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입니다. 김병지 칼럼을 사랑해주시는 스포츠한국 구독자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가정에 평안만이 가득하길 바랍니다. 올해 정말 계획하시는 모든 일 꼭 이루시길 응원보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24년을 K리그와 대표팀에서 활약하며 함께한 선수들 중 베스트 11을 뽑아볼까 합니다. 선정기준은 저와 같은팀(소속팀, 대표팀)에서 한번이라도 뛰어본 한국선수를 기준으로 했습니다. 전술적으로도 정말 많이 고민한 베스트11입니다.

그래픽 김명석 기자
이미지처럼 기본적으로 4-2-3-1 포메이션을 기본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 멤버는 공격 2선에 있는 박주영, 안정환, 서정원이 최전방 혹은 윙, 공격형미드필더 등으로 역할 변경이 가능하기에 언제든지 4-3-3, 4-4-2 등으로 포메이션 변경도 가능합니다. 또한 박지성이 중앙에서 2선으로 올라가면 4-1-4-1도 가능하고, 유상철의 존재로 스리백 변형도 가능합니다. 최대한 베스트 11안에서 포메이션과 전술의 다양성을 가져가기 위해 멤버를 꾸려봤습니다. 각 선수의 포지션과 선정이유를 짧게 언급해보겠습니다.

GK 김병지 : 굳이 얘기하자면 현대축구에서는 골키퍼가 발을 잘 쓰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들더군요. 특히 EPL 경기를 중계하면서도 느끼지만 올 시즌 트렌드가 골키퍼에서부터의 빌드업과 넓은 공간 커버인데 그 역할에는 누구보다 자신 있었던 저입니다.ㅎ 쑥스럽네요.

LB 하석주(아주대 감독) : 하석주 감독님은 공격과 수비를 겸할 수 있는 전형적인 윙백입니다. 2001년부터 포항은 물론 1995년부터 대표팀에서 함께 훈련했던 하석주 선배는 윙으로서 느낌을 많이 주지만, 사실 전형적인 윙백으로서 수비와 공격을 오가는 활동량과 커버에 정말 뛰어났으며 아마도 역대 윙백으로서 지금까지 골을 제일 많이 넣었던 하석주 선배를 왼쪽 사이드백으로 두면 안정환이나 박주영이 왼쪽에서 중앙으로 들어오는 역할로 역할분담도 가능할겁니다.

CB 홍명보(항저우 감독) : 그야말로 완급조절과 수비 리딩의 신이었습니다. 빌드업의 시작으로서 경기흐름을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했습니다. 축구 지능이 뛰어나 최소한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만들어내는 수비를 하셨죠. 팀의 리더로서는 두말할 나위도 없고요. 포항시절 함께 뛸 때 받은 느낌은 수비 뒷공간에 대해서 골키퍼에게 선택의 폭을 좁혀준다는 장점이 뛰어났습니다. 선택의 폭을 심플하게 해주니 저는 딱 거기만 막으면 됐죠. 골키퍼로서는 축복이며 그만큼 공간 커버가 뛰어났습니다.

CB 김태영(수원삼성 코치) : 전형적인 파이터형 수비수였던 김태영입니다. 상대 공격선수중 파괴력있게 치고 들어오는 선수를 막아주는 대인수비가 뛰어났습니다. 2002 월드컵때 부상에도 마스크를 쓰고 경기장에 나온 것처럼 파이팅이 넘쳤습니다. 일대일 수비의 달인이었죠.

RB 유상철(울산대 감독) : 울산 현대와 대표팀에서 함께 오래 뛰었던 유상철 감독은 다들 ‘멀티형 선수’로 많이 알면서도 공격수(K리그 득점왕)나 중앙 미드필더(2002 월드컵)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유 감독은 사실 오른쪽 사이드백을 정말 잘 보는 선수입니다. 일반적으로 상대 윙이나 사이드백은 키가 작다보니 제가 일부러 유상철이 있는 오른쪽으로 골킥을 해서 유상철 감독의 피지컬을 이용한 제공권 장악으로 재미를 많이 보기도 했죠. 게다가 풀백으로서 공격수 못지않은 득점력에 뛰어난 수비력을 지녀 정말 매력 있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2002 월드컵 멤버가 다수 포함된 김병지의 베스트 11. ⓒAFPBBNews = News1
DMF 김남일(장쑤 코치) : 남일이는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입니다. 압박 축구의 중심축이었죠. 상대 핵심 공격수에 대한 압박을 김남일이 모두 해결해줬습니다. 상대 공격을 걸러주는 역할에 탁월했고 상대 핵심선수에 대한 대인마크가 뛰어났습니다. 남일이의 존재로 인해 4-1-4-1로 변형도 가능합니다.

CMF 박지성(맨유 홍보대사) : 다들 지성이를 중앙 미들로 둔 것을 의아해하실텐데 위에 있는 공격진이 확실하면 더블 볼란치로 지성이가 수비만 전념해도 된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안배적인 측면이죠. 윙으로서 모습이 강하기도 하지만 지성이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지막즈음이나 말년에는 중앙 미들로서 참 뛰어났습니다. 산소탱크로서 활동량이 엄청났고 경험이 쌓인 후에는 중앙에서 템포조절까지 훌륭했습니다.

