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부로 K리그의 2017시즌이 개막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열리는 클래식 6경기, 챌린지 5경기가 주말동안 열리면서 팬들은 물론 선수들도 삶의 이유를 느끼는 뜻 깊은 날입니다.

저 역시 현역시절 이맘때만 되면 가슴이 두근거렸던 것 같습니다. 어느새 ‘김병지’라는 이름마다 ‘은퇴’가 따라오기에 개막만 되면 ‘올해도 시작하는구나’와 함께 ‘올해도 잘해서 내년에도’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개막을 하게 되면 선수들은 약 9개월가량을 일정한 패턴에 따라 움직이게 됩니다. ‘축구선수’라는 특수직업군의 24시간에 대해 많은 팬들이 궁금하리라 봅니다. 과연 선수들의 24시간은 어떻게 구성되며 그 속에 삶에 대해 얘기한다면 팬들이 조금은 더 축구와 선수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선수들의 24시간 ‘아침 7시반부터 밤 11시까지’

선수들의 하루 시작은 아침 7시반부터입니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7시반 전후로 기상을 합니다. 그리고 오전 8시부터 아침식사가 시작됩니다. 여기서 아마 선수들이라면 모두가 공감할 아침식사 풍경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아침은 한식과 양식 중 기호에 따라 먹을 수 있는데 대부분의 선수들은 밥과 김치, 계란을 가져와 비벼 먹곤합니다. 특히 김치를 가져와 싹둑싹둑 잘게 자르는 늘 듣던 가위소리는 익숙한 정겨운 소리로 기억됩니다.

마치 여러분들이 간단하게 ‘간장계란밥’을 해먹는 것처럼 선수들은 ‘김치계란밥’을 해먹는거죠. 이 글을 보는 선수들은 모두 ‘김치 자르는 가위 소리’에 공감하리라 봅니다.

그리고 오전 훈련은 10시부터입니다 12시까지 약 2시간 가량 진행한 후 점심 식사가 있고 이후 대부분 약 1시간 가량 낮잠을 취합니다. 낮잠은 단순히 휴식이 아니라 회복과 집중력을 위해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오후 휴식을 이렇게 보냅니다.

휴식 이후 오후 훈련이 시작됩니다. 하계 때는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동계 때는 3시부터 5시까지 진행됩니다. 이후 저녁 6시부터 7시 사이에 저녁을 먹은 이 후에는 개인훈련과 자유시간을 가집니다. 그리고 밤 11시쯤 취침에 드는 것이 일반적인 선수들의 24시간입니다.

-프로 축구 선수의 24시간


오전 7시반 기상 - 오전 8시 아침식사 - 오전 10시~12시 오전훈련
- 오후 12시반 점심식사 - 오후 1시~3시 휴식 - 오후 4시~6시(하계) 오후훈련
- 오후 6시 저녁식사 - 오후 10시까지 개인시간 - 오후 11시 취침

▶경기 스케줄에 따른 훈련의 차이

기본적으로 훈련은 오전에는 체력 운동을 하면 오후에는 기술 훈련을, 오전에 유연성 훈련을 했다면 오후에는 기술과 체력 훈련을 병행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저녁 식사 후에 개인 야간 훈련을 진행하는데 이때 선수들 대부분은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며 개인에 따라 조깅을 하거나 마사지를 더 받는 경우도 있습니다.

시즌을 시작하면 일반적으로 주말에 경기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월요일은 주말에 경기를 했기에 회복훈련 중심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화, 수요일은 조직력을 강화하고 목요일은 체력 훈련, 금요일은 컨디션 조절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뒤 주말경기에 임하게 되죠.

즉 월·화요일은 회복을 위주로 하고 수·목요일이 가장 정점에 있는 훈련, 금요일은 최종점검인 셈이죠. 금요일에 세트피스 등 선수들간의 약속된 플레이를 점검합니다.

