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수원=김명석 기자] FC서울은 냉정했다. 침착하게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었고, 이를 통해 2골을 만들어냈다. 반면 수원삼성은 경기 내내 묘책을 찾지 못했다. 오히려 잦은 패스미스 등으로 스스로 기회를 저버렸다. 두 팀의 희비가 갈릴 수밖에 없었던 이유였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서울이 81번째 슈퍼매치의 주인공이 됐다. 서울은 18일 오후 6시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14라운드 원정경기에서 하대성 윤일록의 연속골을 앞세워 조나탄이 1골을 만회한 수원을 2-1로 제압했다. 적지에서 거둔 값진 승전보와 함께 역대전적에서는 29승20무32패로 그 격차를 좁혔다.

▶사령탑 출사표

- 서정원 수원 감독 : “오랜만에 홈경기를 치러서 즐겁다. 잔디 상태도 좋다. 슈퍼매치는 할 수 있는 준비를 최대한 해야 하는 경기다. 중원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도 뒤지지는 않는다.”

- 황선홍 서울 감독 :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이제는 결과를 내야 한다. 냉정함을 유지해서 경기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분위기를 잡는 것이 필요하다. 약점을 드러내더라도 공격에 무게를 싣겠다.”

수원삼성-FC서울 선발라인업. 그래픽=김명석
▶양 팀 선발라인업

수원은 3-4-1-2 전형으로 나섰다. 염기훈 조나탄이 투톱을 형성했고, 산토스가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고승범과 김종우 이종성 장호익이 미드필드진을 구축했고, 매튜 곽광선 구자룡이 스리백(Back3) 라인에 섰다. 골키퍼 장갑은 신화용이 꼈다.

서울은 4-3-3 전형으로 맞섰다. 데얀이 최전방에 포진했고 윤일록 조찬호가 양 측면에 포진했다. 주세종과 오스마르 하대성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김치우 황현수 곽태휘 이규로가 수비라인을, 양한빈이 골문을 각각 지켰다.

▶전반전 : 하대성 선제골에 조나탄 2분 만에 ‘응수’

경기 초반부터 탐색전과 신경전이 펼쳐졌다. 양 팀 모두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중원에서 치열하게 맞섰다. 기세는 좀처럼 한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첫 슈팅은 전반 25분에야 나왔다. 고승범이 오른발 발리 슈팅으로 서울의 골문을 위협했다. 이에 질세라 서울도 주세종의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응수했다.

0의 균형은 전반 32분 원정팀 서울이 먼저 깨트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이규로의 크로스를 하대성이 헤더로 연결,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리드는 오래가지 않았다. 조나탄이 2분 뒤 역습 상황에서 골키퍼 키를 넘기는 절묘한 슈팅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경기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양 팀 모두 서로의 뒷공간을 노리며 재차 균형을 깨트리려 노력했다. 전반에만 5장의 옐로카드가 나올 만큼 뜨거운 신경전이 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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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균형 깨트린 윤일록의 ‘한 방’

하프타임 황 감독이 승부수를 먼저 던졌다. 조찬호 대신 박주영을 투입해 전방에 변화를 줬다. 박주영은 조찬호가 뛰었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배치됐다. 수원이 후반 1분 만에 포문을 다시 열었다.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조나탄이 오버헤드킥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서울도 기회를 잡았다. 후반 7분 역습 상황에서 윤일록이 왼발 슈팅으로 수원 골문을 겨냥했다. 다만 몸을 날린 신화용의 선방에 막혔다.

이후 경기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양 팀 모두 교체카드를 통해 반전을 꾀했다. 수원은 산토스 대신 다미르를, 서울은 곽태휘 대신 이석현을 투입했다. 그리고 후반 22분, 서울이 다시금 균형을 깨트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이규로의 크로스를 윤일록이 오른발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해 수원의 골망을 흔들었다.

