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수원=이재호 기자] 클래스가 다르다. 단연 현시점에서 수원 삼성의 조나탄-염기훈 투톱 카드는 호흡면이나 공격포인트 모든 부분에서 K리그 최고의 투톱임이 틀림없다. 의존도가 심하다는 것은 그만큼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수원 삼성은 12일 오후 7시 30분 경기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2017 20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홈경기에서 조나탄-염기훈 듀오가 3골 2도움을 합작하며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수원은 약 2달만에 연승행진을 달리게 됐고 4경기 연속 무패(2승2무)를 달리던 인천은 패배의 쓴잔을 들이켜야 했다.

수원은 승리했지만 2위인 강원은 비기고 3위인 울산은 승리하면서 2,3위만 바뀌고 수원은 강원과 함께 승점 33이지만 다득점에서 뒤지며 4위를 유지했다. 반면 인천도 패했지만 9,10위팀인 대구, 광주가 같이 패하면서 승점 17로 8위를 유지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출사표 : “염기훈은 톱일 때 본인도 편해한다” vs “인천 전술 변화 모두가 만족”

-수원 삼성 서정원 감독 : “지난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제주전 승리를 하면서 많이 느꼈다. 가끔은 전술보다 선수들의 마인드컨트롤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몇 번 기회를 놓치고 나면 공격 선수들이 마인드 컨트롤이 안될 때가 있다. 그럴 때 흔들리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김민우가 과감하게 해줘서 이겼다. 염기훈은 조나탄과 투톱처럼 세우고 있지만 워낙 베테랑이라 측면으로 빠질 때는 빠지고 잘하고 있다. 본인도 오히려 톱위치가 편하고 수비부담을 덜어 좋다고 한다. 염기훈이 톱위치로 간 것은 결국 수비 약화부터다. 사실 시즌전 구상은 포백밖에 없었다. 하지만 수비가 약해지며 스리백으로 갔고 염기훈을 톱으로 쓰는게 낫다는 지점까지 왔다.”

-인천 유나이티드 이기형 감독 : “수원이 스리백, 파이브백으로 내려서면서 수비의 견고함을 중요시하는 것 같다. 우리 역시 같다. 일단 많은 골을 넣는 것보다 실점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상황이다. 현재의 포메이션에 나도, 선수들도 만족하고 있다. 결과가 나오고 있다. VR(비디오 판독)이 도입됐어도 우리가 피해자가 되곤 하는데 선수들에게 최대한 신경 쓰지 말라고 한다. 괜히 VR에 신경 써 경기력 떨어지는 것보다 심판을 믿고 자기 플레이를 하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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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 : 폭발한 염기훈의 왼발, 인천은 전반 13분만에 교체 감행

두 팀 모두 기본적으로 전술 자체가 수비를 중시한다. 워낙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지 못했고 수비불안이 대두됐기에 일단 수비를 중시하고 후반에 승부를 걸고 공격진의 한방을 노리는 시스템을 택하고 있는 두 팀의 경기는 아무래도 후반전에 골이 나올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전반 10분만에 왼중앙 2선 공격진영에서 염기훈이 정확하게 오른중앙 페널티박스 안으로 들어가던 조나탄을 보고 올린 왼발 크로스는 인천 수비 머리를 넘겨 조나탄 머리를 향했다. 조나탄은 침착하게 반대편 골대를 보고 헤딩슛 했고 그대로 골문을 갈랐다. 염기훈의 넓은 시야와 말도 안될 정도로 정확하고 빠른 크로스와 조나탄의 헤딩이 합작된 수원의 득점공식 ‘염기훈 도움-조나탄 골’이 성사된 것이다.

수비적일 줄 알았던 경기에 이른 선제골이 나오자 골을 허용한 인천 이기형 감독은 굉장히 놀라운 선택을 한다. 실점 후 3분만인 전반 13분 김용환을 빼고 공격의 문선민을 투입한 것. 축구에서 거의 보기 힘든 전반 13분만에 교체로 이른 승부수를 띄운 인천은 그럼에도 경기력에서 큰 반등은 없었다. 웨슬리의 다소 빗나간 슈팅을 제외하곤 전반동안 슈팅은 없었고 점유율에서도 4:6으로 뒤지며 좋은 기회를 만들어내는데 실패했다.

일단 수비적으로 버틴 후 후반 박종진, 박용지 등을 투입해 승부를 보려던 인천의 계획은 빗나갔고 그렇게 전반은 수원의 1-0 우세로 끝났다.

▶후반전 : 인천 FW 웨슬리 퇴장… 침몰한 배를 잠수시킨 조나탄-염기훈

1-0으로 앞선채 마친 수원은 후반 6분만에 다시 오지 못할 기회를 잡는다. 상대 프리킥 기회 후 공을 뺐고 전진 패스로 조나탄이 공을 잡았고 미처 수비가 올라오지 못한 팀을 타 다미르에게 전진 스루패스가 날아가며 곧바로 단독 질주 일대일 기회가 생긴 것. 다미르는 빠른 속도로 달려갔지만 드리블 때 너무 공을 강하게 치면서 공이 멀리 달아나버렸다. 초보적인 실수로 날린 완벽한 일대일기회였다.

