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핫스퍼의 손흥민. ⓒ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FA컵에서 유독 하부리그 팀을 상대로 강한 면모를 드러내며 일약 팀의 영웅으로 거듭났던 손흥민(25·토트넘 핫스퍼). 그러나 하부리그 킬러의 존재감은 단 한 경기 만에 크게 옅어졌다.

손흥민은 19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각) 잉글랜드 런던 크레이븐 코티지에서 열린 풀럼과와의 2016~2017 FA컵 16강전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책임졌지만, 공격포인트와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하지만 소속팀 토트넘은 해리 케인의 해트트릭을 앞세워 3-0 완승을 거뒀다.

이날 손흥민은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격했다. 지난 17일 겐트와의 UEFA(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2강전에서 교체 출전하며 체력을 비축했던 그는 이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며 팀 공격을 이끌었다.

지난달 28일 위컴비 원더러스(리그2·4부리그)와의 FA컵 32강전에서 멀티골에 성공한 이후, 공식 경기에서 무려 4경기 연속 득점에 실패했던 손흥민. 하지만 상대가 한 수 아래인 챔피언십(2부리그) 소속팀이었기에, 그는 적극적으로 공격에 나서며 득점을 노렸다.

특히 지난달 9일 풀럼과 마찬가지로 역시 2부리그 아스톤 빌라와의 FA컵 64강전에서 득점을 올렸던 만큼, 손흥민은 내심 이날 경기에서도 골을 통해 '하부리그 킬러'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하고자 했다. 경기 초반 측면 공격수임에도 페널티 박스 중앙에 자주 위치했던 것은 바로 이 때문.

문제는 자신과 함께 나섰던 공격 파트너들까지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는 데 혈안이 됐다는 점이었다. 최근 공식 경기에서 좀처럼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던 델레 알리, 크리스티안 에릭센, 여기에 해리 케인까지 모두 물 만난 고기처럼 풀럼 진영을 누비며 틈만 나면 슈팅을 시도했다.

안타깝게도 손흥민은 세 선수의 욕심 속에서 잊혀진 존재가 됐다. 좋은 위치를 선점했음에도 마땅한 패스가 들어오지 않아, 매번 동료 선수들의 슈팅 장면을 지켜만 봐야했다. 오히려 실제로 전반에만 앞선 세 선수가 시도한 슈팅은 도합 10차례나 됐지만, 손흥민은 단 한 차례도 슈팅을 시도하지 못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손흥민은 이기적인 선수가 되기보다는 이타적인 선수가 되고자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성과가 썩 좋지는 못했다. 실수는 없었지만, 특색 역시 없었다.

시간은 점점 흘러갔지만, 의미를 부여할 만한 장면을 찾기는 힘들었다. 후반 13분 알리의 슈팅으로 이어졌던 시발점 역할을 한 스루패스를 공급한 것이 그나마 손흥민이 연출해 낸 인상적 장면.

후반 30분 손흥민은 해트트릭에 성공한 뒤, 무사 시소코와 교체된 케인을 대신해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를 이동했지만 여전히 존재감은 없었다. 일찌감치 승기를 굳힌 탓에 무리하게 공격을 시도하지 않았던 경기 흐름은 어떻게든 득점을 노렸던 손흥민에게 여러모로 아쉬움으로 다가왔다.

이날 케인과 에릭센은 두 골을 모두 합작하며 날아올랐다. 알리 역시 케인의 세 번째 골을 도우며 끝내 공격포인트를 기록했다. 욕심을 부린 만큼 성과를 낸 세 공격수였다. 그러나 경기 내내 단 한 차례의 슈팅만을 기록한 손흥민은 주연 급 조연도 아닌 그저 조연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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