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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반전은 ‘이번에도’ 없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슈틸리케호의 항해가 끝나야만 하는 이유다.

1년 전 이맘때였다. 라오스, 미얀마 등 몇 수 아래 팀들을 상대로 잘 나가는 듯 했던 슈틸리케호는 스페인에 1-6으로 참패하며 그 민낯을 드러냈다. 그리고 9월부터 시작된 월드컵 최종예선부터 슈틸리케호는 바람 잘날 없었다.

출발부터 좋지 못했다. 중국과의 첫 경기에서 3-2 진땀승을 거두는데 그치더니, 중립지역에서 펼쳐진 시리아전에서는 0-0으로 졌다. 이란 원정에서는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하는 졸전을 펼쳤고, 이후 우즈베키스탄전 진땀승, 사상 첫 중국 원정 패배 등 극심하게 흔들렸다.

문제는 비단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만이 아니었다. 최종예선 내내 단 한 경기도 슈틸리케호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지 못했다. 수비는 늘 불안했고, 창끝 역시 대부분 무뎠다. ‘잘 싸웠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경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적인 역량도 늘 도마 위에 올랐다. 4-2-3-1로 대변되는 획일적인 전형과 찾아볼 수 없는 부분 전술 등이 그 중심에 섰다. 애매한 선수 선발의 기준,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어서 졌다”는 등의 말실수 등까지 팬심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경질설이 돌았다. 결국 지난 4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가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두고 회의를 진행했다. 격론 끝에 내린 결론은 “한 번 더 믿고 간다”였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한 번 만 더 믿음을 보내달라”며 성원을 당부했다.

이라크-카타르로 이어진 6월 일정은 그래서 더 중요했다. 결과는 물론이거니와, 믿음을 보낼 만한 반전을 슈틸리케호 스스로가 보여줘야 했다. 변명의 여지는 없었다. 손흥민(토트넘홋스퍼) 기성용(스완지시티) 등 선수단의 경쟁력은 여전했다. 조기소집을 통해 부족한 훈련시간도 메웠다.

반전은 없었다. FIFA랭킹 120위 이라크를 상대로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무승부에 그쳤다. 이어진 카타르전에서는 조 최하위를 상대로 2-3으로 패배했다. 경기 내내 답답함을 감출 수 없는 경기력은 여전했다. 수비는 불안했고, 공격전개는 답답했다. 조 2위라는 자리는 지켜냈으나, 의미를 부여할 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슈틸리케호를 향하던 일말의 기대감은 실망감, 나아가 절망감으로 돌아왔다. 앞서 슈틸리케 감독이 ‘한 번만 더’ 믿음을 달라고 했듯, 이제 더 이상 슈틸리케호를 향해 믿음을 보내줄 팬들은 없다.

슈틸리케호의 항해는 여기서 마쳐야 한다.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다면, 대한축구협회가 앞장서서 지휘봉을 빼앗아야 한다. 벼랑 끝에 몰린 한국축구가 반전을 기대해볼 '유일한 길'이다.

*김명석의 디스+는 특정 사안(This)에 대해 심층 보도하거나, 그 사안을 비판적인 시선(Diss)으로 바라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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