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절실함이 더해진 FC서울의 창끝이, 어색하게 지키고 선 포항스틸러스의 방패를 뚫었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서울은 12일 오후 7시30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포항스틸러스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20라운드 홈경기에서 데얀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승리했다.

18-7이라는 슈팅수가 말해주듯, 경기는 전반적으로 서울이 주도권을 쥔 채 치러졌다. 반면 포항은 경기 내내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지키는데 집중했다. 창과 방패의 맞대결로 대변되던 두 팀의 희비는 후반 30분에 터진 ‘한 방’에 의해 갈렸다.

‘승장’ 황선홍 서울 감독은 “이기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이라고 표현했고, ‘패장’ 최순호 감독은 “평소와 달리 수비적인 전략을 취했는데, 선수들이 어색해했다”며 패인을 분석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사령탑 출사표

- 황선홍 서울 감독 : “이겨야 하는 경기다. 흐름을 살리지 못해 안타깝다. 슬기롭게 넘겨야 한다. 어려운 상황은 맞다. 미드필드 싸움에서 밀리면 안 된다. 순위 등이 익숙하지 않다보니 급하게 올라가려는 마음이 강한 것 같다. 서울이라면 이런 것들을 극복해야 한다.”

- 최순호 포항 감독 : “중요한 경기다. 서울과의 격차를 벌려야 한다. 새로 영입한 김승대와는 만나서 서로 생각을 들어봐야 한다. 제로톱은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양동현에게 수비는 해줄 만큼만 가담하라고 이야기한다. 더 중요한 것은 골이다.”

FC서울-포항스틸러스 선발 라인업
▶양 팀 선발라인업

서울은 4-3-3 전형을 꺼내들었다. 박주영을 중심으로 윤일록 이상호가 양 측면에 포진했다. 주세종 고요한이 2선에 포진했고, 오스마르가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이규로 황현수 곽태휘 신광훈은 수비라인을 구축했다. 골키퍼 장갑은 양한빈이 꼈다.

포항도 이광혁과 양동현 이상기가 전방에 포진하는 4-3-3 전형으로 맞섰다. 손준호와 무랄랴 룰리냐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우찬양 조민우 배슬기 권완규는 수비라인을, 강현무는 골문을 각각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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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슈팅수 12-2, 스코어는 '0-0'

서울이 주도권을 쥐었다. 점유율을 높이며 빈틈을 찾았다. 포항은 안정에 무게를 두다 빠른 역습으로 맞섰다. 전반 10분이 채 되기도 전에 슈팅을 주고받았다. 서울이 박주영의 빗맞은 슈팅으로 포문을 열자, 포항도 양동현의 중거리 슈팅으로 응수했다.

이후에도 양 팀이 기회를 주고받았다. 포항이 골대 위를 살짝 넘기는 양동현의 중거리 슈팅으로 서울 골문을 위협했다. 서울은 박주영의 슈팅을 골키퍼가 쳐낸 공을 고요한이 문전에서 슈팅했지만 골대 위를 벗어났다. 이후에도 서울은 주세종 윤일록의 슈팅으로 포항의 골문을 두드렸다.

서울의 공세가 이어졌다. 윤일록 등을 앞세워 거듭 기회를 엿봤다. 43분에는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윤일록이 발리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문전에 있던 수비에 막혔다. 결국 두 팀의 전반전은 0-0으로 맞선 채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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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교체투입’ 데얀 승부수 통했다

후반 7분 서울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역습 상황에서 주세종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다. 다만 돌파 과정에서 골키퍼가 이를 쳐냈다. 흐른 공을 고요한이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 옆으로 벗어났다.

포항이 먼저 교체카드를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후반 14분 완델손 심동운을 이광혁 이상기 대신 투입했다. 1분 뒤 페널티킥 기회를 잡았다. 양동현이 돌파하는 과정에서 곽태휘에 밀려 넘어졌다는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다만 비디오 판독(VAR)에 의해 페널티킥 선언이 취소됐다.

