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신문로=김명석 기자] 내달 캐나다(11일·천안) 우즈베키스탄(15일·서울)전에 나설 축구대표팀 명단이 발표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내부경쟁 체제를 갖추겠다"고 말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31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5명의 대표팀 명단을 발표했다. 캐나다와의 친선경기는 25명으로 준비한 뒤, 우즈벡과의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23명으로 추린다는 계획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현재 대표팀은 양측 풀백과 공격수가 취약포지션”이라면서 “그래서 왼쪽 풀백을 3명, 공격수 3명을 각각 선발했다. 캐나다와의 친선경기를 통해 이들을 경쟁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본선 진출의 분수령이 될 우즈벡전에 대해서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시 상승세를 가져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당히 중요한 경기”라면서도 “아주 결정적인 경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5경기가 더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홈에서 더 이상 승점을 잃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이나 중동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대표팀 발탁과 관련된 논란에 대해서는 “내가 본 결과 그들이 단 한 번도 대표팀에 대한 사명감이 없거나 희생하는 모습을 안 보인 적이 없었다. 오히려 다쳤어도 대표팀에 오고 싶어했다”면서 “홍정호 한국영 등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불렀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슈틸리케 감독과의 일문일답.

▲명단 구성 배경은?

“처음으로 25명의 선수를 소집했다. 현재 대표팀의 취약포지션은 양측 풀백과 포워드, 3군데다. 그래서 왼쪽 풀백은 3명(박주호 윤석영 홍철) 포워드도 3명(이정협 황희찬 김신욱)을 선발했다. 캐나다와의 친선경기를 내부경쟁의 기회로 삼고, 우즈벡전을 앞두고 23명으로 줄일 계획이다. 예를 들어 박주호와 윤석영을 45분씩 뛰게 하면서 서로 비교할 생각이다. 이정협 황희찬도 마찬가지다. 이를 통해 내부경쟁 체제를 갖추겠다.

▲박주호, 윤석영의 경기력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나?

"박주호는 어려운 시기를 오랫동안 보냈다. 다만 최근 동료들의 부상으로 출전 기회를 받으면서 경기력을 체크했다. 윤석영은 소속팀 명단에는 들고 있다. 최근에는 컵대회를 통해 경기를 뛰었다. 경기를 뛰지 못하더라도 리저브 팀에서도 경기를 뛰고 있다는 부분을 확인했다. 어쨌든 경기는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파악했다.“

▲석현준, 권창훈의 제외 배경은?

“권창훈은 나뿐만 아니라 코칭스태프가 꾸준히 체크를 했다. 올림픽 이후 정상 컨디션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최근 2주에서는 컨디션이 상승세에 접어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대기명단에 포함시켰다. 대기명단은 언제든지 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는 선수라고 보면 된다. 석현준은 지난달 카타르전 전반전 활약을 보고 교체아웃을 시켰다. 그 이후로 소속팀으로 복귀한 뒤에도 경기에 못나오는 상황이다. 그래서 제외를 하게 됐다.”

▲우즈벡전 각오는?

“상당히 중요한 경기가 될 것이다. 다만 5경기가 더 남아있다. 아주 결정적인 경기일 것은 아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홈에서 더 이상 승점을 잃는 상황이 발생되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 경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4경기에서 2승1무1패를 기록했다. 물론 나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다. 그래도 이 경기를 이기면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중국에서 뛰는 중앙수비수들의 재발탁 배경은?

“중국이나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의 사명감이나 의욕이 떨어진다거나, 수준이 떨어진다는 논란이 있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내가 본 결과, 중국이나 중동에서 뛰는 선수들이 단 한 번도 사명감이 없거나 희생하지 않는 등의 모습을 보인 적이 없다. 오히려 다쳤어도 대표팀에 오고 싶어 하고, 뛰고 싶어 하는 모습들을 봐왔다.

예를 들면 홍정호는 카타르전 때 ‘본인의 날이 아니었다’는 것을 모두가 다 봤다. 부진한 활약을 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한 번 부진했다고 신뢰를 안 할 수는 없다. 계속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발탁했다. 한국영(알 가라파)도 이란전 전반전이 끝나고 교체했지만, 지난 2년간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고 열심히 뛰어줬다. 이런 부분들을 간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부르게 됐다.”

▲고민이라던 공격수에 이정협이 재발탁됐다.

“공격은 항상 플랜A와 B를 가동한다. 플랜B는 잘 안 풀렸을 때, (장신인)김신욱을 투입해서 경기를 하는 방법이다. 카타르전은 그게 잘 통했고, 이란전은 생각보다 잘 통하지 않았다.

부임하고 치른 32경기 중 30경기 기록들을 받아서 분석해보니, 2경기에서만 점유율에서 밀렸고 3경기는 비슷했다. 나머지는 모두 우위를 점했다. 물론 점유율이 높은 팀이 이기라는 법은 없다. 다만 내가 추구하는 철학은 공을 지배하면서 상대를 압박하고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등의 움직임을 통해 득점 기회를 만드는 것이 플랜A다.