일격을 맞은 수원은 김종우 대신 김민우, 고승범 대신 박기동을 차례로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그러나 좀처럼 상대 수비진을 공략하지 못했다. 오히려 서울이 빠른 역습 등을 앞세워 주도권을 쥔 채 거듭 추가골을 노렸다. 시간은 서울의 편이었다. 점차 안정에 무게를 두기 시작한 서울은 다급해진 수원의 추격을 끝내 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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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종료 : 서울, 슈퍼매치 승리+분위기 반전 성공

서울이 약 45일 만에 승전보를 울렸다. 최근 리그 4경기 연속 무승(2무2패)의 늪에 빠져 있던 서울은 이날 승리로 분위기를 돌리는데 성공했다. 상대가 ‘라이벌’ 수원이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컸다. 리그 성적은 5승5무4패(승점20)로 수원과 순위를 맞바꿔 6위로 올라섰다. 반면 최근 FA컵 포함 3승1패, 리그 5승2패 등 상승곡선을 그리던 수원의 기세는 꺾여버렸다.

▶자멸한 수원, 이길 자격 충분했던 서울

이날 수원은 유독 패스미스가 잦았다. 한껏 기세를 올리다가도, 허무하게 공 소유권을 잃는 장면이 반복됐다. 특히 측면 지역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팀 전체가 힘이 빠져야 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전반 초반부터, 후반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1골이 절실하던 순간, 상대 수비를 무너뜨릴 묘책도 좀처럼 마련하지 못했다. 상대를 몰아치기보다 거듭 상대에게 기회를 내줘야 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서정원 감독의 연이은 교체카드 역시 효과는 없었다.

반면 서울은 침착하게 상대의 빈틈을 노렸다. 특히 2골 모두 오른쪽 측면 크로스에 이은 공격으로 만들어냈다. 이규로의 두 차례 크로스가 각각 하대성의 헤더, 윤일록의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됐다. 수원이 스스로 흔들리는 사이 서울은 상대의 약점을 파고들었고, 값진 결실까지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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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매치, 이번에도 장외열전은 뜨거웠다

축구대표팀의 부진 등 최근 한국축구에 우울한 소식들로 가득 차 있지만, 두 팀이 펼치는 ‘슈퍼매치’만큼은 여전히 뜨거웠다. 킥오프 2시간여 전부터 양 팀 응원석에는 가득 찼다. 특히 U-20 월드컵 관계로 33일 만에 홈경기를 맞이한 수원 서포터스는 경기 전부터 경기장을 뜨겁게 달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킥오프 이후에는 원정석을 메운 서울 서포터스의 응원까지 더해져 치열한 응원전이 펼쳐졌다. 환호와 함성, 탄식이 교차했고, 특유의 응원가까지 경기장을 가득 메웠다. 두 팀의 관중들이 만드는 슈퍼매치 장외열전은, ‘이번에도’ 뜨거웠다.

▶경기 후 기자회견

- 서정원 수원 감독 : “아쉽다. 홈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치렀고, 홈팬들에게 즐거움을 드렸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 세밀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컸다. 측면에서 오는 크로싱이 올라오는 상황에서 2골을 다 내줬다. 수비에서 적극적으로 마크를 했어야 하는데, 그런 부분들이 아쉬운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슈퍼매치 패배는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 황선홍 서울 감독 : “휴식기 이후 첫 경기였고, 라이벌전이었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하고 싶었다. 많은 팬분들의 성원, 그리고 선수들이 준비했던 것을 잘 해준 덕분에 이길 수 있었던 것 같다. 휴식기 동안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 올리는데 주력했는데, 이번 경기 승리로 짐을 좀 덜 수 있게 됐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2경기가 홈경기로 치러지는데, 잘 준비해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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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정보

- 수원(3-4-1-2) : 신화용(GK) - 매튜 곽광선 구자룡 - 고승범(후35‘박기동) 김종우(후23‘김민우) 이종성 장호익 - 산토스(후17‘다미르) - 염기훈 조나탄

- 서울(4-3-3) : 양한빈(GK) - 김치우 황현수 곽태휘(후19‘이석현) 이규로(후40‘심상민) - 주세종 오스마르 하대성 - 윤일록 데얀 조찬호(HT박주영)

- 득점 : 하대성 1호(전32분) 윤일록 1호(후21분·이상 서울) 조나탄 5호(전34분·수원)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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