서울도 교체카드를 꺼냈다. 이규로 박주영 대신 심상민 박주영이 각각 교체로 투입됐다. 그리고 후반 30분, 서울이 팽팽하게 이어지던 0의 균형을 깨트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주세종의 크로스가 포항 수비에 맞고 흐르자, 이를 윤일록이 헤더로 연결했다. 문전에 있던 데얀이 이를 받아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이후 균형을 맞추려는 포항과 승부에 쐐기를 박으려는 서울의 치열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다만 포항의 슈팅은 번번이 골대를 외면했고, 서울 역시 역습을 통해 결정적인 기회를 잡고도 번번이 놓쳤다. 결국 두 팀 모두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서울의 1-0 승리를 알리는 주심의 종료 휘슬이 울렸다.

▶경기종료 : ‘승점 1점차’ 서울, 상위스플릿 진입 발판

서울이 지난 광주FC전 패배의 아쉬움을 단번에 털어냈다. 최근 3경기 2승1패(승점6점)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승점 28점으로 순위에는 변동이 없으나, 상위 스플릿과의 격차를 좁히는데 성공했다. 반면 포항은 2경기 연속 무승(1무1패)의 늪에 빠졌다. 서울과의 격차가 1점으로 좁혀지면서 ‘추격 가시권’에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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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수’ 될 뻔한 페널티킥, VAR이 잡았다

0의 균형이 팽팽하게 이어지던 후반 15분. 페널티 박스 안을 파고들던 양동현이 곽태휘 황현수 사이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 지점을 손으로 가리키며 휘슬을 불었다. 포항의 페널티킥 선언이었다.

서울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었다. 경기 내내 슈팅수에서 크게 앞설 만큼 압도적인 공세를 펼치고도, 오히려 먼저 선제실점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 경기 전 “리드를 빼앗기면 경기력이 크게 달라진다”던 황 감독의 우려가 재현될 수도 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비디오 판독(VAR)이 주심의 판정이 오심임을 잡아냈다. 3분 여의 시간 끝에 비디오 판독이 진행됐고, 주심은 최초 판정을 번복하고 서울의 골킥을 선언했다. 경기를 관통하는 변수가 될 수도 있었을 판정이 VAR에 의해 바로잡히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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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 교체투입 7분 만에 깨트린 균형

서울의 공세가 거셌던 경기였다. 박주영과 윤일록 주세종 등이 거듭 포항의 골문을 두드렸다. 슈팅수 역시 한때 16-3까지 크게 벌어졌다. 다만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골키퍼에 막히거나, 골문을 외면했다. 유리하게 경기를 펼치고도 정작 팽팽한 0의 균형이 이어지는 경기가 이어졌다.

결국 황선홍 감독이 후반 23분 승부수를 던졌다. 박주영 대신 ‘해결사’ 데얀을 최전방에 투입시켰다. 서울 서포터스들은 특유의 데얀 응원가를 통해 답답하던 한 방을 기대했다. 그리고 마침내 0의 균형이 깨졌다. 윤일록이 머리로 건네준 공을 데얀이 침착하게 마무리했다. 그라운드를 밟은 지 7분 만에 보여준 해결사 본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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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황선홍 서울 감독 : “전반적 득점에 실패하면서 어려운 경기가 됐다. 그래도 선수들이 최선을 다하고, 이기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이길 수 있었다. 득점에 실패하는 장면에서 조급함이 있었다. 그래도 이기려는 강박관념 때문에 밸런스가 무너지기보다는, 심리적으로 잘 안정을 유지한 것 같다. 체력적으로 잘 준비해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겠다.”

- 최순호 포항 감독 : “더운 날씨에, 자원도 풍부하지 않아서 수비적인 전략을 취했다. 후반전에 승부를 보려는 초점을 맞췄다. 전체적으로 형태는 갖춰졌는데, 평소와는 달리 수비에 무게를 두다보니 어색해하는 것 같았다. 포지션 더블(중복)도 많이 되다보니 공간도 많이 내줬고, 터치수도 많아졌다. 이런 것들이 반복이 되다보니 좋은 경기를 하지 못했던 것 같다.”

▶경기정보

- 서울(4-3-3) 1 : 양한빈(GK) - 이규로(후19‘이규로) 황현수 곽태휘 신광훈 - 주세종 오스마르 고요한 - 윤일록(후44‘조찬호) 박주영(후23‘데얀) 이상호

- 포항(4-3-3) 0 : 강현무(GK) - 우찬양 조민우 배슬기 권완규 - 손준호 무랄랴(후41‘김동기) 룰리냐 - 이광혁(후14‘완델손) 양동현 이상기(후14‘심동운)

- 득점 : 데얀 10호(후30분·서울)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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