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지난 4월, 대한축구협회 기술분과위원회(이하 기술위)의 ‘대책 없던 신임’이 한국축구를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당시 기술위는 이용수 위원장을 필두로 제2차 기술위원회를 열고 경질 위기에 몰렸던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을 결정했다. 중국 원정 0-1 패배, 시리아전 진땀승 등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거듭된 부진 직후의 일이다.

특히 당시 기술위는 그저 ‘신뢰’라는 단어로 슈틸리케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결과뿐만 아니라 최종예선 내내 이어진 무기력한 경기력, 선수 선발 등 논란이 거듭되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신뢰하기로 결정을 내렸다”고 했다.

신뢰의 명분은 ‘과거’였다. 당시 이 위원장은 슈틸리케 감독의 유임 근거로 2년 전 아시안컵 준우승, 동아시안컵 우승 등을 거론했다. 예선 내내 이어진 부진,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거에 잘한 바가 있으니, 한 번 더 믿어보겠다’는 허무한 논리를 내세운 셈이다.

미래를 내다보지는 않았다. ‘6월 카타르전 패배로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했냐’는 질문에, 당시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란다”는 다소 허망한 답만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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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석하게도 기술위의 바람마저도 슈틸리케 감독은 저버렸다. 슈틸리케호는 14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각)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와의 최종예선 8차전에서 2-3으로 졌다. 최종예선 내내 제기되어 온 문제점들은, 이번에도 하나같이 변함이 없었다. 앞서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했던 이라크와의 평가전 0-0 무승부 역시 그 연장선에 있었다.

더 이상 슈틸리케호의 경기력에는 '반전'을 기대해볼 수 없게 됐다. 그리고 그 이면에 두 달전 기술위의 '대책없던 신뢰'가 자리 잡고 있다. 한국축구가 더욱 걷잡을 수 없이 추락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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