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분명 실망할 법도 한 5분 출전이었다. 그러나 손흥민은 실망하기 전에 동료이자 경쟁자인 해리 케인의 활약상은 손흥민이 배워야할 부분도, 그 자체로 경이로운 부분도 많았다. 이날만큼은 케인은 ‘축구가 마음먹은 대로 되는날’이었다.

토트넘 훗스퍼는 26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10시 30분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린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6라운드 스토크 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전반에만 3골 1도움을 기록한 해리 케인의 활약으로 4-0 대승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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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손흥민은 토트넘이 스리백 시스템을 쓰면서 자연스레 벤치로 밀려났다. 토트넘 공격진은 해리 케인을 최전방에 두고 크리스티안 에릭센과 델레 알리가 중앙에서 받치는 형태로 짜여졌다.

그나마 스리백 시스템에서 손흥민이 뛸 수 있는 위치인 최전방 공격수 자리의 케인은 이날 경기에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전반 13분에는 에릭센의 돌파 후 자신 앞에 잠시 공이 떨어지자 지체없이 슈팅을 날려 선제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32분에는 약속된 세트피스로 코너킥을 이어받아 논스톱 왼발 발리 슈팅으로 추가골을 만들어냈다. 전반 37분에는 다소 운이 따른 장거리 슈팅이 굴절되며 해트트릭을 달성했다. 전반 추가시간에는 알리의 골까지 완벽하게 도우며 전반에만 3골 1도움의 최고 활약을 펼쳤다.

이날 세 골로 시즌 17호골 고지를 밟은 케인은 단숨에 EPL 득점 선두를 탈환했다. 21경기만 나와 17골로 기존 1위였던 25경기에서 17골을 넣은 로멜루 루카쿠(에버튼)와 알렉시스 산체스(아스널)을 경기수를 적게나와 득점 동률임에도 넘어섰다.

케인이 얼마나 잘했는지는 축구통계전문사이트인 후스코어드닷컴의 평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케인은 이날 경기 종료 후 10점만점의 평점에 10점을 부여받았다. 그야말로 ‘만점 활약’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활약을 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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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스레 팀이 스리백에서 경기력도 좋았기에 포백으로 전환 이유도 없었고 손흥민이 뛸 곳은 케인과 교체되는 것밖에 없었다. 후반 40분에서야 손흥민은 투입됐지만 케인의 체력안배와 함께 홈팬들에게 박수를 받게하는 교체임이 명백한 손흥민을 위한 교체는 아니었다.

분명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고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는 5분 출전이다. 그러나 가끔씩은 동료가 너무 잘해서 박수밖에 해줄 수 없을 때가 있다. 바로 이날 경기에서 케인의 활약이 바로 그럴 때였다. 그 누구도 케인만큼 잘할 수 없었고 케인이 많이 뛰고 오래 뛰는 것이 납득될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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