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김명석 기자] '성남FC의 자존심이냐, 강원FC의 기세냐.'

2017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을 누비게 될 마지막 한 팀을 정하는 승강플레이오프(PO)가 막을 올린다. 올해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팀은 클래식 11위 성남, 챌린지(2부리그) 플레이오프 승리팀 강원이다.

두 팀은 17일 오후 7시 강릉종합운동장에서 1차전을 치른 뒤, 20일 오후 3시 탄천종합운동장으로 무대를 옮겨 2차전을 치른다. 최종 승리팀은 1·2차전 합산 성적→득실차→원정다득점→연장전→승부차기 순으로 결정한다.

특히 1차전은 기선제압을 위해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다. 승강PO가 도입된 2013년 이후, 1차전 승리팀은 곧 최종 승리의 기쁨을 누려왔다. 강원과 성남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이유다.

담당기자의 눈을 통해 양 팀이 승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살펴본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 이재호 기자 : 아무리 그래도 성남은 ACL진출까지 넘봤던 전력이다

성남의 최근 흐름은 좋지 못하다. 최근 8경기에서 단 2무 6패이며 최근 7경기 동안 필드골은 한 골도 없다(2득점은 코너킥, PK골). 구상범 감독대행은 추락하는 성남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 강원의 무서운 기세를 생각하면 분명 흐름싸움에서는 일단 지고 들어가는 성남이다.

그러나 주목해야할 점은 성남의 기본 전력이다. 지난 3년간 승강 플레이오프가 있으면서 냉정하게 성남 정도의 팀이 승강플레이오프까지 간 전례는 없다. 2013년의 강원, 2014년의 경남, 2015년의 부산은 솔직히 시즌전부터 강등권 팀으로 분류됐던 전력이다.

하지만 성남은 2년 전만해도 FA컵우승을 차지했고 작년에는 ACL까지 나갔던 팀이다. 김두현, 황의조, 김동준, 장학영, 황진성 등 대표급 선수도 두루 갖추고 있다. 김현, 박용지, 실빙요와 같은 공격자원도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급의 선수이며 피투는 가장 저평가받고 있는 외국인 선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조합과 부상이다. 황의조-김현의 사실상의 투톱 체재는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또한 마지막경기에서 결장한 황의조의 출장 여부가 불투명하고 황진성-피투-김두현의 중앙 미들진을 볼 날이 각자의 몸상태로 인해 거의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몸상태가 조금 안 좋아도 그냥 올인일 수밖에 없다. 이 경기에서 지면 사실상 2차전 홈경기에서 역전하기도 힘들다. 성남은 몸상태가 조금이라도 괜찮다면 기용가능한 모든 자원을 다 투입한다는 계획.

이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클래스를 모아준다면 마치 ‘원기옥’처럼 성남의 전력은 올 시즌 중반까지만해도 ACL진출을 넘봤던만큼 충분히 회복이 가능하다. 아무리 성남이 최근 분위기가 안좋고 부상자가 많다할지라도 기본적인 클래스는 역대 승강PO진출팀중 최고인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성남 예상 선발라인업(4-2-3-1) : 김동준(GK) - 장학영 연제운 김태윤 이태희 - 이종원 김두현 - 실빙요 황의조 피투 - 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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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석 기자 : ‘무서운 기세’ 강원, 어느 팀이 두려울쏘냐

강원의 최대 무기는 ‘기세’다. 챌린지 4위로 챌린지PO에 오른 이후, 부산아이파크와 부천FC를 차례로 꺾고 승강PO에 올랐다. 정규리그까지 포함하면 4경기 연속 무패(3승1무)다. 사령탑 교체 이후 8경기 연속 무승(2무6패), 8월 이후 13경기 1승(3무9패)의 늪에 빠진 채 승강PO까지 추락한 성남과는 극명하게 엇갈리는 기세다.

승강PO까지 오르는 과정도 드라마틱했다. 부산과의 준PO에서는 후반 44분에 터진 마테우스의 결승골로 승전보를 울렸다. 부산을 상대로 5년 만이자 10경기 만에 거둔 승리였다.

규정상 ‘비기면 탈락’이었던 부천전은 더욱 극적이었다. 1-1로 맞서던 후반 추가시간 마라냥의 극적인 결승골이 터졌다. 한껏 오른 기세에 연이은 극적인 승리로 분위기마저 좋으니, 그 어느 팀도 두려울 리 없다.

전력에도 이상이 없다. ‘주포’ 마테우스(12골1도움)는 물론, 시즌 중반 합류한 ‘전 K리거’ 루이스(7골4도움) 세르징요(2도움) 마라냥(2골) 등 외국인선수들 모두 출격을 준비 중이다. 최진호 박희도 심영성 등 조커들 역시 언제든 성남의 골문을 위협할 수 있다.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던 수비수 안현식의 복귀도 반갑다.

전술적으로도 선택의 폭이 넓다. 강원은 4-3-3, 4-2-3-1 등 포백(Back4) 전형뿐만 아니라 최근 챌린지PO에서 재미를 봤던 3-5-2 전형도 꺼내들 수 있다. 구상범 감독대행 부임 이후에도 사실상 4-2-3-1 전형의 틀에 얽매여 있는 성남과 비교하면, 경기 중 전술변화를 통한 승부수를 던질 선택지가 열려 있다는 의미다.

1부와 2부리그의 격차가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사실은 앞선 역사들이 말해준다. 승강PO가 처음 도입된 2013년 상주상무를 시작으로 2014년 광주FC, 2015년 수원FC 등 3년 연속 챌린지 팀이 승격에 성공해왔다. 특히 앞선 세 팀 모두 1차전에서 열린 홈경기를 모두 잡아냈다. 전례들은 강원에게는 또 다른 자신감이 될 수 있다.

지난 5일 이후 약 2주 만에 치러지는 경기라는 점은 변수가 아니라 호재다. 올 시즌 강원은 FA컵과 챌린지PO 포함 44경기를 소화했다. 지칠 대로 지쳐버린 체력을 끌어 올리는데 중요한 보약이 됐다. 이제는 최근 기세를 살려 1차전에서 기선을 제압하는 일만 남았다. 3년 동안 기다려온 고지가, 멀지 않았다.

강원 예상 선발라인업(3-5-2) : 함석민(GK) - 길영태 세르징요 이한샘 - 정승용 한석종 오승범 허범산 김윤호 - 마테우스 루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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