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역시 축구는 결정력이 중요하다. 득점할 수 있을 때 스코어링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2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전북현대의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8라운드. 경기를 앞두고 황선홍 감독은 찬스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 한 마디는, 이날 두 팀의 운명을 고스란히 관통하는 ‘예언’이 됐다. 득점할 수 있을 때 득점한 서울이, 그렇지 못한 전북을 2-1로 잡아냈다.

▶사령탑 출사표

- 황선홍 서울 감독: “1위 팀과 경기하는 것은 부담이 될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나는 기회로 삼고 싶다. 말이 필요없이 이길 수 있어야 한다. 결과를 내고 싶다. 이명주는 90분을 소화할 체력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축구는 혼자 하는 것이 아니다. 한 선수에게 의지하면 안 된다. 모든 선수가 의지를 가지고 적극적인 경기를 했으면 좋겠다.”

- 최강희 전북 감독 : “상대는 데얀과 윤일록이 벤치에서 출발한다. 선발 출전을 예상했는데 대비가 필요하다. 전반전 운영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중요한 것은 90분 동안 경기 흐름을 잘 유지하는 것이다. 수중전은 경기가 진행된 뒤 비가 많이 오면 변화를 줄 생각이다.”

FC서울-전북현대 선발라인업. 그래픽=김명석
▶양 팀 선발라인업

서울은 4-2-3-1 전형으로 나섰다. 박주영이 최전방에 포진했고 윤승원 이상호 조찬호가 2선에 포진했다. 중원에는 이명주와 주세종이 포진했다. 김치우 오스마르 곽태휘 고요한이 포백라인을 구축했다. 양한빈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전북은 4-1-4-1 전형을 꺼내들었다. 김신욱이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이승기 로페즈가 양 측면에 포진했다. 이재성과 장윤호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신형민이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김진수 김민재 이재성 최철순이 수비라인을, 홍정남이 골문을 각각 지켰다.

▶전반전 : 팽팽했던 균형 깨트린 윤승원의 한 방

전북이 경기 초반 주도권을 쥐었다. 김신욱 로페즈를 중심으로 서울 수비 뒷공간을 흔들었다. 전반 20분 코너킥 상황에서 김신욱의 헤더가 서울의 골문을 위협했다. 다만 슈팅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김진수의 중거리 슈팅 역시 골키퍼에게 막혔다.

서울도 역습을 통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봤다. 전반 26분 역습 상황에서 나온 박주영의 슈팅이 수비에 막혔다. 그리고 전반 35분, 0의 균형을 깨트렸다. 박주영의 패스를 받은 고요한의 슈팅이 수비에 맞고 나왔다. 박주영이 재차 슈팅으로 연결한 공을 골키퍼가 쳐내자, 문전에 있던 윤승원이 마무리했다.

전북이 반격에 나섰다. 로페즈가 빠른 스피드를 앞세워 오른쪽 측면을 돌파한 뒤 문전으로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다만 문전으로 쇄도하던 장윤호의 슈팅이 빗맞았다. 결정적인 동점골 기회를 놓쳤다. 이후 서울이 1골 앞선 가운데 전반전이 마무리됐다. 슈팅수는 서울 7개, 전북 4개.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후반전 : ‘90+4분’ 승부 결정지은 박주영의 한 방

양 팀 모두 교체카드없이 후반전을 맞이했다. 그리고 전북이 후반 3분 균형을 맞췄다. 최철순의 크로스를 이승기가 슈팅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주심은 당초 파울을 지적하지 않았으나,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s·Video Assistant Referee System)에 의해 페널티킥으로 정정됐다. 키커로 나선 김신욱이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이후 두 팀은 균형을 깨트리기 위한 결정적인 기회를 번갈아 놓쳤다. 전북이 먼저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10분 로페즈가 골키퍼와의 일대일 기회를 놓쳤다. 2분 뒤에는 문전에서 찬 박주영의 슈팅이 수비수에 막혔다.

후반 중반 이후 전북이 공세를 펼쳤다. 후반 24분에는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김신욱이 헤더로 연결했다. 슈팅은 양한빈의 선방에 막혔다. 골라인 바로 앞에서 김신욱이 재차 슈팅으로 이어가려 했으나, 이마저도 양한빈이 먼저 쳐냈다.

