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며 겨울잠에 빠져있던 2016~2017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이하 UCL)가 깨어났다. 그것도 잠에서 깨어났음을 알리는 엄청난 굉음과 함께 말이다.

지난 15일 '세계 최강 전력’임을 자부하는 바르셀로나가 파리 생제르맹(이하 PSG) 원정경기에서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들이 자랑하는 MSN(메시-수아레스-네이마르)도 있었고,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까지 출격했지만, 모두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올 시즌 불안요소를 안고 있었던 수비진은 PSG 공격진에 자신들의 약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다르게 보면, PSG가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를 평범한 팀으로 만들었다. 블레이즈 마투이디와 아드리앙 라비오, 마르코 베라티가 구성한 중원은 이니에스타와 세르히오 부스케츠를 압도했다.

강한 압박을 토대로 상대의 전진 패스 시도 자체를 틀어막으며, 끊임없는 백패스를 유도했다. 이는 MSN의 고립을 불러왔고, PSG 수비진이 보다 편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냈다.

에딘손 카바니와 율리안 드락슬러, 앙헬 디 마리아가 나선 PSG 공격진은 바르셀로나 골문을 무려 4차례나 열었다. 프랑스 리그에서 경기당 평균 1골 이상을 기록하고 있는 카바니는 세계 최고의 팀을 상대로도 자신의 존재감을 뽐냈다. 드락슬러는 자신이 왜 독일 최고의 재능 중 하나인지를 증명했고, 디 마리아 역시 멀티골로 자신의 존재감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바르셀로나와 루이스 엔리케 감독의 동행은 계속될까. ⓒAFPBBNews = News1
사실 바르셀로나의 충격패는 이미 예견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바르셀로나는 MSN에 대한 극심한 의존도, 이제는 서서히 은퇴를 고민해야 하는 이니에스타, 올시즌 꾸준히 문제점이 제기 되고 있는 수비진, 자신들의 축구 철학이 담겨있는 유스 출신 선수들의 활용 등 이전부터 제기됐던 의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들은 선수 개인의 능력을 앞세워 답을 회피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는 PSG가 꽁꽁 숨겨왔던 자신들의 문제를 모두 끄집어내면서, 그동안 제기된 의문을 더 이상 피할 수 없게 됐다.

▶ UCL 1차전이 전한 간절한 목소리, ‘변화’

PSG가 바르셀로나에 전했던 충격만큼이나 바이에른 뮌헨이 아스널에 전한 충격의 강도도 어마어마했다. 물론 뮌헨과 아스널의 UCL 16강 1차전 경기는 많은 이들의 예상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스널은 또다시 세간의 예측을 이겨내지 못했고, 지난 시즌 뮌헨의 홈에서 맛봤던 아픔을 되풀이했다.

아스널은 아르연 로번과 필립 람의 오른쪽 측면 공격에 쉼 없이 흔들렸고,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높이와 티아고 알칸타라의 날카로운 침투에도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점유율은 일찌감치 포기한 듯 보였고, 공격과 승리에 대한 의지 역시 보이지 않았다. 최전방을 책임졌던 알렉시스 산체스만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으려는 의지를 내보일 뿐, 나머지 선수들은 현실을 일찌감치 받아들인 듯했다.

아스널의 아르센 벵거 감독. ⓒAFPBBNews = News1
아스널은 최근 5시즌 연속 UCL 16강에서 탈락했고, 이날 경기를 포함하면 6시즌 연속 16강 1차전에서 완패했다. 아직 2016~2017시즌 UCL 16강 2차전 홈경기가 남아있고, ‘기적’의 가능성도 있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아스널의 8강 진출은 불가능에 가깝다.

매 시즌 같은 시점 마다 완패를 반복하는 팀을 지켜봐야하는 아스널팬들의 마음은 참으로 답답하다. 데니스 베르캄프와 티에리 앙리가 아스널의 최전방을 책임지던 시절을 언제까지 그리워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되묻는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을 수 있는 팀을 보고 싶지만, 구단은 지금의 현실에 충분히 만족하는 듯하다. 자신들이 매해 ‘리그 4위권, UCL 16강’이란 희망 고문을 하고 있단 사실은 전혀 모른 채 말이다.

아스널이란 구단의 위상을 생각할 때, 발전 없는 성적표는 정말 문제가 많다. 더욱 큰 문제는 수많은 이들의 예측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과 의지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렇듯 구단이 변하지 않는다면, 지금의 팬들은 조금씩 아스널과 이별을 준비할 것이다.

한 번 떠나간 마음이 되돌아오기란 불가능에 가깝듯, 팬들의 애정이 남아있을 때 아스널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현재의 아스널은 ‘변화’가 매우 시급하다. 스포츠한국 이근승 객원기자 lkssky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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