따라가기도 바쁜 인천은 후반 14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다. 이미 전반전에 옐로카드를 받았던 공격수 웨슬리가 상대 수비수와 헤딩경합 중 눈을 가격했고 이를 본 심판이 재차 옐로카드를 꺼내든 것. 골을 넣어줄 유일한 자원인 웨슬리가 경고누적 퇴장을 당했고 0-1로 뒤진데다 원정경기, 전력적 약체인 인천으로서는 희망이 없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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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후반 20분부터 승부가 급격히 갈렸다. 왼쪽에서 올라온 수원 김종성의 코너킥때 그 누구도 뒤에 있는 조나탄을 막지 않았고 조나탄은 홀로 다이빙 헤딩을 하며 추가골을 넣었다. 이 골이 터진지 고작 2분만에 이번에는 조나탄이 오른쪽에서 단독 돌파 후 낮고 빠른 전진 패스를 반대편에 있는 염기훈에게 넣었고 염기훈은 가볍게 발을 갖다대 팀의 세 번째 골을 완성했다. 무려 3분만에 2골을 넣으며 승부를 확정지어 버린 수원이다.

인천은 수비수 채프만을 빼고 공격수 박용지를 넣는 등 변화를 꾀해봤지만 수적 열세까지 더해진 상황에서 침몰하는 배를 꺼낼 도리가 없었다. 그래도 인천은 후반 29분 상대 수비의 반칙을 얻어내며 페널티킥을 얻어내며 만회골 기회를 잡나 했지만 VR 판독에 의해 이 판정마저 번복되며 확인사살마저 당하고 말았다.

결국 인천은 반전없이 그대로 패했고 수원은 완벽한 3-0 승리로 약 두달만에 연승을 거뒀다.

▶‘3골 2도움 합작’ 조나탄-염기훈 듀오는 K리그 최고 투톱이다

조나탄과 염기훈 공격 투톱은 이날 경기에만 합쳐서 3골 2도움을 기록했다. 모든 골을 넣었고 서로 골과 도움을 합작하기도 했다. 올 시즌 수원 삼성의 가장 큰 장점이면서도 단점이 바로 염기훈과 조나탄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두 선수는 수원이라는 빅클럽을 이끌 정도로 정말로 뛰어나다. 의존도가 크다는 것은 그만큼 두 선수가 뛰어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올 시즌 조나탄은 리그 11골, 도움 3개, 염기훈은 3골 6도움을 기록 중이다. 합계 14골로 수원의 32득점 중 44%를 담당하고 있다. 공격포인트도 20라운드만에 도합 23개를 합작한 것.

이런 기록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두 선수는 투톱으로서의 호흡, 중요한 순간에 팀의 리더로서의 역할 등 축구 내외적인 부분 모두에서 가히 완벽하다. 분명한 것은 K리그의 공격 듀오 중 이 두선수의 조합만큼 뛰어난 듀오는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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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승리 요인은 염기훈-조나탄"

-수원 서정원 감독 : "선수들이 분석한대로 경기운영을 매우 잘해줬다. 준비한대로, 약속한대로 골이 터져줬다. 2경기 연속 무실점도 긍정적이고 수비에 매튜가 빠졌어도 이종성등이 잘 메워줬다. 염기훈과 조나탄이 둘이 투톱에서 서로 골 도움을 주고받는 수준까지 왔다. 승리의 요인은 두 선수였다. 신태용 감독의 염기훈 언급은 긍정적이다. 첫 골의 크로스 타이밍은 정말 최고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것들이다."

-인천 이기형 감독 : "전반전 실점하지 않으려 수비적인 축구를 하려했지만 이른시간 실점을 해서 만회하기 위해 하다보니 공격적으로 해서 대량실점이 나왔다. 이기고자 하는 의욕이 앞서다보니 경고 관리가 되지 못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김용환은 전반 13분만에 뺀 것은 근육에 문제가 있어 부득이하게 뺐다. 퇴장 상황은 팔꿈치로 웨슬리가 친 것은 맞고 심판이 잘 판단했을 것이라본다. 웨슬리가 잘 자제했어야 했다. VR로 취소된 페널티킥도 주심분들이 판단한거니 정확할거라고 생각한다. 두경기 연속 10명으로 싸우며 더운 날씨에 힘든 경기를 하는데 앞으로 선수들에게 경고관리나 조심스러운 경기를 주문할 것이다. 수비에게 염기훈 크로스-조나탄 골을 조심하라 그랬는데 경기를 하다보니 쉽지 않았다."

▶경기정보

-수원 3 : 신화용(GK) - 곽광선 구자룡 이종성 - 김민우 다미르(후21 유주안) 최성근 김종우(후42 이상민) 고승범 - 염기훈(후34 박기동) 조나탄

-인천 0 : 정산(GK) - 하창래 최종환 채프만(후19 박용지) - 이윤표 김동민 이상협 한석종 김용환(전13 문선민, 후26 김진야) - 송시우 웨슬리

-득점 : 조나탄 10,11호골 (전10, 후20), 염기훈 3호골 (후22·이상 수원)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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