ACL이나 FA컵, 리그 등 주중 경기(수, 목)가 생기면서부터는 이 훈련들을 축소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월요일만 회복을 하고 화요일에 기술과 함께 최종점검을 하는거죠. 수요일 경기 후에는 목요일에 회복훈련, 금요일에는 컨디션을 8~90% 끌어 올린 후 토요일에 기술 등 집중훈련을 하는 식입니다.짧은 경기 일정탓에 경기가 훈련이되고 훈련이 경기가 되는 탓에 2주 연속 주중 경기가 있을 때는 체력 정신적으로도 상당히 힘든 일정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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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숙소생활

기본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총각선수들은 숙소생활이 기본입니다. 하지만 집에서 출퇴근을 하는 선수들도 있죠. 그 선수들의 경우 일반적으로는 연차가 쌓였거나 개인 관리가 잘 되는 선수, 고액 연봉자인 경우입니다. 지도자와 대화를 통해 출퇴근 생활을 하는데 물론 그 중에서도 컨디션이나 경기력저하로 인해서 다시 숙소로 돌아오는 경우도 가끔 씩 있습니다.

그런 경우는 개인 관리가 안되는 경우인데 매일같이 선수들은 코치나 트레이너가 체중체크를 하기 때문에 선수가 스스로 관리를 잘못하고 있는지 알기 때문입니다. 물론 숙소에 있는 선수라고 해서 관리가 안 되는 선수가 아니라 연차나 팀만의 규정, 개인적 여건 등 여러 상황을 고려해서 결정을 하게 됩니다.

숙소는 1인1실 혹은 2인1실이 기본입니다. 2인1실의 경우 친한 선후배나 동료가 일반적이며 포지션상 호응이 되는 선수들(골키퍼와 중앙수비수 등)도 함께합니다. 어떤 경우는 한 포지션내의 경쟁자들끼리(중앙 공격수 2명)도 함께 방을 씁니다. 프로 선수들이기 때문에 경쟁자끼리 방을 써더라도 부정적 부분보다 긍정적 부분이 많습니다.

저같은 경우 경남시절 아이들 교육문제로 인하여 숙소에서 생활했는데 그럴 때 조광래 감독님이나 최진한 감독님은 저에게 ‘네가 어린 선수들과 룸메이트를 해서 프로로서 지켜야 할것, 배워야 할것들을 가르쳐 줘라 ’라고 말해 윤일록과 같은 당시 신인급 선수들과 함께 방을 쓰기도 했습니다. 선배를 보면서 아직 프로가 익숙지 않은 후배들이 배우는 곳이 '숙소'이기도 한 셈이죠.

▶숙소생활을 하지 않는 선수

앞서 언급했듯 모든 선수들이 숙소에 사는 것은 아닙니다. 연차가 있거나 가정이 있는 선수의 경우 외부에 집을 두고 출퇴근을 합니다.

특히 고향 혹은 살던 곳이 아닌 새로운 곳으로 이적을 하는 경우에 가족들이 함께 옮기는 경우가 있고 아닌 경우도 있습니다. 이 차이점은 미취학아동이 있을 때는 함께 가족이 이동하지만 취학 아동이 있을 경우에는 학교를 옮겨야하는 아이의 정서를 고려하여 선수만 옮기는 것이 일반적이며, 장기계약일 경우에는 가족이 함께 옮기는 선택을 하게 됩니다.

지난 시즌 광주FC에서 뛰었던 정조국의 경우가 있습니다. 정조국은 아내와 아이는 서울에 두고 본인만 광주로 내려가 살았는데 축구에만 집중하고 픈 본인의 의지에 따라 결정했는데 결국 득점왕과 MVP를 거머쥐며 해피엔딩으로 끝났습니다. 쉽지 않았을 테지만 조국이는 가족과 떨어져 살면서 독하게 노력했기에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연합뉴스 제공
사실 생활 내부까지 세세히 파고 들면 얘기할 것이 끊임없이 많지만 이정도만 알아두셔도 선수들이 시즌 시작 후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느 정도 감은 잡으실거라 봅니다. K리그가 다시 기지개를 켭니다. 많은 분들이 K리그를 많이 좋아해주시고 그 속에서 뛰는 선수들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길 바랍니다.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는 매주말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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