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26·아우크스부르크)의 2016~2017시즌 기록은 독일 분데스리가 34경기(선발 24) 출전에 3골 2도움이었다. 임대 신화를 써냈던 2012~2013시즌 이후 최고의 활약이었다. 2013~2014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리그 45경기(선발 16)에 나서 1골을 기록하고 있었으니 부활을 알린 시즌으로 평가할 수도 있었다.

2017~2018시즌 아우크스부르크의 지동원은 더 높이 날아오를 수 있을까 ⓒAFPBBNews = News1
하지만 2017~2018시즌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혹은 공격수란 이름에 걸맞은 득점 포인트가 쌓이지 않는다면, 아우크스부르크 생활이 끝날 수도 있다.

우선, 계약기간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지난 25일(한국 시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다니엘 바이어와 카이우비, 필립 막스, 제프리 구벨레우 등 4명의 선수와 재계약을 알렸다. 그러나 2018년 6월 30일까지 아우크스부르크와 계약된 지동원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시즌 지동원은 리그 전 경기를 소화했지만, 공격수임에도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이 아쉬웠다. 시즌 초반 선발로 나서던 그가 겨울 휴식기 이후 출전 시간이 줄어든 데는 아쉬운 득점력이 크게 작용했다. 특히 강등과 잔류의 갈림길에 섰던 시즌 막판, 지동원은 리그 4경기에서 단 36분 출전에 그쳤다.

사실 아우크스부르크가 득점이 많은 팀은 아니다. 지난 시즌 팀 내 최다 득점자는 공격형 미드필드(중앙) 하릴 알틴톱(6골)이었다. 그다음이 중앙 수비수 콘스탄티노스 스타필리디스(4골)와 최전방 공격수 라울 보바디야(4골)였다. 지동원은 3골을 기록하면서, 팀 내에서 네 번째로 많은 득점을 뽑아냈다. 기록만 보면, 지동원의 성적이 크게 나쁘지 않아 보인다.

지동원의 공중볼 경합 능력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안정적인 수비를 최우선으로 하고, 긴 패스를 활용한 힘 있는 공격을 시도한다. 스타필리디스나 마르틴 힌테레거(3골) 등 세트피스를 활용한 중앙 수비수들의 득점이 많은 이유다.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많은 득점을 기록하려면, 공중볼 장악력에 강점이 있어야 한다.

지동원은 팀 내에서 네 번째로 키카 크다. 두 명의 골키퍼와 18세 유망주 케빈 단소를 빼면 지동원이 가장 크다 봐도 무방하다. 실제로 지난 시즌 지동원은 공중볼 장악에 주력했다. 공간이나 움직임을 활용한 침투 패스를 기대하기 어려운 팀 스타일상, 득점을 위해서는 공중볼을 따내야 했다.

문제는 적극성이었다. 지동원의 공중볼 경합 능력은 나쁘지 않았다. 그는 주전 스트라이커 보바디야가 부상으로 빠졌던 시기에도 최전방에서 고군분투했다. 어떻게든 세컨드 볼을 따내려 했고, 공격을 이어나가려 했다. 그러나 상대 페널티박스에 가까워질수록 지동원의 존재감은 줄어들었다.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도 안쪽에서 경합하기보다는 흘러나오는 볼을 노렸다.

그러나 새 시즌에는 달라져야 한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도 공중볼 장악력을 보여줘야 하고, 헤더로 골망을 가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측면 공격을 맡더라도 세트피스 상황에서는 득점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야 한다.

아우크스부르크에 합류한 20세 스트라이커 세르히오 코르도바
최근 아우크스부르크는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베네수엘라의 준우승에 앞장선 세르히오 코르도바를 영입했다. 코르도바는 신장 188cm로 지동원보다 1cm 크다.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유연한 볼 컨트롤과 돌파 능력도 갖췄다. U-20 월드컵에서 4골을 기록하며 득점 랭킹 2위에 올랐을 정도로 결정력도 뛰어나다.

유럽 무대에서 검증이 필요하겠지만, 지동원이 무시할 수 없는 경쟁자가 될 가능성은 매우 크다. 지난 시즌처럼 지동원이나 보바디야 등의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이 떨어진다면, 코르도바가 주전으로 급부상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다가오는 2017~2018시즌은 지동원에게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가치를 증명해야만, 유럽에 잔류할 수 있다. 4시즌 4골의 기록으로는 둥지를 옮기기도 어렵다.

과연 지동원은 2017~2018시즌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아우크스부르크에 잔류할 수 있을까. 지동원의 운명을 가늠할 새 시즌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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