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이름을 기억하세요, 웨인 루니. 새로운 스타가 머지사이드에 탄생했습니다. (Remember his name, Wayne Rooney. A new star is born on Merseyside.)”

2002년 10월 19일, 당시 17세이던 웨인 루니(32)가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이자 아스날의 30경기 무패 행진을 끝내는 골을 넣은 직후 현지 해설이 남긴 말이다. 이듬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발탁된 루니는 첫 메이저대회인 유로2004에서 4골을 넣으며 승승장구했다.

에버턴과 국가대표팀에서 맹활약을 바탕으로 루니는 2004~2005시즌을 앞두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이적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 팀 동료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동 나이대 최고 유망주로 손꼽히며 맨유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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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함이 독이 된 루니, 공격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애매함

단단한 체구와 스피드를 활용한 ‘절구통 드리블’은 루니의 전매특허였고 득점력 역시 탁월했다. 호날두가 맨유를 떠난 후 첫 시즌인 2009~2010시즌에는 리그에서만 26골을 넣으며 기대에 부응했고, 2011~2012시즌 역시 리그에서 27골을 넣으며 빼어난 득점력을 선보였다.

팀의 상황에 따라 중앙 공격수를 비롯해 중앙 미드필더, 측면 공격수 등 다양한 위치를 소화하며 팀 전력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다. 하지만 이러한 다재다능함으로 인해 점차 처진 공격수나 미드필더로 나서는 횟수가 늘어났고, 이는 득점력의 저하로 이어졌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은퇴 이후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과 루이스 판 할 감독을 거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미드필더로 포지션을 변경하게 된 루니는 특유의 저돌적인 모습과 결정력을 잃어갔다. 조제 모리뉴 감독 역시 루니의 전성기 시절만큼의 득점력을 끌어내지 못하며 지난 시즌 리그에서 5골을 넣는 데 그쳤다.

루니는 미드필더로 뛰기에는 역동성이 부족하고, 공격수로 활용하기에는 결정력이 부족해지면서 점차 맨유에서 자리를 잃어갔다. 자연스레 이적설이 불거졌고, 중국이나 미국 무대 진출설도 있었지만 친정팀이었던 에버턴으로 복귀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도전을 이어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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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이 좋은 에버턴과 루니의 재결합, 복귀전에서 골

일단 시작은 좋다. 루니는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각) 탄자니아 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고르 마히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선발 출전, 선제골을 넣으며 에버턴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36분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공을 잡은 그는 과감한 중거리 슛으로 골을 넣으며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했다.

에버턴은 현재 로멜루 루카쿠의 이적으로 확실한 골잡이가 없는 상태다. 측면과 중앙에서 활용 가능했던 헤라르드 데울로페우마저 바르셀로나로 복귀했다.

지난 시즌 에버턴 팀 득점 순위는 루카쿠(25골)의 뒤를 이어 로스 바클리(5골) 케빈 미랄라스, 시무스 콜먼(이상 4골) 등으로 편차가 심했다. 심지어 바클리 역시 이번 여름 이적이 점쳐지고 있다.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자 지난 시즌 스페인 말라가에서 14골을 기록한 산드로 라미레스를 영입했지만 전통적인 스트라이커보다는 측면 공격이나 2선 자원에 가깝다. 또한 아직 어린 나이로 경험이 부족하다. 친정팀으로 복귀한 루니의 활약이 중요해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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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에버턴을 짊어진 31살의 베테랑 루니

루니는 최근 몇 년간 전성기 시절만큼의 득점력을 보여주지는 못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잉글랜드 대표팀 최다 득점(53골)을 기록 중인 것을 비롯해 맨유 최다골(253골) 기록도 가지고 있을 정도로 결정력에 있어서는 검증을 끝났다.

쿠만 감독은 루니의 경험적인 측면을 높게 평가하며 루니의 포지션을 공격으로 못 박았다. 다가올 시즌 공격수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은 그는 젊은 선수들 위주로 구성된 에버턴에 큰 힘을 불어넣을 수 있다.

에버턴에서 10대 시절을 보낸 루니는 어느덧 32살의 베테랑이 되어 머지사이드로 돌아왔다. 루니가 화려한 부활로 에버턴의 새 부흥기를 열 수 있을지 다가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다. 스포츠한국 류호준 객원기자 jisungnald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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