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군단’ 네덜란드는 지난해 유로 2016에서 본선 무대를 밟지 못하는 굴욕을 맛봤다. 본선 참가국 수가 16개에서 24개로 늘었음에도 ‘오렌지 군단’은 예선을 뚫지 못했다. 체코와 아이슬란드에 홈과 원정 모두 패했고, 터키 원정에서는 0-3이라는 충격적인 스코어로 무너졌다.

최근 십여년간 네덜란드 대표팀의 중추 역할을 도맡고 있는 아르연 로번 ⓒAFPBBNews = News1
무엇보다 세대교체가 시급했다. 네덜란드는 지난 2006 독일 월드컵부터 아르연 로번과 베슬러이 스네이더르에 10년 넘게 의존하고 있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멤피스 데파이와 르로이 페르 등 신진 선수들에게 기대를 걸어봤지만, 기대보다 성장이 더디다.

그 결과 네덜란드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절반이 지난 유럽 예선 A조에서 스웨덴과 프랑스에 뒤처져있다.

심지어 불가리아 원정에서는 0-2로 패하며 4위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다행히 룩셈부르크를 잡아 조 3위로 올라서기는 했지만, 여전히 ‘오렌지 군단’의 러시아행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위기를 느낀 네덜란드 축구협회는 칼을 빼 들었다. 지난 3월 불가리아 원정 충격패의 책임을 물어 대니 블린트 감독을 해임했다. 그리고 1994 미국 월드컵과 유로 2004에서 대표팀을 지휘한 경험이 있는 딕 아드보카트를 불러들였다.

감독 교체가 신의 한 수가 된 것일까. 네덜란드는 지난 1일 모로코와의 친선경기에서 2-1로 승리했고, 코트디부아르와 평가전에서는 5-0 대승을 거뒀다. 무려 1년 만에 2연승이다. 빈센트 얀센이 2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존재감을 드러냈고, 로번도 코트디부아르전에서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마침내 본고사에서도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네덜란드는 지난 10일 러시아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 A조 6차전 룩셈부르크와 홈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로번과 스네이더르, 퀸시 프로메스 등이 골맛을 보며, 아드보카트호의 화려한 출발을 이끌었다. 친선경기를 포함하면 3연승이자 2경기 연속 5-0 대승이기도 했다.

그러나 네덜란드는 여전히 조 3위다. 스웨덴이 홈에서 프랑스를 잡고 조 1위로 올라서면서, 2위 싸움도 더욱 힘겨워졌다. 각 조 1위만이 월드컵 본선으로 직행하고, 2위 팀 중 성적이 좋은 8팀이 플레이오프를 치러야 하는 만큼 네덜란드의 러시아행은 여전히 오리무중인 셈이다.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하다. 네덜란드는 아직도 로번에게 크게 의존한다. 그의 유무에 따른 네덜란드 대표팀 경기력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그의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에 막힐 때, 네덜란드는 공격의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는 인상이 짙다. 지난 불가리아 원정이 대표적이다. 대승을 거둔 룩셈부르크전 역시 로번이 선제골을 뽑아내지 못했다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로번의 후계자로 불리는 퀸스 프로메스의 존재감이 더욱 커져야 한다 ⓒAFPBBNews = News1
결국 프로메스와 데파이의 존재감이 이보다 더욱 커져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프로메스는 로번의 강력한 후계자로 불린다. 빠른 발과 드리블 능력이 있고, 득점력까지 가졌다. 올 시즌 러시아 프리미어리그에서 26경기에 나섰고, 12골 9도움을 기록했다. 로번과 함께 양 측면을 도맡을 정도로 대표팀 내 입지도 탄탄하다. 유럽 예선 벨라루스전 멀티골 이후 오랜만에 득점포도 가동한 만큼, 이제는 꾸준한 활약이 필요하다.

데파이도 마찬가지다. 이전까지 유럽 예선 2경기(교체) 출전이 전부였지만, 아드보카트 감독은 룩셈부르크전에서 그를 선발로 내세웠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올림피크 리옹으로 이적, 리그 16경기에 나서 5골 7도움을 기록한 만큼, 과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다. 데파이는 그 믿음에 꾸준한 활약으로 보답해야 한다.

아약스의 유로파리그 준우승을 이끈 데이비 클라센, 리버풀의 중심 조르지니오 바이날둠 등도 오렌지 군단의 위기 탈출에 앞장서야 한다. 젊은 선수들이 로번과 스네이더르 못지않은 존재감을 보여줘야만,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 지난날의 영광(2010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 2014 브라질 월드컵 3위)도 이어갈 수 있다.

네덜란드는 남은 4경기 모두 승리한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물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프랑스 원정이 남아있고, 홈에서 프랑스와 비기는 등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벨라루스 원정도 치러야 한다. 조 1위로 올라선 스웨덴과 홈경기 역시 만만찮다. 하지만 모두 이겨야만, 네덜란드는 러시아에 갈 수 있다.

과연 네덜란드는 유로 2016 예선 탈락이라는 굴욕을 만회할 수 있을까. 출발이 좋은 아드보카트호의 앞날에 축구팬들의 관심이 쏠린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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