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31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달 캐나다·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25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렸다. 다만 분위기는 전과 사뭇 달랐다. 최근 대표팀을 둘러싼 논란들이 적지 않았던 까닭이다.
앞서 슈틸리케호는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2승1무1패(승점7)의 성적으로 이란(3승1무·승점10) 우즈베키스탄(3승1패·승점9)에 이어 3위로 밀렸다.
특히 경기력 자체가 기대 이하에 그치면서 일각에서는 월드컵 본선 진출을 낙관할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이어졌다.
중동이나 중국 등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발탁 논란을 비롯해, 최근에는 “세바스티안 소리아 같은 선수가 없어서 졌다”는 등의 슈틸리케 감독의 신중치 못한 발언들도 연일 도마 위에 올랐다.그래서인지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슈틸리케 감독의 표정은 잔뜩 굳어 있었다. 전반적인 기자회견 역시 다소 무겁게 진행이 됐다.
슈틸리케 감독이 명단을 구성하게 된 배경을 설명한 뒤에는 취재진의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다. 지난달과 비교해 새롭게 승선한 몇몇 선수들의 발탁 배경이 주를 이뤘고, 최근 선임된 차두리 전력분석관과 관련된 질문들도 이어졌다.
첫 질문은 새롭게 승선한 박주호(도르트문트) 윤석영(브뢴뷔)의 발탁 배경이었다. 이들은 슈틸리케호의 최대 고민인 왼쪽 풀백 자원들이지만, 최근 소속팀에서의 입지는 그리 두텁지 못한 상황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호는 최근 소속팀에서 기회를 받기 시작했고, 윤석영은 1군에는 잘 못 뛰지만 리저브팀에서는 꾸준히 뛰고 있어 발탁했다”면서 “이들은 캐나다전에서 45분씩 나눠서 뛰면서 내부경쟁을 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논란이 된 중국 또는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의 재발탁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은 중국이나 중동에서 뛰면 선수들의 기량도 그만큼 떨어진다는 이른바 ‘현지화’가 논란이 됐다. 이번 대표팀에는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R&F) 홍정호(장쑤 쑤닝) 한국영(알 가라파) 등이 변함없이 재승선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중국이나 중동에서 뛰면 대표팀에 대한 사명감이나 의욕이 떨어지는 등의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다만 내가 본 결과 그들이 사명감이 없다거나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적은 없다”고 최근 논란을 반박했다.
이어 그는 “오히려 다쳤어도 대표팀에 오고 싶어하는 선수들”이라면서 “그들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불렀다”고 덧붙였다.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 될 우즈벡전에 대해서는 “상당히 중요한 경기”라면서도 “아주 결정적인 경기는 아니”라고 답했다. 그는 “이 경기가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 “다만 아직 5경기가 더 남아 있다”며 최종예선을 길게 내다보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기자회견은 차두리 전력분석관과 관련된 질문이 더해지면서 더욱 길어졌다. 차두리는 최근 슈틸리케호의 분석관으로 합류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그에게는 이러한 경험과 시간들이 지도자 자격증을 따는데 하나의 실습으로 인정받는다. 대표팀 내부에서는 선수들과 나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제안했고,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차 분석관의 선임 배경과 기대하는 역할을 설명했다.
이어 슈틸리케 감독은 “지금은 물컵에 물이 반 정도 차 있다. 부정적인 시선들을 가진 사람들은 ‘반 밖에 안 차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우리는 ‘반 이나 차 있고, 나머지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면서 최근의 논란들에 흔들리지 않겠다는 속뜻을 내비쳤다.
통상적으로 30분을 넘기지 않던 기자회견은 1시간이 넘게 진행된 뒤에야 마무리됐다. 기자회견 말미 취재진 또는 축구팬들에게 ‘당부의 말’을 덧붙여왔던 슈틸리케 감독도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을 끝으로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한편 슈틸리케호는 내달 1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캐나다와 친선경기를 치른 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우즈벡과 최종예선 5차전을 치른다. 25명의 명단을 꾸린 슈틸리케호는 캐나다전 직후 23명으로 추려 우즈벡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 11월 캐나다·우즈벡전 대표팀 명단
- 골키퍼 : 김진현(세레소 오사카) 권순태(전북현대) 김승규(빗셀 고베)
- 수비수 : 김기희(상하이 선화) 장현수(광저우R&F) 홍정호(장쑤 쑤닝) 곽태휘(FC서울) 김창수 최철순(이상 전북현대) 박주호(도르트문트) 윤석영(브뢴뷔) 홍철(수원삼성)
- 미드필더 : 정우영(충칭 리판) 김보경(전북현대) 한국영(알 가라파) 손흥민(토트넘 홋스퍼) 이재성(전북현대) 이청용(크리스털 팰리스) 기성용(스완지 시티) 남태희(레퀴야)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 공격수 :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정협(울산현대) 김신욱(전북현대)
- 예비명단 : 김동준(성남FC·GK) 김민혁(사간도스) 오재석(감바 오사카) 권창훈(수원삼성) 석현준(트라브존스포르) 황의조(성남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