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인내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냉정해야 합니다.”

19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유나이티드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상대의 수비적인 전술을 경계했다. 두텁게 수비벽을 형성한 뒤 역습을 통해 경기를 풀어가는 상대 전략에 흔들리면 안 된다는 의미였다. 그러면서 황 감독은 ‘인내’를 강조했다. 설령 답답한 양상이 되더라도, 인천 스스로 빈틈을 보일 때까지 냉정하게 경기를 치러야 한다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결과적으로 '인내'는 필요하지 않았다. 인천이 스스로 무너져내린 까닭이다. 전반 6분과 8분 만에 터진 서울의 연속골은 중요할 때마다 흔들린 인천 수비 집중력에서 기인했다. 연속 실점 이후 인천은 패스미스가 연달아 나왔고, 결정적인 기회마저도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서울이 후반 중반 이후에만 3골을 더 넣으며 두 팀의 맞대결은 '싱겁게' 끝났다.

킥오프 14분 만에 인천 서포터스석에서 울려 퍼진 ‘정신차려 인천’이라는 구호는, 서울의 5-1 대승으로 끝난 두 팀의 경인더비를 관통하는 외침이기도 했다.

▶사령탑 출사표

- 이기형 인천 감독 :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서울보다는 하루 먼저 주말 경기를 치렀다. 문선민도 휴식을 취한 만큼 스피드로 경기를 풀어나갈 생각이다. 3경기 연속 승리가 없지만(2무1패) 선수단 자체에 ‘해내야 한다’는 기류가 형성되어 있다. 오늘 경기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 황선홍 서울 감독 : “박주영 대신 데얀을 택한 것은 90분을 생각한 결정이다. 두 공격수 모두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는 것이 큰 힘이 된다. 데얀은 지난 인천전(4월·2골)에서도 좋았다. 오늘 경기는 순위나 강팀, 약팀 등을 생각하지 않는다. 반드시 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인천유나이티드-FC서울 선발라인업
▶양 팀 선발라인업

인천은 3-4-3 전형을 꺼냈다. 문선민을 중심으로 윤상호 박용지를 전방에 앞세웠다. 김동민과 김동석 한석종 최종환이 미드필드진을 구축했고, 이윤표 채프만 하창래가 스리백을 구축했다. 정산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측면수비수 김동민 최종환이나 채프만의 위치에 따라 경기 중 5-4-1, 4-1-4-1 전형으로 변화가 이뤄졌다.

서울은 4-3-3 전형으로 맞섰다. 박주영 대신 데얀이 공격의 중심에 섰고, 윤일록 이상호가 양 측면에 포진했다. 주세종 오스마르 고요한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박민규 황현수 김원균 신광훈이 포백라인을, 양한빈이 골문을 각각 지켰다. 박주영 곽태휘 등은 벤치에서 대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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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전반 8분 만에 기울기 시작한 승기

경기 초반 서울이 주도권을 쥐었다. 점유율을 끌어 올리며 인천을 압박했다. 전반 6분 만에 0의 균형을 깨트렸다.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주세종의 크로스를 고요한이 헤더로 연결해 서울의 골망을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서울은 2분 만에 점수차를 더 벌렸다. 이상호가 수비 뒷공간을 파고든 데얀을 향해 정확한 패스를 전달했고, 데얀이 왼발 슈팅으로 이를 마무리했다. 전반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점수차가 기울었다.

궁지에 몰린 인천이 채프만을 미드필더로 끌어 올려 4-1-4-1 전형으로 변화를 줬다. 전반 21분 결정적인 역습 기회를 잡았다. 상대 수비수의 공을 윤상호가 가로챈 뒤 반대편에서 쇄도하던 박용지에게 연결했다. 다만 박용지의 슈팅은 문전에 있던 수비에 막혔다. 이어진 슈팅 기회가 무산되면서 인천은 결정적인 만회골 기회를 놓쳤다.

이후에도 인천이 빠른 역습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그러나 번번이 한 방이 터지지 않았다. 전반 추가시간 한석종의 강력한 중거리 슈팅마저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결국 전반전은 서울의 2골차 리드로 마무리됐다. 슈팅수는 서울3개, 인천5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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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데얀의 연속골, 인천 추격의지에 ‘찬물’

후반 초반 공방전이 펼쳐졌다. 다만 두 팀 모두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다. 데얀의 슈팅은 정산이 몸으로 막아냈다. 후반 7분 인천이 먼저 승부수를 던졌다. 채프만 대신 이정빈을 투입했다. 인천의 전형은 4-1-4-1 또는 4-2-3-1로 자리를 잡았다. 만회골을 위해 공격에 더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였다.

이후 각각 쐐기골과 만회골을 위한 서울과 인천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인천은 거듭 공격 기회를 잡으며 만회골을 노렸으나 번번이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오히려 서울이 후반 25분, 점수차를 더 벌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신광훈의 땅볼 크로스를 데얀이 절묘한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는 골이었다.

