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부천=김명석 기자] 부천FC1995와 서울이랜드FC의 경기가 열린 10일 부천종합운동장. 경기장 주변, 그리고 관중석에 반가운 얼굴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1990년대 중반, 세밀하고 정교한 패스 플레이로 한국축구에 새 바람을 불러일으켰던 발레리 니폼니시 감독이었다.

그는 지난 1995년 유공코끼리(이후 부천SK) 감독으로 부임해 4년 동안 팀을 이끌며 부천 축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패스를 앞세운 ‘니포축구’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눈높이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이끌며 K리그에 큰 이정표를 세운 사령탑으로 평가받는다.

니폼니시 감독은 새 창단 10주년을 맞이한 부천FC의 요청에 의해 방한했다. 그가 한국땅을 밟은 것은 이번이 19년 만이다. 니폼니시 감독은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는 팬들의 부름으로 받아들이고 흔쾌히 응했다”고 웃어 보였다. 손녀 리사 양과 함께 지난 7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출국해 이튿날 입국하는 일정이었다.

구단도 ‘부천 축구의 스승’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현수막 등 다양한 홍보 채널을 통해 팬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려 애썼다. '방탄소년단' 팬이라는 손녀도 부천 곳곳에 내걸린 할아버지의 얼굴 사진을 보며 신기해했다는 후문.

니폼니시 감독은 방한 후 부천 프로선수들과 유소년선수들을 만나 격려했다. 선수들에게도, 정갑석 감독에게도 의미있는 조언들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토크 콘서트 등을 통해 자신을 기억해주는 팬들과 만나는 시간도 가졌다. 니폼니시 감독은 "팬들과 치맥(치킨+맥주)을 했다"며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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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10일에는 부천종합운동장을 찾아 부천과 서울E의 경기를 직접 관전했다.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는 “(부천 시절)비겨도 챔피언이 될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기도 했고, 반대로 컵대회 우승했을 때도 있었다. 관중석이 점점 더 늘어나는 점도 기억이 난다”며 “한국에 와서 지난 이야기들을 많이 하고 있다. 좋은 추억들을 만들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라고 웃어 보였다.

킥오프를 앞두고 부천 서포터스 ‘헤르메스’가 그의 이름을 연호하자, 니폼니시 감독은 서포터스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손녀 리사는 매치볼을 주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후 니폼니시 감독은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유심히 지켜봤다. 부천도 전반 14분 바그닝요의 선제골 등 경기 내내 맹공을 펼쳤다.

하프타임에는 소개 영상을 시작으로 관중들에게 인사하는 시간도 가졌다. 등번호 57번이 새겨진 유니폼도 전달받았는데, 57은 니폼니시 감독이 부천을 이끌고 승리한 경기수였다. 이후 그는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팬들도 뜨거운 박수와 환호, 그리고 그의 얼굴이 새겨진 깃발을 흔들며 화답했다..

니폼니시 감독이 경기장에 찾은 날, 부천은 서울이랜드를 꺾고 연패에서 탈출했다. 경기 후 정갑석 감독은 “니폼니시 감독이 오셔서 가라앉아있던 팀 분위기가 살아났고, 여러 조언 등 시너지 효과가 많은 도움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19년 만에 한국땅을 밟은 니폼니시 감독의 여정은, 11일 러시아 출국을 통해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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