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김명석 기자] 나쁘지 않다. 슈틸리케호를 바라보는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회의 중간평가다.

축구협회는 21일부터 이틀간 파주 국가대표팀 트레이닝센터(NFC)에서 제5차 기술위원회를 개최했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을 중심으로 19세 이하(U-19) 청소년대표팀 감독 선임건 등이 논의됐다. 아울러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을 치르고 있는 슈틸리케호에 대한 중간평가도 함께 진행됐다.

결과적으로 기술위는 슈틸리케호의 행보에 큰 문제가 없다는 평가를 내렸다. 직접적으로 호평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다만 큰 문제 역시 없다는 뉘앙스가 그 속에 담겨 있었다. 평가의 골자는 ‘과거에 이래왔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는 추측’이다.

이용수 위원장은 22일 브리핑에서 “어려운 점은 있지만, 최근 월드컵 예선과 비교해 비슷한 순위와 승점이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은 2006년 2위(2승1패·승점6) 2010년 1위(2승2무·승점8) 2014년 1위(3승1무·승점10)로 최종예선 반환점을 돌았다. 현재 슈틸리케호는 3승1무1패(승점10)로 2위다. 길게는 10년 전 월드컵 예선 성적과 순위를 기준으로, 사실상 합격점을 준 셈이다.

물론 문제점들도 지적됐다. 공격 상황에서 일대일 돌파가 이루어지지 못했고, 매번 달라지는 수비진 구성 때문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이 슈틸리케호를 향한 기술위의 진단이었다. 다만 전자는 대표팀 차원의 문제가 아닌 유소년 교육의 문제이고, 수비진 구성에 대한 문제는 코칭스태프가 함께 여러 방안으로 생각해볼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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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기술위에서는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향한 화살이 없었다. 어쨌든 2위로 반환점을 돌았으니 문제가 없으며, 드러난 문제점들 역시 감독 책임이 아니거나 혹은 코칭스태프가 논의해야 할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 기술위의 중간평가인 셈이다.

차가운 여론과는 배치되는 평가이기도 하다. 사실상 단두대 매치가 될 것이라던 우즈베키스탄전을 치른 것이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가 좌우될 것이라던 그 경기다. 답답한 경기력, 납득하기 어려운 선수 선발, 신중하지 못했던 발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팬심이 등을 돌린 것이 슈틸리케호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다.

예컨대 수비불안은 거듭 반복이 되어 왔다. 뚜렷한 전술적인 색채 역시 예선 내내 찾아볼 수 없었다. 중국, 카타르, 우즈베키스탄을 상대로 승전보를 울렸지만 홈경기라는 이점 속에 ‘가까스로’ 거둔 승리였을 뿐이었다. 단 1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무릎을 꿇은 이란 원정,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시리아전 0-0 무승부 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슈틸리케호가 선보인 앞선 5경기 가운데 단 1경기도 깔끔하게 끝난 적이 없었다. 한국축구의 위기라는 평가가 늘 따라다녔던 이유였다.

그런데도 정작 기술위는 ‘괜찮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 기댄 채 현재의 순위에만 집착하면서, 팬심이 등을 돌린 앞선 논란들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기술위의 평가에 아쉬움을 지울 수 없는 이유다.

참고로 일본도 한국과 상황이 비슷하다. 일본 역시 앞선 예선 과정 내내 부침을 겪다가 한국과 같은 3승1무1패(승점10) 조2위의 성적으로 최종예선 B조 반환점을 돌았다. 다만 일본축구협회는 조만간 기술위원회를 열고 바히드 할릴호지치 감독을 '재평가'하기로 결정했다. 현재의 순위나 승점이 아니라, 지금까지의 행보를 토대로 미래를 내다보겠다는 뜻이다.

물론 일본처럼 슈틸리케 감독의 거취를 두고 고심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적어도 2위라는 중간순위와는 무관하게, 슈틸리케 감독 스스로 지난 5경기를 돌아볼 만한 ‘따끔한 한 마디’ 정도는 반드시 필요한 시기였다. 그러나 기술위는 오직 과거를 기준으로 현재의 순위에만 집착한 채, 슈틸리케 감독에게 힘만 실었다. 자칫 슈틸리케 감독이 현 상황에 ‘안주’할 수 있는 여건을, 기술위 스스로가 마련해준 셈이다.

*김명석의 디스+는 특정 사안(This)에 대해 심층 보도하거나, 그 사안을 비판적인 시선(Diss)으로 바라본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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