결실을 맺지 못했다. 추락하던 인천을 제물로 시즌 첫 4연승의 고공비행을 펼치려던 제주의 날개 역시 꺾여버렸다. 인천도, 제주도 뜻대로 되지 않는 한 판이었다.

▶‘갈색탄환’ 김용환, 빛바램 풀타임

이날 인천의 왼쪽 윙백 역할은 김용환이 맡았다. 지난 윙포워드로 나선 지난 전북현대전과는 달리 수비적인 역할이 더해졌다. 공격적인 능력뿐만 아니라, 빠른 발을 활용해 수비적으로도 힘을 보태달라는 이기형 감독의 의도가 담겨 있었다.

이 감독의 기대에 김용환은 ‘제대로’ 부응해냈다. 4-1-4-1과 5-2-3 등을 오간 인천의 전형 속에서, 그는 공-수에 걸쳐 남다른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격시에는 오버래핑을 통해 상대 측면을 연거푸 허물었고, 어느덧 수비에 가담해 상대 측면을 막는데 힘을 보탰다. 지칠대로 지친 가운데 몸을 사리지 않는 투지도 돋보였다.

다만 종횡무진 측면을 누빈 그의 노력은, 팀의 승리 실패와 더불어 빛이 바랬다. 수비적으로 실점을 내주지 않았지만, 중요한 순간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김용환도 경기 후 씁쓸하게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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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이기형 인천 감독 : “덥고 습한 날씨에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가야 할 길이 보인 경기였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경기에 임해줬다. 득점을 해서 승리했다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다.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상대보다 한 발 더 뛰고, 수비전환 등에서 적극적으로 뛰어줬다. 전 경기보다 더 나아진 것 같다. 더 발전시켜 가야 할 부분들이다.”

- 조성환 제주 감독 : “무더운 날씨, 원정임에도 찾아주신 팬분들께 죄송스럽다. 체력적으로 힘든 가운데 연계플레이 등이 안 나왔던 것 같다. 뜻대로 안 되는 것이 축구인 것 같다. 반전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

▶경기정보

- 인천(4-1-4-1) : 이진형(GK) - 김용환 이윤표 하창래 최종환 - 김경민 - 박종진(후19‘김진야) 한석종 이상협 송시우(후32’웨슬리) - 김대중(후38’엔조)

- 제주(3-4-3) : 김호준(GK) - 오반석 권한진 김원일 - 정운 권순형 이찬동(후42‘이동수) 안현범 - 문상윤(후12‘진성욱) 멘디 이창민(전34‘이은범)

- 득점 : 없음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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