LW 안정환(예능인 겸 해설위원) : 안정환은 참 다재다능했죠. 중앙은 물론 측면에서도 뛸 수 있었고 때로는 해결사, 때로는 팀플레이어, 윙어 등 모든 역할이 가능했습니다. 한참 정환이가 ‘솔샤르는 미드필더’라고 주장해 화제가 된 적이 있지 않습니까. 또한 본인 역시 ‘미드필더’라고 언급하기도 했는데 저는 그 주장에 동의합니다. 일반적으로 현장에서는 공격수(포워드)하면 득점을 위해 활동하는 가장 위에 있는 선수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밑에 2선이나 혹은 섀도우 역할을 하는 경우 미드필드 진영에서 많이 활동을 하다보니 미드필더로 분류될 수 있죠. 단적으로 대표팀 명단 발표때 보면 지동원이나 손흥민 등이 미드필더로 분류되는데 울리 슈틸리케 감독님 역시 현장에서 같은 의미로 그렇게 쓰신게 아닐까요. ‘축잘알’, ‘축알못’하는데 보는 입장과 경기장에서 선수에게 주어진 역할 입장의 차이 정도로 생각합니다.

MBC
AMF 박주영(FC서울) : 섀도우로서 공간 파괴력을 갖춘 주영이입니다. 미드필더 플레이는 물론 공간을 찾아 들어가고 미드필드진영에서 리턴을 해주고 돌아가는 역할은 가히 국내 최고였죠. 프리킥 능력도 뛰어났고요. 박주영은 최전방도 가능하고 왼측면도 뛸 수 있어 활용도도 높습니다. 박주영의 신인시절 FC서울에서 함께 했는데 소문대로 엄청난 유망주였습니다.

RW 서정원(수원삼성 감독) : 서 감독은 오른쪽에서 공간침투능력이 참으로 뛰어났습니다. 상대 왼쪽 측면을 허무는 능력은 국내 탑급이었습니다. 기다리는 수비를 하다가 날카로운 공격으로 상대팀의 허점을 노리는 결정력에 ‘날쌘돌이’답게 빠르기도 참 빨랐죠.

CF 황선홍(FC서울 감독) : 선홍이형은 타켓형도 가능하고 최전방에서 원톱으로서도 장점을 넓게 가졌었습니다. 결정력, 제공권, 상대 수비를 쥐고 흔드는 플레이, 2선과의 연계, 공간을 만들어주는 역할 모두 탁월했습니다. 특히 같은 편이 들어갈 수 있는 효율적인 공간을 창출하는 데는 선홍이형만한 공격수가 없었습니다.

감독 차범근(U-20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 : 베스트 11을 지휘할 감독님으로는 차 감독님이 적격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저와도 인연이 많습니다. 제가 프로생활을 시작했던 1990년대 초반 울산 현대에서 감독님 역시 첫 감독을 시작하셨습니다. 저의 프로 막둥이 시절의 감독님이기에 많이 어려웠지만 전술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워낙 뛰어난 경험을 하신분이기에 감독으로서 능력도 뛰어나셨죠. 특히 차 감독님이 바로 저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꽁지머리’를 허용해주신 분이기에 더 특별합니다. 그 시대에 꽁지머리에 염색한머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지만 차 감독님 역시 오래 독일에서 계셨기에 자율성을 존중해주셨죠. 신인급의 개성까지도 인정해주시던 열린 분으로 기억하고 있는 차범근 감독님입니다.

나의 개성을 자율성으로 인정해준 차범근 감독님(왼쪽). 스포츠코리아 제공
▶베스트 11에 넣지 못해 아쉬운 후보 선수

GK 이운재 : 역시 운재가 들어가야 하지 않을까요. 저와 라이벌로 불리기도 했고 거스 히딩크 감독님이 참 좋아했던 선수였기에 반박하는 분이 없을 것 같습니다.

FB 이영표 : 풀백에는 역시 영표를 넣어야죠. 수비에 공격능력이 조화롭게 갖춰졌습니다. 윙으로서도 뛸 수 있고 유사시에는 스리백의 중앙 수비도 가능합니다. 볼 소유 능력이 특히 최고 입니다.

CB 최영일 : 최영일 선배는 이미 제가 2주전 칼럼이었던 ‘‘24년 뛴' 김병지 선정 최고의 선수, 저평가 선수’에서 가장 저평가된 선수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선수들 사이에서 걸리면 다 묶어버린다고 별명이 ‘수갑’이었을 정도니까요.

CMF 기성용, RW 이청용 : 성용이 청용이는 FC서울 시절 청소년기의 모습으로 처음 봤습니다. 당연히 실력으로는 베스트 11에 들어가고도 남을 선수지만 형님빨 때문에 밀린겁니다. 하하. 애들도 이해해주겠죠? 둘 다 엄청난 성장을 했고 영리하면서도 축구 센스가 참 뛰어납니다.

FW 김도훈 : 김도훈 감독 역시 지난 ‘‘24년 뛴' 김병지 선정 최고의 선수, 저평가 선수’에서 최영일 선배와 함께 저평가 받은 선수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더 인정받았어야만 하는 공격수임이 틀림없습니다.

*뛴 기간이 24년이나 되다보니 정말 많은 좋은 선수들과 함께 했는데 못 들어간 선수들이 있어 아쉽네요. 나름의 상상력을 발휘해 가장 조화롭게 어울릴 수 있는 베스트 11을 꾸리다보니 못들어간 선후배님들은 너그럽게 이해줄거라고 믿습니다. 하하.

-김병지 칼럼 : K리그 최다출전자(706경기)이자 한국 축구의 전설인 김병지 前선수는 매주말 스포츠한국을 통해 칼럼을 연재합니다. 김병지 칼럼니스트에게 듣고 싶은 이야기를 댓글이나 스포츠한국 SNS를 통해 남겨주시면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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