서울은 후반 29분 김원균 대신 ‘베테랑’ 곽태휘를 투입하며 승리 지키기에 나섰다. 인천 역시 문선민 대신 수비수 김대중을 투입, 전방에 높이를 더했다. 그러나 영패라도 면해보려는 인천의 공격은 번번이 무위로 돌아갔다.

오히려 후반 34분, 하창래의 핸드볼 파울로 만든 페널티킥을 데얀이 성공시킨 뒤, 후반 41분에는 곽태휘의 헤더까지 인천의 골망을 가르면서 점수차는 더욱 벌어졌다. 인천은 후반 추가시간에야 박용지의 만회골로 점수차를 좁혔으나, 이미 승기는 기운 뒤였다.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서울의 5-1 대승으로 막을 내렸다.

▶경기종료 : 서울, 리그 첫 3연승

서울이 지난 포항스틸러스전(1-0) 제주유나이티드전(2-1) 승리에 이어 리그 첫 3연승에 성공했다. 승점 34점(9승7무6패)으로 강원FC를 제치고 5위로 순위를 끌어 올렸다. 인천은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의 늪에 빠졌다. 승점 18점(3승9무10패)으로 강등권인 11위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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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경기만의 선발’ 데얀, 친정팀에 자비는 없었다

데얀이 선발로 돌아왔다. 최근 교체로만 출전하던 그는 지난달 28일 전남드래곤즈전 이후 5경기 만에 선발 라인업을 꿰찼다. 믿는 구석이 있었다. 황선홍 감독은 “90분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더운 날씨에 한 선수가 모두 소화할 수는 없다”면서 “마침 데얀은 지난 인천전에서 좋았다”고 했다. 당시 데얀은 멀티골을 터뜨리며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자비’란 없었다. 팀이 1-0으로 앞서던 전반 8분, 데얀은 수비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이했고,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인천의 골망을 흔들었다. 이후에도 그는 최전방을 누비며 서울 공격의 선봉 역할을 해냈다. 결국 후반 25분과 34분 연속골을 터뜨리며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친정팀을 상대로 터뜨린 2경기 연속 멀티골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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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명하게 엇갈린 두 사령탑의 기대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은 “반드시 이겨야 하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어려운 경기가 되겠지만 이겨내야 한다”는 믿음을 덧붙였다. 이기형 인천 감독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 감독은 “강팀이랑 하면 좋은 경기를 많이 했다. 선수들 정신무장도 강팀전에서 잘 되고, 이겨내려는 힘도 있다”고 했다.

황 감독의 믿음에 서울은 골로 답했다. 고요한과 데얀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이른 시간 연속골을 만들어냈다. 반면 인천은 스스로 무너졌다. 이른 실점에 당황한 듯 경기를 쉽게 풀지 못했다. 패스미스로 자책골의 위기까지 내몰렸고, 결정적인 득점 기회마저 살리지 못했다. 이후 후반 중반에만 내리 3골을 더 내주며 인천은 와르르 무너졌다. 이 감독이 기대했던 정신무장과는, 거리가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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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이기형 인천 감독 : “홈에서 하는 경기인 만큼 조금 더 공격적으로 준비를 했다. 문선민을 전방에 두고 앞에서 압박했는데, 그러다보니 간격이 더 벌어졌다. 전반 초반 실수로 인해서 실점을 한 것이 팀 분위기를 많이 가라앉혔다. 찬스를 많이 만들었는데 득점하지 못했다. 후반들어 급하게 경기를 운영하다보니 대량실점을 하고 패한 것 같다.”

- 황선홍 서울 감독 : “인천에 오면 어려운 경기를 해왔다. 초반에 쉽게 가는 바람에 심적으로 부담을 덜었던 것 같다. 팬들의 성원 덕분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마지막 실점은 유쾌하지가 않다. 무실점하기를 바랐는데, 더 강해지려면 그런 부분도 주의해야 한다. 2-0 이후 상당히 고전했고 실점 위기도 있었다. 많은 점수를 주지는 못할 것 같다.”

▶경기정보

- 인천(3-4-3) : 정산(GK) - 이윤표 채프만(후7‘이정빈) 하창래 - 김동민 김동석 한석종 최종환 - 윤상호(후15’송시우) 문선민(후28‘김대중) 박용지

- 서울(4-3-3) : 양한빈(GK) - 박민규(후26‘심상민) 황현수 김원균(후29’곽태휘) 신광훈 - 주세종 오스마르 고요한(후36‘박주영) - 윤일록 데얀 이상호

- 득점 : 고요한 1호(전6분) 데얀 11, 12, 13호(전8분, 후25분, 후34분) 곽태휘 2호(후41분·이상 서울) 박용지 1호(후47분·인천)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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