그런 유형의 공격수를 찾다보니 이정협이 떠올랐다. 그는 상주상무시절 때, 아시안컵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최근 소속팀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체크가 됐다. 황희찬도 소속팀에서 최근 나오면서 결정력이나 움직임을 보여줬다. 플랜A를 가동시킬 수 있다고 봤다.“

▲이정협은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는데?

“공격수는 단순히 공격 포인트로도 평가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다른 방식으로 평가한다. 이 선수를 처음 불렀을 때는 상주에서조차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스타일의 선수였기 때문에 발탁했다. 울산에서는 많이 움직이고 열심히 뛰어주고 있지만, 기회 등이 잘 찾아오지 않아 득점은 많이 못하는 상황이다. 그래도 우리가 원하는 움직임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발탁하게 됐다. 25명의 선수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는 모르겠다.”

▲김창수나 최철순의 발탁 배경, 그리고 장현수 활용 계획은?

“김창수는 오래 함께 했던 선수다. 경험이나 실력으로 대표팀 수준을 끌어 올려줬으면 좋겠다. 최철순은 투지가 넘치고 적극적인 유형의 선수다. 이란전에 부족했던 부분인데, 이런 유형의 선수가 필요했다.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두 선수를 오른쪽 풀백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장현수는 중앙수비나 오른쪽 풀백을 활용할 것이다.”

▲전북 소속의 선수만 6명이나 발탁한 배경은?

“경기장 위에서 실력을 증명했기 때문에 발탁을 했다. 승점삭감이 아니었다면 전북은 4주 전에 우승을 확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심에 있는 선수들은 자신감도 있을 텐데, 그 분위기를 대표팀에 더해주고, 전력에 안정감도 심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차두리를 전력분석관으로 임명한 배경은?

“차두리 분석관의 합류에 찬반논란이 있는 것은 알고 있다. 지금 선임한 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그가 은퇴할 당시, 좋은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좋은 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지도자 자격증을 따기 위한 과정인 그에게 이런 경험과 시간들이 하나의 실습의 일환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2번째 이유는 지난 2년 간, 반드시 한 경기 한 경기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속에 경기를 치른 적이 없다고 인정한다. 대표팀 내부 소통에 대해서는 큰 문제가 없었다. 차두리는 분석관이기 이전에 얼마 전에 대표팀 생활을 마감한 선수다. 선수에 더 가까운 역할을 할 수 있다. 다른 나라, 다른 문화권의 가교 역할을 하는데 장점을 보여줄 수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한다는 얘기인지?

“나와 함께 일하는 모든 코칭스태프에게는 자율과 책임을 부여한다. 각자 맡은 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차두리 분석관은 전술적인 부분 등은 적은 영향력을 미칠 것이다. 반면 교감적인 부분에 있어서는 선수들이 느끼는 것을 나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해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미팅에서 강하게 얘기했을 때 선수들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훈련 상황에서 강도가 높을 때 어떻게 느끼는지 등을 가감없이 설명을 해주면, 서로 잘 조율을 해나갈 수 있다. 선수들에게는 늘 ‘내 방문은 열려 있으니 찾아오라’고 하지만, 한국 문화와 정서상 쉽지 않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래도 얼마 전까지 선수로 함께 뛴 차두리에게는 선수들이 다가서기가 쉬울 것이다. 그런 역할들을 기대한다.“

▲차두리의 기용은 기술위원회 추천인지?

“작년 차두리가 감동적으로 은퇴했다. 이게 시작이 되어 기성용, 구자철 등 대표팀에서 많이 뛴 선수들이 은퇴할 때도 비슷한 방식으로 은퇴하는 문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차두리를 분석관으로 선임한 것도 마찬가지다. 친분이나 독일어 소통 등보다는 앞으로 이런 모습들이 쭉 이어지도록 시작점이 되었으면 한다.

이용수 기술위원장이 먼저 제안했다. 고민도 없이 환영한다고 대답했다. 오래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가 대표팀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아직 코치 자격은 없어 논란이 있는 것은 알지만, 대표팀에 헌신하고 희생하고 모든 것을 바치겠다는 사람에게 과도한 비난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철학을 강조해왔다. 이번 명단에 담긴 철학은?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들을 개선하고, 이전에 보여줬던 좋은 모습들을 다시 보여줄 수 있는 부분들을 기대했다. 지금은 물컵에 물이 반 정도 차 있는 상황이다. 부정적인 시선들은 반 밖에 안 차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는 반이나 차 있고, 나머지도 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공을 지배하는 팀이 상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을 지배하면서, 문전에서 위협적인 장면이나 득점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다만 최근에는 코너킥조차 많이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다. 문전에서의 세밀함 등이 잘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이정협 황희찬의 합류로 이런 부분들이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이들을 불렀다.

공격적으로 상당히 강했던 경기, 특히 패스성공률이 높았던 경기에서는 수비 문제가 많이 나오지 않았다.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슈팅으로 마무리 지었다. 다만 빌드업 과정에서 패스미스가 많이 나오면, 상대의 역습으로 이어져 수비 조직력을 갖출 수 없다. 수비 문제는 근본적으로 패스미스에서 나온다. 다만 공격적인 부분을 개선하면 수비 문제도 나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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