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서울월드컵경기장=김명석 기자] 90분 동안 나온 슈팅수는 양 팀 통틀어 10개. 신중하고, 또 신중했던 두 팀의 경기 운영은 결국 무득점 무승부라는 결과를 낳았다. 상대를 꺾겠다는 의지보다는, ‘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던 까닭이었다.

FC서울과 제주유나이티드가 나란히 승점 1점씩을 나눠가졌다. 서울과 제주는 8일 오후 3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017 5라운드 맞대결에서 90분 내내 서로의 골망을 흔들지 못한 채 0-0으로 비겼다.

흐름은 경기 내내 팽팽하게 흘렀다. 중원에서는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서로의 골문을 위협할 만한 결정적인 장면들도 많지 않았다. 두 팀 모두 안정에 무게를 둔 채 경기를 운영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의 전력을 고려하면 양 팀 모두 ‘불가피했던’ 선택이기도 했다. 다만 경기 내내, 그리고 경기 막판까지도 이어진 조심스러웠던 경기 운영은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따뜻한 봄 날씨를 맞아 이날 경기장을 찾은 관중수는 1만1375명이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출사표 : “박주영, 매듭 풀어줄 역할”

- 황선홍 서울 감독 : “제주는 상위권이고, 또 좋은 평가를 받는다. 긴장해야 되겠다. (황)기욱이가 얼마나 해주느냐가 경기 분수령이 될 것이다. (박)주영이에게는 프리하게 하라고 요구했다. 매듭을 풀어줄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 조성환 제주 감독 : “권순형은 발목 염좌로, 이창민은 경고누적으로 빠진다. 아쉽긴 하나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스리백(Back3)으로 전환한 뒤 서울은 수비 뒷공간을 허용하는 것이 보완됐다. 다만 찬스를 만드는 것은 숫자적으로 부족했다. 상대가 정비되기 전에 공격을 풀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FC서울-제주유나이티드 선발 라인업. 그래픽=김명석
▶선발라인업 : 서울-제주, 나란히 스리백 카드

서울은 3-4-3 전형으로 나섰다. 데얀을 중심으로 윤일록과 박주영이 좌-우측 측면 공격수로 나섰다. 황기욱과 주세종이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고 김치우와 고요한이 윙백 역할을 맡았다. 오스마르와 황현수 김동우가 스리백 라인을, 유현이 골문을 각각 지켰다.

제주는 3-4-2-1 전형으로 맞섰다. 멘디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섰고 마르셀로와 황일수가 2선에 배치됐다. 박진포와 문상윤 이찬동 안현범이 미필드진을 구축했고, 오반석 조용형 김원일이 스리백에 포진했다. 골키퍼 장갑은 김호준이 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전반전 : 치열했던 힘겨루기, 팽팽했던 0의 균형

두 팀 모두 신중하게 경기를 치렀다. 상대를 거세게 압박하기보다는 안정에 무게를 두면서 상대의 빈틈을 찾았다. 중원에서는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두 팀 모두 이렇다 할 기회를 만들지 못한 채 0의 균형을 이어갔다.

전반 중반을 넘어선 뒤에야 서울이 조금씩 기회를 만들었다. 측면 크로스와 침투 등을 통해 기회를 모색했다. 전반 41분에는 결정적인 장면도 만들었다. 데얀의 침투 패스를 받은 박주영이 골키퍼와 일대일 기회를 맞았다. 다만 박주영의 슈팅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전반전은 0-0으로 맞선 채 마무리됐다. 전반전 슈팅수는 2-2.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후반전 : 변하지 않았던 흐름, 누구도 웃지 못하다

두 팀 모두 하프타임 선수교체 없이 후반전에 들어섰다. 후반 초반 제주가 골망을 흔들었다.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안현범이 골로 연결했다. 다만 오프사이드 판정을 받았다. 안현범의 항의에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이후 경기 양상은 전반전과 비슷했다. 두 팀 모두 서로의 빈틈을 찾았지만 좀처럼 기회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제주가 먼저 변화를 시도했다. 문상윤 대신 마그노를, 황일수 대신 진성욱을 연달아 투입했다. 서울도 김치우 대신 마우링요 카드를 꺼내들었다. 두 팀 모두 이제는 0의 균형을 깨트리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

후반 38분 서울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김동우의 헤더가 상대 골문을 향해 날아갔다. 골키퍼마저 손을 쓸 수도 없었던 헤더, 그러나 슈팅은 골대를 살짝 빗겨갔다. 이후에도 0의 균형을 깨트리려는 두 팀의 노력은 결실을 맺지 못했다. 결국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0-0 무승부로 막을 내렸다.

▶경기종료 : 나란히 2경기 연속 무승

지난 2일 전북현대 원정에서 0-1로 진 서울은 2경기 연속 무승(1무1패)의 늪에 빠졌다. 2승2무1패(승점8)로 상위권 도약에도 실패했다. 제주는 2경기 연속 무승부를 기록했다. 개막 후 무패기록은 5경기(3승2무)로 늘렸지만, 선두 자리를 위협받게 됐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신중했던 두 팀, 조용했던 무승부

경기 전 황선홍 감독은 “긴장해야 된다”고 했고, 조성환 감독은 “무실점을 기반으로 승리를 노리겠다”고 했다. 서울은 3승1무를 달리는 상대팀의 상승세가 신경이 쓰였고, 제주 역시 원정경기에 대한 부담이 서로 맞물린 경기였다.

두 사령탑의 예고대로 경기는 시종일관 신중하게 치러졌다. 두 팀 모두 무게중심이 수비에 쏠려 있었다. 나란히 스리백 카드를 꺼내든 두 팀은 수비시 파이브백으로 전형을 갖췄다. 상대 공격을 먼저 차단한 뒤,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겠다는 의도가 명확했다.

경기 양상은 팽팽한 0의 균형 속에 진행됐다. 중원에서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졌지만, 기세는 좀처럼 한 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2-2에 그친 전반전 슈팅수가 이날 경기 양상을 고스란히 대변했다. 무득점 무승부는 지극히 신중했던 두 팀의 경기 운영이 빚어낸 자연스러운 결과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기자회견

- 조성환 제주 감독 : “(기존처럼)전방 압박보다는 라인을 내렸던 것이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준 요인이 됐다. 중요한 경기이고, 지고 싶지 않은 마음에 초반에 경직된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평범한 실수들이 많았던 것 같다. 이기고 싶은 생각들은 팀원 모두가 간절했다. 경기 내용이 안 좋았음에도 무실점으로 고비를 넘겼다는 것을 좋게 생각하겠다. 화요일에 예정된 ACL(아시아 챔피언스리그)를 앞두고 회복에 주력하겠다.”

- 황선홍 서울 감독 : “홈에서 하는 경기고, 이기고 싶었는데 결과적으로 많이 아쉽게 됐다. 준비한대로 선수들은 열심히 해줬다. 득점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전술적으로 변화의 폭이 크기 때문에 고민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격 선수 뿐만 아니라 풀백이나 2선들의 공격 가담이 활발해야 한다. 공격으로 전환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고민하고 훈련을 통해 보강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경기정보

- 서울(3-4-3) : 유현(GK) - 오스마르 황현후 김동우 - 김치우(후30‘마우링요) 황기욱 주세종 고요한 - 윤일록 데얀(후44’심우연) 박주영(후42’조찬호)

- 제주(3-4-2-1) : 김호준(GK) - 오반석 조용형 김원일 - 박진포 문상윤(후16‘마그노) 이찬동 안현범 - 마르셀로(후46’알렉스) 황일수(후17’진성욱) - 멘디

- 득점 : 없음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