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뜻 보기에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선수들보다 훨씬 어려 보였다. 17세의 중앙 수비수 마타이드 데 리흐트는 물론이고, 19세의 카스퍼 돌베리, 20세의 다비손 산체스 등 ‘소년’이라는 칭호가 어울리는 선수들이 대부분이었다. 실제로 아약스의 선발 명단 중 25세 이상 선수는 단 두 명뿐이었다. 30세의 라세 쇠뇌가 그나마 가장 노장이었고, 25세의 요엘 펠트만이 그 다음이었다.

아약스는 재능이 넘쳤지만, 경험이 부족했다. 결승전이라는 큰 무대에 대한 압박감과 맨유라는 거대 클럽에 대한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경기 시작과 함께 몸은 굳어있었고, 해결책을 찾지 못했다. 이럴 때일수록 하나의 팀으로 뭉쳐야 했지만, 개인 능력으로만 경기를 풀어갔다. 이것이 결승전의 승부를 갈랐다.

아약스가 25일 새벽 3시 45분(한국시각) 스웨덴 스톡홀름에 위치한 프렌즈 아레나에서 열린 2016~2017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결승전 맨유와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아약스는 ‘주포’ 돌베리와 ‘에이스’ 데이비 클라센이 맨유의 노련한 수비 앞에 침묵을 지키면서 큰 아쉬움을 남겼다.

아약스의 ‘에이스’ 데이비 클라센(왼쪽)이 폴 포그바(오른쪽)를 수비하고 있다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 17분 폴 포그바의 중거리 슈팅이 수비수 산체스의 몸에 맞으며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루앙 펠라이니의 패스를 받아 슈팅할 각도를 잡아내는 움직임과 마무리가 좋기도 했지만, 산체스의 몸에 맞지 않았더라면 실점을 막을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았다.

만회골이 필요했지만, 오히려 추가 실점까지 내줬다. 코너킥 상황에서 크리스 스몰링과 헨리크 미키타리안을 놓치면서 점수 차가 벌어졌다. 교체 카드를 활용해 반전의 계기를 마련해보려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슈팅 숫자에서 10개나 앞섰지만, 유효 슈팅은 오히려 1개가 적었다. 그만큼 세밀함이 떨어졌다.

결국 아약스는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0-2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그러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아약스는 평균 연령이 22세로 매우 젊은 팀이다. 이날은 침묵했지만, 시즌 내내 최전방을 책임진 돌베리는 어린 나이임에도 리그 16골을 몰아쳤다. 유로파리그에서도 6골을 기록하며 팀을 결승에 올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아약스와 네덜란드의 희망으로 떠오른 클라센 역시 리그 14골 9도움, 유로파리그에서 2골을 기록하며 다음 시즌 활약을 더욱 기대케 했다. 올 시즌 팀 내 최다 도움(15개)을 기록한 하킴 지예흐도 날카로운 킥 능력을 앞세워 공격의 중심 역할을 했던 만큼, 미래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선수다.

공격진뿐 아니라 수비진 역시 큰 희망을 남겼다. 특히, 이날 중앙 수비수로 호흡을 맞춘 산체스와 데 리흐트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포그바의 슛을 막으려다 아쉽게 실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산체스의 활약은 대단했다. 후반 40분 제시 린가르드의 일대일 찬스를 엄청난 스피드를 활용해 무산시키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산체스가 아니었다면, 이날 아약스는 더 많은 실점을 내줄 수도 있었다.

17세의 나이로 결승 무대에 선발로 나서 좋은 모습을 보인 마타이드 데 리흐트
데 리흐트는 17세란 나이 자체가 강력한 무기다. 188cm의 큰 체격을 갖췄고, 스피드도 있다. 경험이 부족해 공격으로 나아가는 패스와 전술 이해도는 떨어질지 모르지만, 성장 가능성만큼은 엄청나다. 올 시즌 리그 11경기(선발 6경기), 유로파리그 9경기(선발 8경기), 특히 결승전 풀타임을 소화하며 경험까지 쌓은 만큼, 다음 시즌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올 시즌 아약스의 도전은 박수받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맨유와 준결승에서 치열하게 맞붙었던 셀타 비고를 상대로 1승 1무(조별리그)를 기록했고, 8강전에서는 ‘전통의 강호’ 샬케 04를, 준결승에서는 올림피크 리옹을 4-3으로 무너뜨렸다. 젊음을 앞세운 생동감 넘치는 공격 축구로 유럽 무대에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한 것은 아쉽지만, 이날의 패배가 곧 경험이 되어 발전된 미래를 기대할 수 있기에 아약스는 고개를 숙일 필요가 없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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