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관중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가치’에 돈을 지불할 수 있도록 선수들이 노력해야 한다.”

최근 방한한 발레리 니폼니시 전 부천SK 감독이 한국축구에 건넨 메시지다. K리그 관중이 줄어드는 것과 관련된 충고였는데, 최근의 FC서울이 새겨들어야 할 한 마디이기도 하다.

2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구FC와의 K리그 클래식 15라운드는 서울에게 여러 모로 중요한 의미가 있었다. 지난 4월 원정에서 당한 패배를 설욕해야 했고, 또 사흘 전 수원삼성과의 라이벌전 승리를 통한 분위기를 이어갈 경기이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앞서 3경기 연속 승리를 선사하지 못한 홈팬들을 위한 무대여야만 했다.

앞서 서울은 챌린지(2부리그)팀인 부산아이파크와의 FA컵에서 승부차기 끝에 패배했다. 이후 강원FC전 2-3 패배, 울산현대전 0-0 무승부 등 번번이 홈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특히 최근 리그 2경기에는 총 3만 명이 넘는 관중이 찾았으나, 많은 팬들은 번번이 아쉬움을 삼킨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대구전을 앞두고 황선홍 감독도 “홈에서의 승리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공격성향이 강한 선수들을 배치해 적극적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아주는 팬들을 위한 경기를 펼치겠다는 속뜻이 담겨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러나 경기는 황 감독의 의지와는 정반대로 흘렀다.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겠다던 서울은 경기 내내 흔들렸다. 공격 전개는 원활하지 않았고, 패스는 번번이 상대에게 끊겼다. 선수들간 호흡마저 맞지 않으면서, 급기야 서로를 탓하며 아쉬워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전반전 슈팅수는 단 1개. 그마저도 전반 35분, 박주영의 프리킥이 서울의 유일한 전반전 슈팅이었다. 후반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나마 막판 상대의 퇴장으로 수적 우위를 점한 뒤에야 공세를 펼쳤으나 끝내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0-0 무승부로 경기가 마무리되자, 관중석 이곳저곳에서는 아쉬움의 탄식이 흘러 나왔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또 다시’ 아쉬움 속에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수적 우위 덕분에 공세를 펼친 경기 막판을 제외하면, 이날 전반적인 서울의 경기력은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니폼니시 감독의 표현을 빌려 보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서울 팬들이 돈을 지불할 만큼의 가치를 보여준 경기였는지 의문을 가질 만했다.

4경기 연속 홈 무승, 그리고 낙제점에 가까운 경기력. 이러한 상황들이 반복된다면, 팬들 역시 굳이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향할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해결책은 결국 그라운드 위 선수들, 그리고 황선홍 감독의 몫이다.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팬심은 금방 등을 돌린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