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현대-수원삼성의 FA컵 4강전이 열린 울산문수축구경기장. 전반전이 끝났는데도 텅 빈 관중석이 눈에 띈다. holic@sportshankook.co.kr
[스포츠한국 울산=김명석 기자] 울산현대와 수원삼성의 FA컵 4강전이 ‘썰렁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지면 탈락인 토너먼트의 특수성, 여기에 결승 진출 여부가 걸린 단판승부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팬들의 외면을 받은 셈이다.

경기 시작(오후7시30분) 1시간여를 앞둔 상황에서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 안팎은 매우 한산했다. 텅 빈 관중석은 킥오프가 가까워지기 시작한 뒤에야 조금씩 들어차기 시작했는데, 이마저도 양 팀 서포터스 혹은 학교나 기업 등 단체 관중들이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대회 4강전이라는 무게감을 고려한다면 ‘초라할 정도’의 분위기였다.

이날 문수경기장의 공식 관중수는 3015명이었는데, 이는 지난달 21일(수) 울산-성남FC전 1만2012명의 25% 수준이었다. 올 시즌 울산의 K리그 평일 평균 관중수(7242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FA컵에 대한 관심 혹은 대회 권위를 간접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같은 시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 부천FC의 또 다른 4강전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경기장에는 5843명이 찾았다. 올 시즌 서울의 K리그 평일 평균 관중수는 1만728명. 대회 4강전임을 감안한다면 진한 아쉬움을 지우기 어려웠다.

수원과 서울의 ‘슈퍼매치’가 FA컵 결승을 무대로 펼쳐진다는 점은 그래서 참 다행이다. 이날 수원과 서울은 각각 울산과 부천을 제치고 결승 진출권을 손에 넣었다. 두 팀이 FA컵 결승에서 만나는 것은 대회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K리그를 대표하는 두 팀의 라이벌전은 확실한 흥행카드다. 전장이 서울이든 수원이든 대부분 경기장을 가득 메울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그런데 두 팀이 ‘타이틀’을 걸고 결승에 만난다. 초라했던 FA컵 분위기는 적어도 결승전만큼은 크게 달라질 것이 분명하다. 두 팀의 결승 매치업이 반가운 이유다.

다만 주최측인 대한축구협회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 곤란하다. 이미 보장된 흥행은 서울과 수원의 라이벌 관계이기 때문이지, FA컵에 대한 관심 때문이 아닌 까닭이다. 4강전조차 썰렁했던 대회 분위기를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마침 찾아온 ‘슈퍼매치 결승전’은 FA컵 자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FA컵의 권위를 끌어올리기 위한 첫 걸음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축구협회 스스로 깊은 고민을 하지 않으면 FA컵은 내년 또 다시 ‘썰렁한 분위기’ 속에 치러질 수밖에 없다.

한편 FA컵 결승 1차전은 수원월드컵경기장, 2차전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정확한 일시는 미정이다. 수원의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가능성이 남아 있어 한국프로축구연맹과 축구협회간 협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회 우승팀에게는 3억원의 상금과 함께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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