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 8일, 일본 시즈오카에서는 뜻 깊은 경기가 열렸다. 한국과 일본의 축구 레전드들이 모인 ‘2017 한·일 축구 레전드매치’가 개최된 것.

참가한 면면은 화려했다. 이번 경기를 주최한 김병지(은퇴), 서정원(수원 삼성), 윤정환(세레소 오사카), 이상윤(건국대), 송종국(은퇴), 최진철(전 포항), 유상철(울산대), 김도훈(울산 현대)이 한국에서는 참가했고 일본에서는 오노 신지, 도쿄대첩에서 선제골을 넣었던 야마구치 모토히로 등이 참가했다.

이날 경기는 한국 레전드의 4-0 대승으로 종료됐다. 김도훈 울산 감독이 선제 헤딩골을 넣자 최성용 수원 코치가 발리슛으로 2-0으로 전반을 마쳤다. 후반들어 일본이 오노 신지 등 젊은피를 넣자 한국의 김정남(OB축구회장) 감독은 현영민(현 전남 선수), 최태욱(서울 이랜드 유소년 감독) 등 젊은피로 맞섰다. 결국 임근재 대신중 감독이 두 골을 보태며 한국은 원정에서 4-0 승리를 거뒀다.

흥행도 성공이었다. 비가 오고 추운 날씨였지만 3000여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일본 측 역시 이번 대회에 만족감을 표했고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만족감을 표하며 지속적인 경기 개최에 관심을 보였다는 후문.

이날 경기를 주도한 김병지는 스포츠한국에 “전반은 분명 쉽게 갔지만 후반들어 일본의 젊은 선수들이 들어오면서 어떻게 4-0으로 이겼나 싶을정도로 만만치 않은 경기를 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왼쪽부터 유상철, 이상윤, 김병지, 도쿄대첩 선제골의 주인공 야마구치
“다들 나이를 먹었지만 딱 젊을 때 뛰던 스타일 그대로 뛰더라”며 웃은 김병지는 “전날 전야제를 가지며 오랜만에 만나는 한국 동료는 물론 예전에는 죽자살자 뛰었던 일본 선수들과 술한잔을 하며 즐겁고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최근 한국은 일본과 여러 정치적 사안으로 인해 정치·외교적으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태. 이런 상황 속에서도 레전드 매치를 밀어붙인 이유에 대해 “한일관계가 정치적으로 민감한게 많지만 스포츠 외교는 스포츠를 통해 친밀도를 높이는 일이다”며 “정치상황과는 별개로 스포츠 외교로 양국이 가까워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한 김병지다.

일본 측은 이번 경기를 위해 전현직 레전드 25명 내외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하지만 한국은 16명정도로 무려 10명가까이 숫자가 적어 쉽지 않았다는 후문. 김병지는 “올해는 시범경기였다. 내년부터는 정식 1회대회로 해서 매년 한일 축구 레전드가 만나는 친목의 장이 되게 할 것”이라며 이번에 데려가지 못해 아쉬운 선수로 “한국에는 박지성, 홍명보, 황선홍 등이 같이 못가 아쉬웠다. 내년에는 꼭 참가하면 좋겠다. 일본에서는 나카타 히데요시와 미우라 카즈요시를 보고 싶다. 미우라와 나카타에게 많이 당했는데 이렇게라도 갚아줘야하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김병지 역시 이런 대회를 주도적으로 한 것이 처음이다 보니 미숙한 점이 많아 아쉬웠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대회가 좋은 분위기속에서 훈훈하게 개최되면서 대한축구협회 등 여러 곳에서 내년대회를 제대로 해보자는 긍정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한다. 과연 내년에는 더 많은 레전드들이 모여 서로에게 ‘가깝고도 먼 나라’인 한국과 일본의 축구 친목·교류를 다져갈지 기대된다.

저작권자 © 스포츠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