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강원FC의 광폭 영입 행보는 놀랍기 그지없다.

12월 9일 이근호 계약 발표부터 21일 정조국 영입까지 13일간 이어진 총 10건의 영입과 3건의 재계약으로 강원은 한순간에 K리그에서 가장 주목받는 팀이 됐다.

승격팀을 넘어 30년 프로축구사에 이정도로 영입 소식을 획기적인 방법으로 한 것은 강원이 처음이었고 늘 ‘약체’ 이미지를 벗지 못했던 강원이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대거 영입한 것은 가뜩이나 투자가 줄어 걱정인 K리그에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냉정히, 그리고 차분히 봐야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이번 영입이 실질적으로 강원에게 어떤 효과가 있을까.

강원FC의 실제 영입 명단. 김명석 기자
일단 강원이 영입한 선수는 공격수에는 이근호와 정조국, 미드필더에는 황진성, 문창진, 김경중, 김승용, 수비수 박선주, 강지용, 오범석, 골키퍼 이범영이 있다. 공격수 이근호와 정조국은 나이가 많다는 점이 아무래도 걸릴 수밖에 없다(이근호 내년 만 32세, 정조국 33세). 이근호는 지난 시즌 35경기 5골 6도움으로 전성기의 모습을 잃은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받고 있다.

정조국의 경우 MVP에 득점왕을 차지하긴 했지만 광주FC의 ‘몰빵축구’가 아니었다면 과연 가능한 성과였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물론 두 선수는 어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되고 급격하게 기량이 하락할 가능성은 적다. 하지만 두 선수의 나이를 볼 때 재판매가 힘들다는 점에서 그들에게 투자한 돈은 미래 투자수익을 감안하지 않고 오로지 활약으로만 메워야한다.

미드필드진을 보자. 황진성은 분명 K리그 최고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하지만 지난 시즌 부상에 시달리며 성남에서 고작 10경기 출전에 그쳤다. 과연 그가 내년에도 제대로 뛸 수 있을지, 제대로 뛰어도 5년전이 마지막이었던(2012시즌) 맹활약을 만 33세의 나이에 해낼 수 있을지 의문부호가 붙는다.

윙어인 김경중과 김승용은 냉정하게 보면 기량에 의문이 있는 선수들이다. 김경중은 일본 2부리그에서도 지난 시즌 19경기 출전에 그쳤다. 김승용은 2014년부터 중국-태국리그를 거쳤고, 그 역시 ‘절친’ 이근호와 동갑이다.

문창진은 올림픽대표에서는 분명 뛰어난 기량을 보여줬으나 K리그 레벨에서 보여준 것은 그리 많지 않다(올시즌 23경기 3골 4도움). 성장에 기대를 걸어야만 한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수비진에서 강지용은 클래식 레벨에서 사실상 경험이 없으며(통산 클래식 5경기 출전), 박선주는 2016시즌 포항에서 12경기 출전에 그친 후보였다. 그나마 오범석이 최근까지 국가대표를 하긴 했지만 오범석은 홍명보 감독 아래에서 활약하며 항저우의 2부리그 강등을 막진 못했다.

이범영 영입은 불안한 뒷문을 잘 메웠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나 이범영 영입 역시 국가대표급을 영입한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이렇게 많은 10명의 선수가 영입되면서 조직력 문제를 해결해야한다. 선수를 많이 영입하다보면 기존 선수들과의 조화는 물론 전술이해도에서 문제가 나기 마련이다. 게다가 현재는 외국인 선수 영입도 안된 상황인데 외국인 선수 최대 4명이 영입되면 최대 14명의 선수가 기존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야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물론 이같은 우려를 씻어내고 영입된 선수 중 절반만 기대만큼만 해주고 기존 선수들이 클래식 생존에 가능한 실력을 보여준다면 강원의 성적은 기대해볼 수도 있다.

강원의 선수 영입 행보 그 자체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은 아니다. 박수 받아 마땅하며 침체되고 고요하기 그지없는 K리그에 돌풍을 일으키고 기존 클럽에 경각심을 줬다는 점에서 강원에 무한한 칭찬이 필요하다. 과연 강원은 2017시즌 이적시장만큼의 돌풍을 일으킬 수 있을까. 2017 K리그가 기다려지는 이유가 추가됐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재호의 할말하자 : 할 말은 하고 살고 싶은 기자의 본격 속풀이 칼럼. 냉정하게, 때로는 너무나 뜨거워서 여론과 반대돼도 할 말은 하겠다는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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