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이승우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운명이 결정된다.’

이승우가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는 동안 각 대표팀 감독의 거취나 평가 역시 이승우를 어떻게 활용하고 컨트롤했느냐에 따라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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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가 가장 먼저 두각을 드러냈던 2014년 AFC U-16 챔피언십이었다. 당시 감독은 최진철. 이승우는 일본전 등에서 엄청난 드리블 능력과 결정력을 보여주며 5골을 몰아쳤고 비록 준우승을 했지만 5골로 득점왕에 올랐다.

이 대회 이후 최진철 감독은 선수의 이미지를 벗고 감독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그리고 2015 칠레 FIFA U-17 월드컵에서 최진철 감독은 이승우를 영리하게 잘 활용하며 한국이 FIFA주관 대회에서 처음으로 조별리그 2연승을 거두는 기록을 만들며 16강에 진출한 바 있다.

최 감독은 후에 이승우를 컨트롤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음을 밝히기도 했지만 끝내 이승우와 함께 나머지 팀원들을 잘 이끌며 감독으로 완전히 태어났다. 후에 포항 스틸러스 감독을 할 수 있었던 것도 U-17월드컵에서의 성과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일일 것이다.

반면 안익수 감독의 경우에는 이승우를 그리 잘 활용하지 못했다. 수원컵은 물론 지난 10월 열린 AFC U-19 챔피언십에 이승우를 제대로 쓰지 않았고 결국 성적이 나빠 사임할 수밖에 없었다.

임시감독으로 11월 초 열린 수원 컨티넨탈컵 지휘봉을 잡았던 정정용 감독의 경우 이승우를 가장 잘 활용하고 컨트롤해 무명감독에서 웬만한 축구팬들은 이름을 알만한 감독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당시 이승우도 정 감독이 정식감독으로 됐으면 하는 바람을 나타낼 정도로 최고의 케미를 보여줬고 정 감독은 이승우의 어린시절부터 그를 지도했던 노하우를 살려 이승우와 팀원들간의 위화감을 완전히 없애 3연승으로 우승을 이끌었다.

물론 이승우로 인해 각 감독들의 거취가 좌지우지 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냉정하게 현재 청소년대표팀 레벨에서 관중 동원력은 물론 주목도가 되는 인물은 이승우, 백승호정도가 전부다. 이승우, 백승호 정도는 웬만한 국가대표 성인 선수보다 훨씬 주목도가 크고 실력은 또래들보다 월등하다고 여겨진다. 자연스레 그들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팀성적이나 주목도가 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22일부로 새롭게 U-20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은 신태용 감독은 그 누구보다 정정용 감독을 가장 먼저 찾아가 조언을 구할 수밖에 없다. 아직 신 감독은 어린 선수들의 선수파악이 부족하다. 유소년 선수를 지도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고 이승우나 백승호는 제대로 얼굴도 트지 못했다.

물론 모든 선수들을 똑같이 대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아르헨티나 감독직을 맡게되면 리오넬 메시를 어떻게 쓸 것인지 주목될 수밖에 없다. 마찬가지로 신 감독 역시 이승우나 백승호를 어떻게 활용해 내년 한국에서 열릴 U-20월드컵에 6개월만에 나갈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전임 임시감독이었던 정정용 감독은 이승우가 가장 믿고 따르는 국내 지도자였다. 2011년부터 정 감독과 함께했던 인연도 있지만 그 기간 때문에 정정용 감독을 이승우가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승우가 가장 좋아했던 국내 지도자인 정정용 감독. 연합뉴스 제공
정 감독은 지난 6월 진행된 대한축구협회와의 인터뷰에서 “(이)승우는 지시가 아니라 이해를 시켜야하는 아이라는 것을 느꼈다”며 “한 번은 이승우에게 등번호 20번을 줬더니 그게 불만이었던지 투덜거리더라. 그래서 승우에게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등번호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하더라. 그래서 내가 설명했다. ‘너가 9번을 받고 수비를 할 수 있겠냐. 아니면 5번을 받고 센터포워드를 할 수 있겠냐. 20번을 달면 어디에서든 뛸 수 있다”라고 설명한 일화를 말하기도 했다.

이때 이승우는 “아 그런 의미가 있었네요”라며 수긍했다고 한다. 정 감독은 “승우에게 20번 달고 뛰니 어떠냐고 묻자 ‘(숫자가 커서) 조금 무겁긴 해요’라며 웃더라. 정답은 그거였다. 이해시키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이다. 남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 승우만 감싸준다며 뭐라고 했지만 그건 내가 감수해야할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이승우를 활용하는 법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또한 이승우에게 주장을 맡긴 일화에서도 “가끔 불만을 털어놓으려고 해도 ‘네가 주장이다’라고 한 마디 하면 ‘아, 네 그렇죠’라며 수그러들었다. 승우는 예전처럼 돌출행동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웃기도 한 힌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 힌트들을 직접 정 감독을 찾아가 답을 구해야할 신 감독이다. 신 감독 역시 “이승우와 백승호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상 20세 이하 대표팀에서 이승우와 백승호를 어떻게 잘 쓰고 활용하고 컨트롤하는지는 성적과도 직접 연결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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