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중등 전국대회가 열린 축구장 기온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말 그대로 사투(死鬪)였다.

지난해 8월 초 지방의 한 축구장.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이날 축구장 기온은 인조잔디 지열까지 더해져 40도가 넘었다. 잔디 위에 올려둔 기온계는 50도에 다다르더니 곧 오류가 났다. 어른들조차 땡볕에 서 있는 것이 힘겨웠던 그날 오후 2시 40분. 축구장에는 중학생 선수들의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려 퍼졌다.

비상식적인 어른들의 결정에, 아이들은 살인적인 폭염에 그대로 노출이 된 채 경기를 치렀다. 상대를 이기겠다는 각오가 아니라, 실제로 위험한 조건 속에서 사투를 벌여야 했다. ‘무슨 일이라도 나는 것 아닌지’에 대한 우려는 결코 과하지가 않았다.

대회 유치에만 혈안이 된 주최측과 지자체,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의 방관이 빚어낸 일이었다. 한낮 경기는 경기일 수와 경기장 수는 제한적인데도 참가팀 수를 무리하게 받으면서 불가피하게 편성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관련 규정을 두고도 별다른 제동을 걸지 않았다.

조명시설을 활용해 저녁에 경기를 치르거나, 대회를 분산 개최하는 등 대안이 있음에도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이처럼 아이들이 한낮에 사투를 벌여야 했던 것은, 곧 ‘그들’에게 아이들의 안전은 뒷전이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올해 역시 대한축구협회의 승인 아래 ▶초등부 화랑대기(경주) ▶중등부 추계한국중등연맹전(제천) 해나루기(당진) 금강대기(강릉) 무학기(창녕) ▶고등부 백록기(제주) 청룡기(김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배(고성) 대통령금배(영광) 한국고등학교축구연맹전(합천) 등 전국대회가 열린다.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무더위 속에서 개최되는 대회다.

대한축구협회나 대회 주최측은 물론, 감독 등 각 팀들의 대표자들 역시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기다. ‘누군가의 아이가 실려가 사경을 헤매야 그제야 바뀔 지…’. 최근 축구선수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우려의 목소리다. 어른들이 변하지 않는 한, 안타까운 일은 언제라도 찾아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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