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현 기자] 최근 부진을 겪고 있는 크리스탈 팰리스에게 다시 한 번 악재가 찾아왔다. 팀의 주축 선수들이 국제대회를 이유로 잠시 전열에서 이탈하기 때문. 그러나 이들의 공백은 이청용(29·크리스탈 팰리스)에는 새로운 기회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청용. ⓒAFPBBNews = News1
크리스탈 팰리스는 4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잉글랜드 런던 셀허스트 파크에서 열린 스완지시티와의 2016~2017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에서 1-2로 패했다.

이로써 리그 2연패에 빠진 팰리스는 6경기 연속 승리를 신고하지 못했다. 시즌 도중 앨런 파듀 감독을 내치고, 샘 앨러다이스 감독을 선임했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질 기미가 안 보인다. 앨러다이스 감독 부임 이후 3경기 연속 승리가 없는 팰리스다.

여전히 리그 17위(4승4무12패, 승점 16)에 머물고 있는 팰리스는 강등권인 18위 선덜랜드(승점 15)와의 승점차는 단 1점차에 불과하다. 다음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뀔 수도 있다.

문제는 팰리스 공격의 핵심 전력인 윌프레드 자하와 바카리 사코가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각각 코트디부아르와 말리 국가대표팀의 소집에 응한다는 사실이다. 아프리카 대륙간 대항전인 네이션스컵 참가를 위해서다. 해당 선수들은 향후 최소 3주간은 팰리스 전력에서 제외될 전망.

이번 네이션스컵의 각 조 조별리그가 모두 종료되는 시점이 오는 26일임을 감안한다면 최소 3주간의 결장을 예상하는 것이 결코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코트디부아르의 객관적 전력 상 대회 우승까지도 점쳐지는 만큼, 자하의 결장 기간은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 팰리스 입장에서는 스완지전 동점골을 포함해, 올시즌 6골4도움을 기록한 자하의 이탈이 너무나도 뼈아프다.

상황이 이렇다면 스완지전에서 벤치를 지킨 이청용에게 눈길이 간다. 이청용은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후반 초반 몸을 푸는 장면이 포착돼 교체 투입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끝내 결장했다.

앨러다이스 감독은 후반 공격 강화가 절실한 시점에서 프레이저 캠벨, 사코, 조던 머치를 차례로 투입했다. 이청용 입장에서는 후반 시작과 함께 어깨 부상으로 캠벨과 교체 됐던 벤테케의 사례가 아쉬울 수도 있겠지만, 냉정히 말해 벤테케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더라도 그는 캠벨에 밀렸을 가능성이 높다.

그만큼 새 감독의 구상에서도 멀어져 있는 이청용인데, 결국 그에게 1월은 어떤 식으로든 선택의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회 혹은 출전 기회를 위한 이적이라는 두 갈림길에 놓여있는 그다.

일단 자하와 사코가 빠진 만큼, 이청용의 중요성은 이전보다 커질 전망. 다만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선발 출전 여부다. 자하와 사코가 빠진 상태에서 일단 측면 공격수 두 자리중 하나는 안드로스 타운젠트에게 돌아간 모양새.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조던 머치 혹은 캠벨과 경쟁을 펼쳐야 하는 이청용이다. 일단 경쟁은 해 볼 만 하다. 머치와 캠벨 모두 조커로 투입되고 있기 때문.

게다가 머치는 측면 보다는 공격형 미드필더로 좀 더 각광을 받는 선수이고, 캠벨은 벤테케의 부상 공백이 예상보다 장기화 된다면 최전방 공격수로 분류된다. 여러 상황들이 맞물려 의외로 이청용이 급부상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크리스탈 팰리스의 이청용. ⓒAFPBBNews = News1
그러나 최종 결정권은 감독에게 달려있다. 신체조건이 좋은 선수들을 대거 기용해, 크로스를 통한 공격을 선호하는 앨러다이스 감독인 만큼 낙관은 금물이다.

드리블은 물론 기술적인 축구를 선호하는 이청용의 성향은 익히 알려진 앨러다이스 감독의 전술 성향과는 기본적으로 맞지 않는다. 스완지전에서도 전술상의 이유로 끝내 외면 받았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향후 일정에서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팰리스는 오는 8일 볼턴과의 FA컵 경기를 시작으로 15일에는 웨스트 햄, 22일에는 에버튼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일주일 단위로 경기를 치르는 만큼, 빡빡한 일정은 결코 아니다. 과연 이청용이 주전 선수들의 국제대회 참가로 발생한 미세한 틈을 파고들어, 박힌 돌을 빼낼 수 있을까.

다만 오는 22일 에버튼전까지도 줄곧 외면 받는다면, 겨울이적시장을 통한 이적을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는 이청용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월드컵 참가를 고려하고 있다면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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