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참 오랜만이다.

그동안 한국 선수가 유럽 진출에 성공한 사례는 꽤 많았다. 멀리 차범근 세대를 갈 필요도 없이 근 10년전인 박지성 이후 수많은 유럽파가 나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새로운 유럽파가 전혀 배출되지 않았다.

2014년 김진수(알비렉스 니카타→호펜하임) 이후 '유럽 5대 빅리그'에 진출한 선수는 없었다. K리그에서 직행한 사례는 2013년 홍정호(제주→아우크스부르크)가 마지막일 정도.

김진수 이후 3년, K리거의 빅리그 진출은 4년이 지난 2017년 드디어 새로운 유럽파가 배출됐다. 수원 삼성의 미드필더 권창훈(23)이 그 주인공. 권창훈은 과연 결코 생존이 쉽지 않은 현재 유럽파의 현실을 딛고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원 삼성은 18일 권창훈의 프랑스 리그앙(1부리그) 디종FCO 입단을 알렸다. 프랑스리그는 유럽 5대리그로 불린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리그(세리에A)를 밀어내고 4위를 넘볼 정도로 뛰어나다. 안정환(FC메츠), 남태희(발렝시엔), 박주영(AS모나코) 등이 활약하기도 했던 리그.

물론 디종은 20라운드 현재 승점 20점으로 리그 16위다. 말이 16위지 이미 강등권인 18위와는 승점 동률. 권창훈은 이적과 동시에 팀을 강등권에서 구해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

권창훈의 이번 프랑스 진출은 오랜만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김진수 이후 3년만에 나온 새로운 유럽파다. 박지성의 유럽 진출 이후 늘 유럽 5대리그에 한국 선수들은 쉴새 없이 도전하고 진출했다.

K리그에서 직행한 이청용, 박주영, 구자철, 지동원 등의 사례는 물론 일본을 거치거나(김진수, 김보경), 중소리그를 거쳐서(기성용, 박주호) 빅리그에 도전하기도 했다. 손흥민, 남태희 등과 같이 유망주들이 스스로 성장해 빅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다. 거의 매년같이 유럽파들이 나왔고 어느새 유럽진출은 익숙함이 됐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 소중함을 모르는 것처럼 김진수 이후 3년간 유럽진출은 뚝 끊겼다. 무분별한 해외진출에 고전하기도 했고 그 사이 중국, 중동 등에서 막강한 자금력으로 유럽으로 갈만한 선수들을 끌어들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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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유럽에서 뛰는 선수 중에는 무분별하게 해외진출에 도전했다 현실을 깨닫고 좌절한 선수도 늘어났다. 결국 김보경, 김진수(이상 전북)나 홍정호(장쑤), 윤석영(가시와 레이솔)과 같이 유턴을 택한 선수가 생겼다. 빅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는 없는데 빠져나온 선수는 생기다보니 유럽파는 갈수록 줄었다.

이처럼 유럽파 가뭄에 시달리던 한국에 권창훈은 3년만에 찾아온 단비다. ‘말은 제주도로, 사람은 서울로’라는 말처럼 축구를 하려면 결국 유럽이다. 유럽 빅리그에서 뛴다는 것은 기량 향상에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선수들 사이에 ‘유럽 공기만 마셔도 실력이 느는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

최근 한국 축구는 다른 아시아국(중국, 중동)의 무서운 투자로 예전 같으면 유럽에 갔을만한 수많은 선수들이 모두 아시아에 머무르는 사례가 많아졌다. 물론 개인으로는 막대한 부를 거머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전체를 보면 하향평준화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권창훈은 아시아가 아닌 유럽을 택했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당장 강등권 팀에 있다는 것은 적응을 기다려줄 수 없음을 뜻하기도 한다. 만약 디종이 강등된다면 또 다시 이적할 팀을 알아봐야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선배들이 다시 아시아로 유턴한 것은 실력뿐만 아니라 생활, 환경, 언어 등 현실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그럼에도 권창훈은 유럽진출을 택했다. 박수 받아 마땅하다. 이제 그가 할 일은 버텨내는 것이다. 강등에서 버텨내야하고, 실력으로 더 디종에서 인정받아야한다. 디종에서 어떻게든 버텨내다보면 더 성장한 자신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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