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K리그 역대 최다 출전자(706경기)로서 한국축구의 전설로 남은 김병지(47)가 은퇴식을 가진 지 어언 1년. 프로생활만 23년, 45세의 나이까지 선수생활을 이어갔기에 그에게도 잠시 쉼표가 필요했다.

은퇴 후 유소년 축구 지도와 사업, 방송출연 등을 이어가던 김병지는 지난해 7월 유럽축구 해설가 데뷔를 선언했다. 은퇴 후 해설자로 활동하는 축구인은 많다. 그러나대부분 국가대표 경기나 익숙한 K리그 경기에 국한됐다. 하지만 김병지는 선수출신이 얼마 없는 해외축구 해설에 도전했고 한시즌을 마치고 새로운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스포츠한국에 칼럼도 쓰고 있는 김병지는 최근 위기에 빠진 대한축구협회의 기술위원으로 임명되며 다시금 한국축구의 중심에 섰다. 감독 선임은 물론 한국축구의 문제 분석, 미래 방향 등을 잡는 기술위원회의 일원이 된 김병지는 그 나름의 포부도 있었다.

은퇴 후 바쁜 삶을 이어가고 있는 김병지를 서울 서초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해설위원으로 보낸 1년, 그리고 최근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이 된 소감과 포부에 대해 얘기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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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해설해보니 배우는점, 다른점, 보완할점

프로생활만 23년을 한 김병지는 “최대한 해외축구 해설을 하고 싶었다. 사실 K리그는 오래 뛰면서 알만큼 다 안다고 자부한다. 그렇다면 아는 것보다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세계 축구의 흐름을 단순 시청자가 아닌 공부하면서 해설로 유심히 보며 알고 싶었다”며 해외축구 해설 위주로 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거의 해외축구 해설만 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확실히 세계축구의 흐름을 공부한 것이 도움이 됩니다. 3-5-2나 3-4-3이 아닌 이상 쓰임이 제한적인 스리백 축구가 현대축구에서 어떻게 다시 부활했는지, 세계 최상위권 축구에서 골키퍼들이 단순 방어만 하는 선수가 아닌 ‘공격의 출발점’으로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절실히 깨달았죠.”

선수시절 때는 다음 상대팀만 분석하고, 다소 느슨하게 다른 경기를 봤다면 해설자 변신 후에는 리그 전체는 물론 다소 덜 유명한 선수들의 스타일과 쓰임새까지 크게 알게 된 것이 선수시절과 현재의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한다.

현재는 비선수출신 해설자가 많은 해외축구에서 이들은 김병지에게도 큰 도움이자 좋은 본보기라고 한다. “물론 선수출신이기에 유리한 점이 많습니다. 특정 상황에서 선수들이 어떤 심리고 주심에게 어떤 말을 하는지 등은 뛰어본 사람만 알죠. 또 멋진 골이라도 이게 운인지, 정말 실력인지도 저희는 잘 압니다. 그런 차이를 설명해줄 수 있죠”라며 선수출신이 가지는 해설의 장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비선수출신 해설자 분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유학파도 많아 현지 소식을 원문 그대로의 느낌으로 전달할 줄 압니다. 아직 저는 말로 풀어내기 힘든 장면도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로 풀어내는 능력은 탁월하더군요. 많이 배우고 있고 서로 부족한 점을 함께 메우며 배우고 있습니다”라며 비선수출신 해설자들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EPL해설을 하는 김병지(왼쪽)의 모습. 스포티비 화면 캡처
▶선수 이름, 사투리 문제 고치려 노력 중… 비판 잘 알고 발전의 양분으로

해설경력이 1년밖에 되지 않기에 김병지 역시 자신의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다. 스스로 “전술이나 흐름을 읽는 것은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하지만 다소 생소한 선수이름이나 경상도 출신이다보니 강한 억양과 사투리에 대한 문제를 고쳐야한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한 김병지는 “특히 발음이나 억양은 거기에 너무 신경쓰다보니 정작 해야할 말을 못하는 경우도 생기더라”라며 쉽지 않음을 드러냈다.

“일각에서는 너무 뻔한 얘기만 해설에서 하지 않냐고 하지만 사실 선수들끼리는 예를 들어 ‘감아차서 들어갔다’는 말이 골키퍼의 수비 범위를 넘었고 공격수가 정확한 위치선정과 기술 높은 슈팅을 했다는 것을 포함한다. 이런 것들을 다 이해시키기 어려운데 이를 잘 풀어내고 이해시켜드리는게 제가 더 나아져야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축구팬들 사이에서 김병지 해설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이를 잘 알고 있다는 김병지는 “인터넷 여론이나 댓글들을 웬만하면 다 봅니다. 그래서 최대한 도움되는 비판 여론은 수용하고 바꾸려고 해요. 물론 저도 사람인지라 비난은 가슴 아프죠. 가끔씩 ‘해설 빼고는 모든게 완벽한 김병지’같은 댓글을 보면 칭찬으로 받아들여요. 하하. 오기가 생기고 ‘더 잘해야겠다’ 다짐하죠. ‘축알못(축구를 알지 못한다)’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반응을 보면 가끔은 ‘진짜 축구가 뭔지 만나서 알려주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라며 웃었다.

“중요한건 갈수록 나아진다는 확신이 있다는거죠. 처음부터 잘하긴 힘들지만 나아지고 있고 마치 선수시절처럼 처음엔 모두가 ‘안된다’며 프로지명도 못받았지만 노력해 프로가 되고, 국가대표가 된 것처럼 해설도 나아질거라 믿어요. 중요한건 포기하지 않는거죠. 해설하며 가장 좋았던 것과 나빴던 것은 같은 지점에 있네요. 반응을 보면서 ‘잘한다’하며 좋고, ‘별로다’라고 비난하면 슬프죠. 저도 사람인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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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 인터뷰下] '축협 기술위원' 김병지 “차라리 월드컵 가지 말자는 이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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