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병지입니다. 즐거운 칼럼으로 인사를 드리고 싶었는데 참으로 우울함을 감출 수 없는 하루였습니다.

집에서 아이들과 경기를 지켜보던 저도 중국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습니다. 분명 이기기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지리라고 생각지 않았습니다. 확률적으로 이길 확률 4, 비길 확률 3, 질 확률 3으로 70%는 지지 않을거라 봤는데 나머지 30%의 확률에 걸려든 셈입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상대 4백일게 뻔한데 왜 우리는 2톱이 안되나

먼저 경기 후 나온 논란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경기 후 ‘전술변화’를 묻는 질문에 “상대가 1톱으로 나왔으니 4백을 썼는데 어떤 전술을 써야하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하셨습니다. 이해는 하지만 동의는 못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상대가 포백으로 나올 것이 뻔했다면 우리는 왜 꼭 원톱(3톱)이어야했는지 반문하고 싶습니다. 2톱이면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전술은 선수 숫자가 아닌 뻔한것이 아닌 다양한 전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중국의 마르셀로 리피 감독의 전술은 한국 축구에 현명하게 대처 했습니다. 리피 감독은 원톱으로 투입하면 우리는 포백으로 나올거라고 생각하고 미들에서 수적 위위를 가져가기 위한 전략이었지 않았을까요?

또한 경기 중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투입을 통해 변화를 가져갔습니다. 하지만 경기를 보는 저희도 알고 상대도 알고 모두가 아는 뻔한 선수교체였습니다. 지고 있을 때 후반전에 김신욱을 투입해 공중볼을 하고, 황희찬이나 저돌적인 스타일을 넣는 것은 이미 예측 가능한 변화였습니다. 뻔한 선수 활용도에 리피 감독이 말려들리가 만무했습니다.

특히 김신욱에 대해 지나치게 키를 이용하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도 필요합니다. 김신욱은 제가 선수로 뛸때도 머리뿐만 아니라 발을 정말 잘 쓰는 선수였습니다. 김신욱의 경우 최근 경기력을 보면 주전으로 나왔어도 무방했다고 봅니다.

▶놀라웠던 중국, 자존감이 생겨 향후 한중전 양상 달라질듯

놀라운건 중국이었습니다. 중국 선수들은 한국을 상대로 1-0 리드를 가져가자 ‘이기겠다’는 투혼이 남달랐습니다. 몸을 날리면서 막아내는 것은 물론 예전 같았으면 일찌감치 ‘침대축구’를 했을 텐데 상당히 자제하는 모습은 리피 감독이 정말 올바른 방향으로 축구를 지도하고 있음이 드러나는 장면이었습니다.

물론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도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후반 들어 몰아붙이면서 기회를 만들어낼 때 운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중국 선수들은 운도 따름과 동시에 홈팬들 앞에서, 그리고 한국을 상대로 이기고 싶은 열망이 더 커보였습니다. TV화면을 통해서 모두가 느낄 수 있지 않았습니까.

걱정인것은 이제 중국이 한국을 상대로 ‘자존감’을 가지는 것입니다. 이미 ACL 경기를 통해 ‘한국에 이길 수 있잖아’라고 생각한 선수들이 국가대표를 통해 확신을 얻었을 것입니다. 자존감을 가지는 순간 이제부터 한중전의 양상은 더 이상 ‘공한증’에 기댈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릅니다.

▶슈틸리케 감독 경질설? 못한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는 것 또한 감독의 자세.

경기 후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설에 대한 얘기가 팽배합니다. 저는 ‘경질해야 된다, 안된다’를 주장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잘할 때 박수와 칭찬을 받는 것만큼 못할 때 비난을 받고 책임을 지는 것이 논리적이고 상식적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리아전마저 결과가 좋지 못한다면 책임을 감수를 해야죠. 한 팀의 감독이라면 스스로 책임 질 수 있는 마음가짐은 늘 가져야 합니다. 팬들은 그저 좋은 모습, 좋은 경기력, 발전하는 모습, 좋은 결과를 바라고 응원할 뿐입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현재의 비판이 꼭 중국전 한경기만 보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줬으면 합니다. 만약 쭉 잘하다가 이번 한경기만 못했다면 팬들은 격려를 해줬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현재 여론은 화가 나있고 경질을 외칩니다.

왜 그럴까요? 이경기만 그런게 아니라 그동안 쭉 좋지 못한 변화없고 희망적이지 못한 경기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중국전에 대한 비판은 당연히 받아들여야하고 시리아전에서 또 다른 비전을 제시해줘야 합니다. 그게 지도자의 몫이며 선수들 역시 엄중히 책임감을 느껴야합니다.

▶단순히 중국전만 보고 화난게 아닌 여론… 변화 필요한데 변화할까?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최근 전 EPL을 중계하고 있는데 첼시와 토트넘의 예를 들겠습니다. 첼시의 안토니오 콩테 감독은 스리백으로 잘나가자 멤버 변화 없이 거의 똑같이 경기에 임했습니다. 잘할 때는 변화를 주지 않는게 당연하죠. 반면 토트넘은 고정된 4-2-3-1 포메이션이 읽히며 위기가 오자 마우로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3-4-2-1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통한 전술을 구사하며 호성적을 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지금 한국 축구는 누가 봐도 위기이며 변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님은 변화가 없습니다. 모두가 4-2-3-1 포메이션을 예상할 수 있고 선수 구성도 예측가능 합니다. 변화에 기민하지 못한 것은 비판의 대상이 되어야하는 것이 맞습니다. 상대가 우리의 패를 아는데 어떻게 이길 수 있을까요. 몇 분에 김신욱이 투입되고, 몇 분에 황희찬이 들어갈지 저희들마저 예측가능하지 않나요.

중국은 현재 변화에 기뻐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한국을 이겼다는 것 이상으로 리피 감독을 통해 변화를 봤고 그 변화가 희망을 가져다준 것에 기뻐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의 가장 큰 걱정은 한국대표팀 감독(2년7개월)으로 있으면서 슈틸리케 감독은 큰 변화를 보여주지 못했고 그 모습이 이번에도 다르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은 인적으로든, 전술적으로든, 용병술이든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출전을 할 수 있을까?'라고 걱정하는 한국 축구 팬들은 월드컵 진출을 하더라도 그 이후에 대한 걱정에 머리와 가슴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가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