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최근 세계 축구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였던 ‘오프사이드 폐지’ 논란에 대해 얘기해볼까 합니다. 차범근 전 감독님은 물론, 해외 유명 감독들과 선수들도 이 논란에 대해 얘기를 하셨는데 반대에 대한 의견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골키퍼 출신이기에 직접적 영향이 있는 포지션으로서 조금은 다른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마르코 판 바스텐 FIFA 기술위원장의 오프사이드 폐지 주장은 ‘축구의 철학과 본질을 해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 방향은 이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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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바스텐 위원장은 약팀들이 강팀을 상대할 때 혹은 스코어를 지켜야하는 상황에서 많은 팀들이 페널티박스 안에 필드플레이어를 모두 넣는 소위 ‘텐백’을 구사해 축구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고 오프사이드 폐지를 꺼낸 것으로 압니다.

저 역시 ‘재밌는 축구를 통해 팬들에게 즐거움을 주자’는 취지는 공감합니다. 지나친 텐백으로 축구의 재미가 줄어드는 것에 대해서도 걱정하고요. 혹자는 오프사이드가 폐지되면 일명 ‘킥앤러시’로 골키퍼 앞에 장신 선수만 배치하는 단순한 축구가 나오지 않을까? 걱정하는데 그렇진 않을 거라 봅니다. 승리하기 위한 다양한 전술과 전략이 나올거라 생각합니다.

선수시절 연습 때는 오프사이드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할 때면 순간속도가 좋고 공간을 치고 나갈 줄 아는 선수가 오프사이드가 없을 때도 잘했습니다. 축구는 결국 같은 공간 내에서 수적우위를 가져가며 공간을 차지하고, 창출하는 싸움이기 때문이죠. 대다수의 의견은 롱볼만 주고 받을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인데 경험상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롱볼을 받기 위해서는 상대진영 깊숙히 들어갔다가 수비시에는 빠르게 내려와야 하는데 수적 불리함을 커버하기 위해서는 롱볼축구를 구사하는것이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간을 창출하고 끊임없이 치고 달리는 잘 뛸 수 있는 선수가 대세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얘기가 나온 김에 선수시절을 얘기하자면 오프사이드 룰이 1980년 후반 부터 현재까지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골키퍼로서는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룰이 바뀌는 이유는 모두 ‘공격적인 축구’를 위해서기 때문이었죠. 골키퍼 입장에서는 새로운 룰에 익숙해지고 몸에 베도록 습득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이유는 손으로 막는 골키퍼가 발로 빽패스를 처리 하는 규정으로 바뀌었기 때문 입니다.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것은 수비하는 입장에서는 힘들 수밖에 없기도 하고요.

그래도 저는 조금은 다행이었던 것이 학창시절 골키퍼만이 아닌 여러 포지션을 하면서 발기술이나 스피드에 자신이 있었고 오프사이드 룰 개정이 일어나면서 그런 제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들로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많은 골키퍼들이 바람을 맞았다면 저는 그 바람을 타고 흘러갈 수 있었던거죠.

‘재밌는 축구’를 향한 방향이라면 오프사이드 폐지보다는 덜 급진적이면서도 실현가능한 방안이 하나있다고 봅니다. 바로 ‘골키퍼에게 제한을 두는 것’입니다.

제가 선수시절을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으로 돌아가 보죠. 당시 만해도 골키퍼는 백패스로 오는 공을 바로 잡아도 됐습니다. 또한 골키퍼가 수비와 패스를 주고받으며 필요할 때는 공을 잡아도 됐습니다.

그러다보니 노골적으로 골키퍼를 통해 시간을 끌었습니다. 이에 축구 룰 개정이 이뤄졌고 몇 번의 개정을 거쳐 현재는 골키퍼가 무릎 밑으로 찬 공은 바로 잡을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골키퍼는 수비수가 무릎 위로 준 의도적인 패스 공(가슴, 머리)에 대해서는 곧바로 손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저는 바로 이 부분도 제한을 둬 ‘골키퍼가 수비수에게 온 공은 그 어떤 곳으로 패스 하더라도 잡을 수 없게 한다’면 축구는 더욱 공격적이고 재밌게 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만약 헤딩으로 수비가 골키퍼에게 공을 패스 할 수 있는 상황에서는 공격수는 전방압박의 필요성을 못 느낍니다. 골키퍼가 바로 잡을 테니까요. 하지만 이 공을 잡지 못하고 발로 처리한다면, 공격수는 더 전방압박을 할 것이며 골키퍼는 자연스레 볼키핑 능력과 다른 발 사용능력, 헤딩능력도 길러야만 합니다. 수비라인도 더 올라올 것이기에 모든 포지션에 공격적인 움직임을 할 수밖에 없죠.

물론 고의성이 아닌 부분에 대해서는 열어둬야 할 것입니다. 현재의 패스 허용 조항처럼 예외로 두면 될듯 합니다. 슈팅시 몸을 맞고 들어간다던지? 크로스를 올렸는데 머리 쪽을 맞고 올라갔다던지? 고의성 여부는 현재처럼 심판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축구에서 골키퍼에게 남은 마지막 제재인 ‘동료가 무릎이상으로 찬 공은 잡을 수 있다’마저 폐지한다면 전방압박부터 시작해 모두가 공격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는데 큰 공헌을 하지 않을까요? 결국 현대 축구는 골키퍼에게 어떤 제재를 가해왔느냐를 두고 성장해왔다고 할 정도로 골키퍼가 미치는 영향이 컸습니다.

제가 프로 데뷔하던 1990년대 만해도 골키퍼를 두고 ‘발을 안 써도 되는 포지션’으로 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거의 모든 골키퍼가 공격의 시발점인 ‘빌드업’의 시작을 하고 있고 수비라인을 끌어올렸을 때 넓어진 수비 뒷공간을 커버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골키퍼가 발을 쓰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죠.

팬들에게 좀 더 즐거운 축구를 위해 공격적인 축구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로서 이번 오프사이드 폐지 논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일단 급진적인 정책보다는 골키퍼에 둔 마지막 자유였던 ‘무릎 위 패스에 대해서는 잡아도 된다’는 규정 제도에 손을 대는 것에 대해 고려해 봐도 좋지 않을까 하는 시점에 놓였다고 봅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는 매주말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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