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국내에서 FA컵은 다소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사실 FA컵은 아마추어와 프로를 총 망라해 최고의 클럽을 뽑는 단 하나의 대회이며 해외에서는 FA컵 우승의 가치가 상당히 크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이상하리만치 FA컵에 대한 권위가 크지 않았다. 그나마 AFC 챔피언스리그(ACL) 진출 티켓이 주어지니 관심을 가지는 대회로밖에 여겨지지 않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하지만 결승전을 늘 단판승부로 하다 홈 앤드 어웨이로 규정을 바꾼 올해 마침 결승전이 한국 축구 최고의 흥행카드 ‘슈퍼매치’로 결정됐다. FA컵 20년 역사상 최초로 결승에서 슈퍼매치가 열리는 이때 FA컵은 그동안 잃었던 권위 역시 함께 되찾을 절호의 기회를 맞이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26일 오후 7시 30분 서울과 울산에서는 나란히 2016 KEB하나은행 FA컵 4강전이 열렸다. FC서울은 홈에서 챌린지(2부리그) 5위를 기록 중인 부천을 상대했고 수원 삼성은 울산 원정을 떠나 울산 현대를 상대했다.

서울은 전반 7분만에 터진 데얀의 헤딩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기며 ‘칼레의 기적’을 꿈꿨던 부천의 반란을 잠재웠다. 수원은 전반 38분 울산 외국인선수 코바에게 페널티킥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후반 종료 10분을 남기고 거짓말같이 3골을 넣으며 3-1로 역전승했다.

결국 그토록 많은 이들이 열망하던 FA컵 결승 슈퍼매치가 성사된 것이다. 서울이 이기리라고는 많이 예상했지만 수원이 울산을 이렇게 극적으로 이기고 결승에 올라올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이번 결승전이 값지다.

그동안 FA컵 결승전은 2007년 한번,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열린 것을 제외하고는 모두 단판승부로 열려왔다. 그러나 올해부터 규정이 변경돼 결승에서는 홈 앤드 어웨이로 열리기로 했고 마침 슈퍼매치가 바로 이 첫 주자가 됐다.

FA컵을 주관하는 대한축구협회 입장에서는 싱글벙글 일수밖에 없다. 결승전을 한경기가 아닌 두경기로 치르기로 했는데 마침 그 경기가 슈퍼매치라니.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슈퍼매치는 한국 축구 최고의 흥행카드가 아닌가.

양 팀의 성적을 떠나 만날 때마다 늘 첨예한 대립이며 사건 사고도 많고 스토리도 풍부한 슈퍼매치는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아시아 최고의 더비다. 하필 이 경기가 FA컵에서, 그것도 두경기나 열리는 것이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FA컵 입장에서는 절호의 기회다. 예전부터 FA컵은 그 권위가 말이 아니었다. 예전에는 시즌 종료 후 2군선수들이나 나가는 대회 취급을 받았고 2005년 전북이 FA컵 우승 후 2006 ACL 우승을 차지하기 전까지만 해도 우승을 하면 ACL 출전 티켓을 줘도 큰 메리트가 없는 대회였다. 솔직히 팀들 입장에서는 2군 선수들 혹은 부족한 경기수를 채우는 대회로 밖에 여겨지지 않기도 했다.

하지만 2005년 전북 사례와 때마침 ACL의 중요성이 워낙 커지면서 FA컵의 위상은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그러나 여전히 ACL은 프로팀들에게는 ‘ACL 진출 티켓을 따는 대회’ 정도로 밖에 여겨지지 않는 현실이다.

이 현실을 타파할 기회가 바로 목전에 놓인 것이다. 슈퍼매치라는 최고의 흥행카드를 등에 업어서 이참에 FA컵의 권위와 위상을 살리고 홍보도 제대로 필요한 시점이다.

FA컵은 아마추어부터 프로팀까지 총 망라해 대회를 펼치는 유일한 기회의 장이다. 동호회 축구나 지역 중소팀은 FA컵 참가 그 자체가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프로팀들이나 일반인들에게는 그저 구색 맞추기 컵대회로 밖에 여겨지지 않고 있는데 이런 인식을 함께 날려버려야만 앞으로 FA컵이 권위를 가지고 대회 운영을 해나갈 수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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