거센 빗줄기가 쏟아진 가운데 균형을 깨트리기 위한 공방전이 이어졌다. 후반 40분에는 변수가 발생했다. 앞서 한 장의 경고를 받았던 신형민이 두 번째 경고를 받고 퇴장 당했다. 남은 시간 서울이 수적 우위 속에 치렀다.

추가시간 서울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기회를 잡은 고요한이 오른발 슈팅으로 전북의 골문을 노렸다. 다만 슈팅은 골키퍼 손에 맞은 뒤 골대에 맞았다. 아쉬움을 삼키려던 찰나, 서울이 극적으로 승부를 결정지었다. 코너킥 상황에서 이명주의 머리를 맞고 흐른 공을 박주영이 마무리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종료 : 서울, 4경기 만에 승전보

이날 승리로 서울은 4경기 만에 승리를 거뒀다. 승점25점(6승7무5패)을 기록하며 상위스플릿 진입을 위한 발판 마련에도 성공했다. 홈에서는 지난 5월 3일 전남드래곤즈전 이후 약 두 달만의 승리. 반면 전북은 8경기 연속 무패의 흐름이 끊겼다. 승점 36점(10승5무3패)으로 2위 울산현대와의 격차가 3점으로 유지됐다.

▶두 팀의 운명을 가른 단 한 가지 이유

서울도, 전북도 많은 기회를 주고받았다. 서울은 슈팅 17개, 전북은 14개를 서로의 골대를 향해 퍼부었다. 경기 전 황 감독의 표현대로 ‘득점할 수 있을 때 넣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됐다. 서울은 전·후반 각각 결정적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슈팅이 골대에 맞는 불운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윤승원의 선제골, 박주영의 결승골 모두 문전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은 결과물이었다.

반면 전북은 수차례 기회를 놓쳤다. 슈팅을 허공으로 날리거나,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전반 막판 역습 상황에서 나온 빗맞은 장윤호의 슈팅이나, 후반 골키퍼와 일대일로 맞서고도 기회를 놓친 로페즈의 장면, 양한빈의 선방에 막힌 김신욱의 슈팅 등은 ‘득점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장면들이었다. 결국 두 팀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서울 수비가 남긴 여지, VAR이 잡아냈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은 VAR과 관련해 “박스 안, 특히 위험지역에서의 수비 방법이 달라져야 한다. 선수들에게도 주의를 더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페널티킥 판정은 비디오 판독 대상인데, 이제는 주심이 보지 못하더라도 향후 정정될 수 있게 된 까닭이다. 그 ‘여지’를 남기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여지는 서울 수비진이 남겼다. 후반 1분이었다. 최철순의 크로스를 이승기가 슈팅하는 과정에서, 고요한이 이승기의 유니폼을 잡아 당겼다. 전북 선수들이 거세게 항의했으나 주심의 휘슬은 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VAR이 이를 잡아냈다. 귀에 손을 댄 채 VAR과 의견을 주고받은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사실에 기반을 둔 판정은 주심이 비디오를 직접 확인하지 않더라도 정정이 가능하기 때문. 주심의 최초 판정에 따라 페널티킥이 선언되지 않았을 장면이, VAR에 의해 정정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후 기자회견

- 황선홍 서울 감독 : “어려운 경기였다. 비가 많이 오는데 팬들이 많이 성원해주셨고, 그래서 선수들도 이기고자 하는 마음이 강했던 것 같다. 홈에서 승리를 못해 마음의 짐이 무거웠다. 조금이나마 덜어낸 것 같다. 페널티킥을 일찍 실점해서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번째 장면에서 양한빈이 선방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이 승리로 이어졌다.”

- 최강희 전북 감독 : “빗속에서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이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다. 축구에서 찬스에서 골을 못 넣으면 비길 수도 질 수도 있다. 경기를 진 것은 중요하지 않다. 선수들이 끝까지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그 부분이 고맙고 수고했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패배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빨리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정보

- 서울(4-2-3-1) : 양한빈(GK) - 김치우 오스마르 곽태휘 고요한 - 이명주 주세종 - 윤승원(후27‘이석현) 이상호(후43’심상민) 조찬호(후9‘윤일록) - 박주영

- 전북(4-1-4-1) : 홍정남(GK) - 김진수 김민재 이재성 최철순 - 신형민 - 이승기(후30‘고무열) 장윤호 이재성 로페즈(후19‘에두) - 김신욱(후35’이동국)

- 득점 : 윤승원 2호(전35분) 박주영 6호(후49분·이상 서울) 김신욱 7호(후3분PK·전북)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