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울리 슈틸리케(62·독일) 축구대표팀 감독의 그동안의 선수 선발을 보면 확실한 원칙이 하나 있다.

슈틸리케(왼쪽)와 정조국. 스포츠코리아 제공
바로 1985년 이전 출생자(1985년생 미포함)들은 대표팀에 뽑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스포츠한국에서는 슈틸리케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이후 모든 명단을 조사한 결과 1985년 이전 출생자가 발탁된 경우는 딱 세 가지를 제외하곤 없었다. 곽태휘(1981년생)라는 예외, 염기훈(1983년생)과 권순태(1984년생)의 특이경우, 그리고 2015 아시안컵이었다.

2015 아시안컵 이전까지 대표팀은 짧은 시간내에 아시안컵에서 성적을 내야하는 팀이었기에 노장인 차두리(1980년생)를 활용했고 이동국(1979년생)도 어떻게 해서든 쓰려고 했던 슈틸리케다.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아시안컵 종료 후에는 1985년 이전 출생자들은 웬만하면 제외했다. 곽태휘만 예외적으로 슈틸리케는 지속적으로 발탁했는데 이는 수비진의 리더로서 그가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2015년 6월 예외의 경우가 나왔다. 염기훈(당시 만32세)을 발탁한 것.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밝혔듯 “K리그에서 너무나도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염기훈을 지속적으로 쓰겠다기보다는 염기훈을 통해 ‘K리그에서 잘하면 대표팀에 올 수 있다’를 보여주기 위함이었던 발탁이었고 실제로 그 이후 염기훈의 발탁은 없었다.

권순태(1984년생)도 뽑히긴 했지만 나이가 들어도 필드플레이어에 비해 기량 차이가 크지 않은 골키퍼 포지션이었다. 또한 라오스-미얀마와 같은 최약체와의 경기에만 활용하며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다.

즉 슈틸리케는 1985년 이전 출생한 필드플레이어(혹은 권순태를 제외한 골키퍼도 포함)는 의도적으로 배제해왔다고 말해도 토를 달기 힘들 것이다. 나름의 원칙을 세운 것이다. 그렇기에 아시안컵 이후 이동국이든 박주영이든, 아님 다른 노장선수들에 대한 발탁 요구가 있어도 슈틸리케는 철저히 외면했다.

▶2018년에 맞춘 대표팀… 34세는 기량 유지 힘들다?

그 이유는 현재의 대표팀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겨냥한 팀이기 때문이다. ‘국가대표’란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선수 중 가장 축구를 잘하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2018년까지 지속적으로 기량을 유지하기 힘든 나이로 여긴 1985년 이전 출생자는 철저하게 배제해왔다.

차두리를 중용했던 슈틸리케. 대한축구협회 제공
실제로 1984년생이면 2018년에 만 34세가 된다. 슈틸리케 감독은 만 34세 정도면 정상적인 기량을 유지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즉 1985년생은 한국 대표팀에 뽑힐 수 있는 마지노선의 나이였다.

▶정조국 지켜보는 슈틸리케, 원칙 깰까

하지만 11월 A매치를 앞둔 현재 변화가 감지된다. 슈틸리케 감독이 광주FC의 경기를 자주 찾고 있는 것. 바로 1984년생인 정조국(광주FC)때문이다.

정조국은 28경기에서 18골을 넣어 현 K리그 클래식 득점 1위다. 아드리아노(FC서울), 레오나르도(전북 현대)와 같은 쟁쟁한 외국인 선수와 경쟁해 토종 공격수가 득점 1위를 지키고 있다는 것만으로 훌륭하다. 현재 정조국은 모든 면에서 청소년대표팀 시절 주목받았던 기량 그 이상을 보여주며 축구인생에 뒤늦은 전성기를 맞았다.

마침 기존 대표팀 공격수인 석현준이 터키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고 김신욱 정도를 제외하고는 딱히 대표팀 최전방에 눈에 띄는 인물도 없다. 정조국의 발탁 가능성이 현실적인 이유다.

초점은 슈틸리케 감독이 그동안 고수해왔던 원칙을 깨느냐다.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1985년 이전 출생자는 뽑지 않았던 슈틸리케가 이번에 정조국을 뽑는다면 그것이 기존 정책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지 현재 위기에 몰린 자신의 처지를 빠져나오기 위한 임시방편일지도 궁금하다.

연합뉴스 제공
▶원칙보다 중요한 ‘살아남기’

두부 자르듯 반듯하게 1985년생 이전 선수들을 대부분 제외해왔던 슈틸리케 감독. 하지만 이 원칙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진출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 하지만 당장 월드컵 진출이 힘든 상황에서 원칙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남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원칙이 옳은 것인지도 의문이다. 딱 나이에 맞게 선수들이 함께 노쇠화 되진 않는다. 이동국 같이 나이가 들어도 기량이 더 뛰어난 선수가 있는 반면 어떤 선수는 30대가 되는 순간 급격히 기량이 쇠퇴하기도 한다. 만약 2018년이 됐을 때 1985년 이전 출생자 중에 누가 봐도 특출난 선수가 있다면 뽑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11월 캐나다-우즈베키스탄전에 나설 대표팀 명단은 오는 31일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이 명단에서 슈틸리케의 기존 원칙은 어떻게 변화할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스한 이슈人 : 바로 이 사람이 이슈메이커. 잘하거나 혹은 못하거나, 때로는 너무 튀어서 주인공이 될 만한 인물을 집중 조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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