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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분위기가 묘하다. 자칫 손흥민(25·토트넘 홋스퍼)이 벤치로 밀려날 가능성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입지가 다시금 줄어들만한 정황들이 적지 않은 까닭이다.

핵심은 팀 전술의 변화로 인한 선발 제외 가능성이다. 공격자원을 1명 줄이는 대신 수비수 자원을 더 늘리는 3-4-2-1 전술을 다시금 고민해볼 만한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팀이 좋은 경기력을 선보였던 포메이션이자, 지난달 손흥민이 희생양이 되어야 했던 ‘그 전술’이기도 하다.

앞서 토트넘은 스리백(Back3) 전술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리그 13연승을 달리던 첼시를 격파하고, 웨스트 브로미치 앨비언(WBA)에 4골차 대승도 거뒀다. 포체티노 감독도 리그 3경기 연속 같은 전술을 꺼내들 만큼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손흥민은 선발 자리를 잃었다. 해리 케인과 크리스티안 에릭센, 델레 알리로 이어지는 핵심 3인방의 그늘에 가렸다. 결국 후반 막판에야 교체로만 나서야 했다.

다만 팀 전술이 지난달 29일 위컴 원더러스(4부리그)와의 FA컵을 기점으로 다시금 4-2-3-1로 바뀌었다. 불가피한 변화였다. 핵심 수비수인 얀 베르통언의 부상 공백 때문이었다. 마침 손흥민의 2경기 연속골이라는 활약이 더해졌다. 팀 전술의 변화와 더불어 그가 4경기 연속 선발로 나섰던 배경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전술 변화 이후 팀 성적이 곤두박질쳤다. 선덜랜드와 0-0으로 비기고 미들즈브러에 1-0 신승을 거두더니, 이내 리버풀(0-2패)과 겐트(벨기에·0-1패)에 연패했다. 그나마 지난 19일 풀럼과의 FA컵 16강전 3-0 승리로 분위기를 바꿨지만, 상대는 2부리그에 속한 팀이었음을 감안해야 했다. 사실상 풀전력을 가동해 연패의 흐름은 끊었지만, 여전히 제대로된 터닝포인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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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이날 수비수 베르통언이 복귀전을 치렀다. 포체티노 감독으로서는 베르통언과 토비 알데르베이럴트, 에릭 다이어로 이어지는 ‘스리백’을 다시금 가동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분위기를 바꾼다는 측면에서라도, 앞서 불가피하게 바꿔야 했던 전술을 되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뿐만 아니다. 케인과 에릭센, 알리 사이에서 손흥민의 위치가 애매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풀럼전이 대표적이었다. 그는 이날 동료들로부터 적극적인 지원을 받지 못했다. 반면 케인(3골)과 에릭센(2도움) 알리(1도움)은 약속이나 한듯 3골을 합작해냈다. 손흥민만 홀로 ‘찝찝하게’ 경기를 치러야 했다.

문제는 이처럼 지원을 받지 못하는 장면들이, 자칫 손흥민의 선발 기용 필요성에 대해 고민해야 하는 지점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전술 변화의 또 다른 명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더구나 현재 팀내에는 확실한 조커가 없는 상황이다. 손흥민이 선발로 복귀한 이후 빈센트 얀센이나 무사 시소코가 조커로 나서고 있지만, 별다른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반전 내내 답답했던 경기력이 후반전에도 고스란히 이어지는 경우가 잦았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반면 손흥민은 맨시티전 동점골, 사우샘프턴전 쐐기골 등 후반에 투입된 뒤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던 적이 있다. 앞선 정황들과 맞물려, 선발이 아닌 조커로서의 활용도에 무게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한편 손흥민은 오는 24일 오전 5시 5분(한국시각)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겐트(벨기에)와의 유로파리그 32강 2차전을 통해 시즌 12호골에 도전한다. 지난달 위컴전 이후 6번째 도전이다. 손흥민은 최근 5경기(선발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가 없다. 이 경기가 향후 그의 입지를 좌우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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