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왜 ‘굳이’ 강원FC였을까. 고향이 강원도 아니고 학교를 강원도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이근호 정도의 네임밸류 선수라면 승격팀이 아니고 더 좋은 클럽을 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니면 외국팀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근호는 강원을 택했다. 어떤 이들은 ‘돈 때문이다’라고 한다. 물론 무시할 수 없는 조건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가 아니다. 강원FC에는 평생을 함께 해온 절친 백종환이 있었고 이근호는 언젠가 꼭 백종환과 뛰어보겠다는 다짐을 이제야 실현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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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은 9일 이근호와 3년 계약을 맺었음을 발표했다. 놀라운 계약이었고 모든 K리그 팬들은 흥분했다. 이근호와 같은 국가대표급 공격수가 승격팀에 간 것도 놀라웠고 도민구단인 강원이 ‘돈을 쓰겠다’라고 했지만 정말 이정도로 야심이 큰지 몰랐기 때문이다.

이근호는 어떻게 강원을 택하게 됐을까. 내년이면 32세인 선수에게 3년계약을 안겨줄 정도로 강원이 적극적으로 원한 것이 첫 번째일 것이다. 실제로 조태룡 단장은 “내년 잔류가 목표가 아니라 ACL진출이 목표”라고 할 정도로 더 많은 투자로 좋은 팀을 만들 것임을 다짐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조건’만이 이근호를 움직인 것이 아니라는게 관계자들의 증언. 바로 평생의 절친인 백종환이 강원에 있는 것도 결정에 분명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근호와 백종환의 관계는 일반 친구 관계를 넘어선다. 올해로 무려 21년지기 친구. 이근호와 백종환은 인천만수북초-부평동중-부평고 동기동창이다. 이미 여기서 얼마나 친한지 드러나는 두 선수의 사이는 2013시즌을 앞두고 무려 ‘동반입대’를 했다는 사실로 그 친분이 얼마나 두터운지 알 수 있다. 절친이 아니면 하기 힘들다는 동반입대를 한 이유는 ‘같이 뛰고 싶어서’였을 정도.

두 선수는 2013, 2014시즌 상주 상무에서 한솥밥을 먹었고 두 선수 모두 새롭게 거듭났다. 이근호는 월드컵에 나가 골까지 넣었고 백종환은 오른쪽 풀백으로 2013시즌 무려 7개의 도움을 했고 이는 현재까지도 커리어하이 공격포인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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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선수는 제대와 함께 흩어졌다. 하지만 이근호는 지난 7월 진행된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베스트 11에 골키퍼 김영광, 수비는 박주호, 곽태휘, 이정수, 백종환, 미드필더는 기성용, 하대성, 이근호, 이청용, 공격은 박주영, 김신욱을 선정했다. 백종환을 굳이 베스트 11에 넣을 정도로 친구를 꼭 챙긴 이근호다.

이근호는 중동, 전북, 제주를 갖다온 사이 백종환은 계속해서 강원을 지켰다. 지난 2년간은 강원의 주장으로서 활약했고 결국 올 시즌 강원의 승격에 일등공신으로 활약했다. 현재 강원에서 뛰고 있는 선수 중 가장 오랫동안 강원을 지킨 선수 중 하나인 백종환은 분명 이근호 이적에 영향을 끼쳤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말이다.

절친이 다시 뭉쳤다. 초중고 동기 동창이 군대에서 함께 뛰다 말년을 함께 보내기 위해 뭉친 것이다. 과연 이 절친 콤비는 K리그 클래식에서 어떤 효과를 낼까. 기대될 수밖에 없다.

강원의 주장 백종환. 강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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