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츠한국 울산=김명석 기자] 수원삼성에게 2016년은 ‘굴욕의 해’였다.

지난 5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더니, 시즌 내내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서조차 부침을 겪으며 결국 역사상 처음 하위스플릿으로 떨어졌다. 급기야 챌린지(2부리그) 강등에도 더 이상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로 내몰렸다. 구단 자존심에도 여러 모로 진한 생채기가 남았다.

투자 감소, 이로 인한 구단 정책 변화 등으로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은 데다가, 수비 집중력이나 뒷심이 부족해 스스로 경기를 놓치는 경우가 유독 많았던 것이 부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덕분에 늘 많은 팬들이 들어차던 수원월드컵경기장 관중수는 주말 5000명대로 뚝 떨어졌고, 서포터스는 “수원은 언제나 삼류를 거부해왔다”면서 구단을 향해 강한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그런 수원이 지난 굴욕들을 조금이나마 털어낼 천금 같은 기회를 손에 얻었다. 대한축구협회가 주관하는 FA컵 결승에 진출, FC서울과 ‘우승 타이틀’을 놓고 다툴 수 있게 된 까닭이다.

수원은 26일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현대와의 2016 KEB하나은행 FA컵 4강전에서 3-1로 역전승, 대회 결승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짜릿한 역전 드라마였다. 후반 35분까지 0-1로 뒤져 있던 수원은 후반 36분과 47분 조나탄의 연속골로 경기를 뒤집더니, 49분 권창훈의 쐐기골까지 더해 적지에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수원이 이 대회 결승에 오른 것은 지난 2011년 이후 5년 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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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승 상대는 ‘맞수’ FC서울이다. 서울은 같은 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부천FC1995와의 경기에서 1-0으로 승리, 결승에 진출했다. K리그를 대표하는 두 라이벌인 ‘슈퍼매치’가 FA컵 결승전을 무대로 펼쳐지게 된 셈이다.

다만 결승전 일정은 미정이다. 1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 2차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각각 개최될 예정이지만, 정확한 일시는 한국프로축구연맹과 대한축구협회의 협의가 필요하다. 아직 잔류를 확정하지 못한 수원이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인데, 수원 입장에서는 또 다른 굴욕이기도 하다.

그래도 FA컵 결승에 진출, 앞선 굴욕들을 털어낼 기회를 얻었다는 것 자체가 수원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K리그 클래식 잔류를 전제로, ‘라이벌’ 서울을 꺾고 대회 정상에 오른다면 값진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힘겨웠던 2016년을 보냈던 수원에게, 마지막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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