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병지입니다. 오랜만에 칼럼으로 다시 찾아뵙습니다. 지금 한국은 2017 FIFA U-20 월드컵으로 뜨겁습니다. 저 역시 오랜만에 한국에서 열리는 FIFA주관 대회인 U-20월드컵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셨듯 저 역시 지난 20일 있었던 한국과 기니의 A조 1차전을 보면서 흐뭇함과 밝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었습니다. 오늘 칼럼에서는 기니전에 대한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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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감독의 전략을 정확히 경기장에서 구현한 기특한 어린선수들

'하지말라!'가 아닌 '하고 싶은거 다해.!' 그래서 다해낸 기니전이 아닌가 싶습니다.

신태용 감독은 확실히 기니전에 대해 철저히 준비한 것이 경기 내내 느껴졌습니다. 경기 초반 섣부르게 앞으로 나가는 것보다 탄탄히 뒤를 지키면서 상대를 끌어들이다 뒷공간을 노리는 플레이는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롱킥을 통해 한 번에 최전방으로 연결하는 킥도 정확하다보니 기니가 경기 내내 수비 뒷공간에 대한 염려를 많이 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다보니 역습을 나가다가도 도리어 한국에게 뒷공간을 당했고 한국은 매우 전략적으로 이를 잘 해냈습니다.

신태용 감독의 전술, 전략적인 성공인 것은 물론 그런 의도를 잘 이해하고 경기장에서 잘 구현해내고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해낸 선수들이 어리지만 참 자랑스러웠습니다. 근래에 한국 축구가 본선 무대에서 3-0이라는 대승을 거두는 경우가 없었기에 국민들도 더 기뻐했고 경기를 압도하고 내용에서도 만족스러웠던 것은 U-20대표팀이 참 좋은 방향으로 가고 있음을 새삼 느꼈습니다.

▶저돌성의 이승우, 섬세함의 백승호 - 환상의 바르샤 조합

1골 1도움을 기록한 이승우와 세 번째 골을 넣은 백승호는 역시 바르셀로나 듀오로서 명불허전이었습니다. 이승우의 드리블 돌파가 때론 투박하다.라고 하는 분들도 가끔 계시지만, 여러 명의 수비수들을 몰아넣고 휘젓다보니 착시적인 모습일 뿐입니다. 한 명의 공격수에 여러명의 수비수를 달고다니는 드리블.그 자체가 저돌적이다보니 상대 수비라인을 매우 어렵게 만드는 퍼포먼스는 이승우 만이 할 수있는 드리블 입니다. 반면 백승호는 이승우가 흔들어놓은 수비라인을 간단하게 돌파하면서 공간을 찾아냅니다. 섬세함이 매우 돋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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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두 선수가 함께 뛰다보니 저돌적이면과 섬세한면이 함께 시너지를 이룹니다. 둘은 다른 성질을 가지면서 조화를 이루는 최고의 조합인 셈이죠.

경기 후 신태용 감독의 멘트를 보니 선수들에게 자율성과 함께 책임도 함께 부여하더군요. 또한 최대한 개성을 존중해주니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최고의 모습과 창의성 있는 플레이를 보여줍니다. 어린 선수들에게 자유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을 잘 주입시켜 최고의 효율을 드러내는 모습은 신 감독님께 박수를 보내줘도 마땅합니다.

▶‘독특한 헤어 선배’ 김병지가 보는 이승우의 헤어스타일

승우가 참 재밌는 머리를 했더군요. 그동안 헤어밴드를 왜 하나 했는데 머리에 새긴 'SW(승우의 약자이면서 Six Wins로 6승을 해 결승을 가겠다는 의미)'를 감추려 그랬다고 하더군요. 저 역시 일명 ‘꽁지머리’로 제 존재감을 각인시킨 바 있습니다.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책임감을 부여하는 행위입니다.

머리가 특이하면 당연히 주목을 받게 되고 부진하면 팬들에게 비난을 받습니다. 그렇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잘하려 노력하고, 튀는 만큼 잘해야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책임감을 가집니다. 승우의 헤어스타일 변신은 전 매우 프로페셔널한 모습이며 좋게 봅니다. 승우도 이런 큰 무대에서 독특한 헤어스타일을 해보면서 느끼는게 더 클 것입니다. 저 역시 월드컵을 나설 때 세계에 제 꽁지머리를 보인다는 것에 책임감을 더 느꼈던 과거가 새삼 승우 덕분에 떠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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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실점의 한국 수비 칭찬… 이제 진짜 시작이다

다들 3골을 넣은 공격진에 칭찬이 많은데 전 수비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늘 신태용호가 수비가 불안하다고 했는데 이날 경기에서는 무실점을 했고 지난 평가전에서는 스리백으로 원톱으로 나온 기니전에서는 포백으로, 자유자재로 상대의 공격옵션에 따라 전환하는 모습이 매우 매끄러웠습니다. 또한 수비라인에서 롱패스로 골챤스의 기회를 만들어주는 모습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어린 수비 선수들에 더 많은 격려가 필요합니다.

이번 대회 성적을 예상할 때 기니는 1승 제물로 생각했고 실제로 잘 이뤄냈습니다. 공격은 골을 만들어냈고 수비는 안정적으로 막아내었으며 공수의 조화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예상대로 잘했고 이제 아르헨티나, 잉글랜드가 16강전 진출을 위한 전초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르헨티나가 잉글랜드에게 0-3으로 졌지만 결코 경기력은 아르헨티나가 3골차로 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아르헨티나는 이제 한국에 지면 사실상 탈락이기에 정신적으로도 매우 무장이 잘 되어있을 것입니다. 결코 방심해서도 안되고 도리어 강하게 나올 아르헨티나를 역으로 이용하는 현명함이 필요합니다.

집중도가 확실히 다를 것이기에 이제부터 U-20 월드컵대회가 진짜 시작이라 봐도 무방합니다. 16강전의 교두보가 될 아르헨티나 경기에서도 많은 성원과 격려 보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가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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