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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의 입지는 늘 불안했다.

최근 활약 여부와는 상관없이, 팀 전술이 포백이냐 스리백이냐에 따라 선발 출전 여부가 크게 갈렸다. 공격수가 4명인 4-2-3-1 전형, 혹은 3명인 3-4-2-1 전술 사이에서 손흥민은 늘 ‘희생’을 강요받았다.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의 고집이 그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해리 케인과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향한 포체티노 감독의 신임은 ‘늘’ 두터웠다. 손흥민은 늘 그들보다 후순위였다. 4명과 3명 사이, 손흥민의 애매한 위치였다.

지난달 첼시와의 FA컵 4강전이 대표적이었다. 당시 손흥민은 리그 4경기 연속골을 터뜨리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었다. 그런데 팀 전술이 3-4-2-1 전형으로 바뀌면서, 그는 돌연 윙백 역할을 맡아야 했다. 전방에는 물론 케인과 에릭센, 알리가 포진했다. 기세가 꺾였고,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19일 오전 3시45분(이하 한국시각) 영국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스터 시티전은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스리백 전술=손흥민 제외’라는 공식이 마침내 깨진 경기였는데, 손흥민은 보란 듯이 맹활약을 펼치며 존재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동안 전술에 따른 희생을 강요했던 포체티노 감독을 향한 ‘무력시위’처럼 비춰진 이유였다.

그는 3-4-2-1 전형의 2선 공격수로 나섰다. 해리 케인, 델레 알리와 함께 전방에 포진했다. 크리스티안 에릭센이 벤치에서 대기하면서 손흥민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경기 초반부터 몸놀림이 가벼워보였다. 거듭 기회가 무산되긴 했으나 적극적으로 상대 골문을 위협했다.

예열을 마친 그는 전반 25분 케인의 선제골을 도왔다. 수비 뒷공간을 절묘하게 파고들며 단숨에 역습 기회를 만들었다. 이후 문전에서 정확한 패스로 케인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다.

기세가 오른 그는 전반 36분 팀의 2번째 골이자 시즌 20번째 골을 터뜨렸다. 문전으로 파고든 그는 케인의 로빙 패스를 오른발 다이렉트 슈팅으로 연결해 상대 골망을 흔들었다. 이어 후반 26분에는 정확하게 골문 구석을 겨냥한 중거리 슈팅으로 멀티골까지 쏘아 올렸다.

2골1도움의 맹활약. 비록 손흥민이 교체아웃된 뒤 2골을 더 넣은 케인에 가리긴 했으나, 더할 나위 없는 맹활약임에 틀림없었다. 현지 언론들은 그를 향한 극찬을 쏟아냈고, 스카이스포츠 역시 평점 9점을 주며 이날의 활약상에 박수를 보냈다.

포체티노 감독을 무안하게 만든 활약이기도 했다. 경기력 자체가 좋았던 데다가, 2골1도움 모두 동료들과의 연계플레이에서 비롯될 만큼 전술적으로도 녹아든 모습이었기 때문. 스리백 전술에서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받아야 했던 앞선 설움들을 손흥민 스스로 보란 듯이 털어낸 셈이다. 손흥민에게 이번 레스터시티전 활약은, 그래서 더 의미가 컸다.

한편 이날 2골을 더한 손흥민은 31년 전 차범근(64) U-20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세웠던 한국선수 유럽 무대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을 21골(리그14골·FA컵6골·챔피언스리그1골)로 경신했다. 손흥민은 오는 21일 오후 11시 헐 시티와의 프리미어리그 최종전 경기를 통해 2경기 연속골 사냥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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