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제공
[스포츠한국 인천=김명석 기자] 반전은 없었다. 인천현대제철이 여자축구 여왕의 자리를 4년 연속 지켜냈다.

최인철 감독이 이끄는 인천현대제철은 24일 오후 7시 인천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IBK기업은행 2016 WK리그 챔피언결정 2차전에서 4-0 대승을 거뒀다. 앞서 지난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인천현대제철은 챔피언결정전 전적 1승1무로 정상에 우뚝 섰다. 전무후무한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4연패를 달성한 인천현대제철은 여자축구의 명실상부한 최강팀의 입지를 다시 한 번 다졌다. 이천대교는 3년 연속 준우승.

▶출사표 : 최후의 일전 앞둔 두 사령탑 “느낌 좋다“

- 최인철 인천현대제철 감독 : "잘했던 부분들, 그리고 우리의 강점을 살리려고 노력했다. 실수를 적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냉정하게 좋은 경기를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우린 현대제철이라는 자부심을 강조했다. 즐기면서 4연패를 하자고 이야기해줬다. 감도 좋고, 기분도 좋다."

- 박남열 이천대교 감독 : “이겨야 된다. 이제는 얘기를 안해도 선수들이 잘 알 것이다. 잘 해줄 것이다. 선수들에게는 오늘 마지막 경기를 멋지게 잘하자고 이야기해줬다. 초반에 잘하면, 가면 갈수록 좋아질 것이다. 느낌이 좋다.”

인천현대제철-이천대교 선발 라인업. 그래픽=김명석
▶선발라인업 : 현대제철 1차전 ‘그대로’, 이천대교는 3명 교체

홈팀 인천현대제철은 지난 1차전과 동일한 선발 라인업을 들고 나왔다. 비야를 필두로 이민아와 유영아 따이스가 2선에 포진했고, 이세은과 이영주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다. 장슬기와 김도연 김나래 김담비가 수비라인을, 김정미가 골문을 각각 지켰다. 최인철 감독은 “1차전에서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라인업을 유지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맞선 이천대교는 외국인 공격수 대신 이현영을 최전방에 두는 변화를 택했다. 2선에는 박지영이 김상은 대신 투입돼 이은지 문미라와 호흡을 맞췄다. 김아름 대신 지선미가 중원에 포진한 것도 1차전과는 달랐다. 이은미와 심서연 박은선 이세진으로 이어진 수비라인은 유지됐다. 골키퍼 장갑은 1차전에서 맹활약한 전민경이 꼈다.

▶전반전 : 팽팽했던 탐색전, 전반 25분 깨진 균형

경기 초반부터 팽팽한 탐색전 양상으로 흘렀다. 두 팀 모두 안정에 무게를 둔 채 상대의 빈틈을 찾았다. 득점 기회는 인천현대제철이 먼저 만들었다. 전반 9분 김담비의 슈팅은 골대 위를 벗어났고, 전반 16분 유영아는 절묘한 오버헤드킥 트래핑에 이은 오른발 슈팅을 선보이며 팬들의 박수를 이끌어냈다.

전반 23분 변수가 발생했다. 이천대교 수비수 박은선이 비야를 막기 위해 태클을 하다 부상을 당해 그라운드 밖으로 나갔다. 박은선이 빠져 있는 변수는 두 팀의 희비를 갈랐다. 이세은의 코너킥을 김나래가 헤더로 연결한 공을 골키퍼가 쳐내자, 비야가 이를 마무리했다. 이후 이천대교는 부상으로 빠진 박은선 대신 이은혜를 투입했다.

기세가 오른 인천현대제철은 4분 만에 점수차를 더 벌렸다. 미드필드 오른쪽에서 올라온 따이스의 프리킥을 유영아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팽팽했던 전반 초반과 달리, 기세가 단번에 기울기 시작했다.

벼랑 끝에 몰린 이천대교는 김상은과 썬데이를 차례로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전반이 채 끝나기도 전에 4장 중 3장의 교체카드를 썼다. 다만 좀처럼 반전의 포인트를 잡지는 못했다. 전반전은 인천현대제철이 2-0으로 앞선 채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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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전 : 비야 연속골, 기울어버린 승기

인천현대제철은 거침이 없었다. 후반 6분 역습 상황에서 수비 뒷공간으로 흐른 공을 비야가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 3-0으로 앞서가기 시작했다. 상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추가골이었다.

내리 3골을 내준 이천대교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껏 기세가 오른 인천현대제철은 수비지역의 집중력마저도 높았다. 거듭된 이천대교의 공격은 번번이 인천현대제철 수비에 의해 무산되거나, 김정미 골키퍼에 의해 막혔다.

다만 후반 20분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따이스가 퇴장을 당해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3골 차로 뒤진 이천대교가 수적인 우위 속에 반격의 실마리를 찾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이천대교의 공격은 좀처럼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리고 후반 34분, 오히려 인천현대제철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앞서 2골을 터뜨렸던 비야가 역습 상황에서 수비수를 제친 뒤 자신의 3번째 골이자, 사실상 경기를 마무리짓는 골이었다. 이후 주심의 종료 휘슬과 함께 경기는 인천현대제철의 4-0 승리로 막을 내렸다.

▶경기종료 : 올해도 어김없이, 여왕의 자리는 인천현대제철

이날 우승으로 인천현대제철은 지난 2013년부터 이어온 여왕의 자리를 4년 연속 지켜냈다. 올해 포함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을 모두 정상에 오르는 전무후무한 ‘통합 4연패’의 위업도 달성했다. 동시에 통산 4번째 별을 달면서, 이천대교(3회)를 제치고 WK리그 최다 우승팀의 영예도 안았다. 반면 ‘올해는 다를 것’이라던 이천대교는 또 다시 인천현대제철의 벽을 넘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천대교는 고양대교 시절이던 지난 2014년부터 3년 연속 인천현대제철에 밀려 준우승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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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한 이슈人] ‘해트트릭’ 비야, 인천현대제철 ‘V4' 이끌다

인천현대제철의 최전방 공격수 비야의 해트트릭이 인천현대제철의 ‘V4'를 이끌었다. 이날 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비야는 전반 중반 팀의 선제골에 이어 후반 연속골까지 터뜨리며 날아올랐다.

문전에서의 집중력,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 결정력이 두루 빛났다. 전반 24분 코너킥 상황에서는 골키퍼가 쳐낸 공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6분에도 역습 상황에서 이어진 기회를 넘어지면서 왼발 슈팅, 추가골을 쏘아 올렸다. 후반 34분에는 역습 상황에서 상대 수비를 무너뜨린 뒤 해트트릭을 완성했다.

3 골 모두 의미가 컸다는 점에서 더욱 값진 활약이었다. 선제골은 팽팽했던 경기 흐름을 가져오는 중요한 골이었고, 팀의 3번째 골은 상대의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한 방이었다. 수적 열세에 몰린 상황에서 터뜨린 마지막 골은 이날 승부에 쐐기를 박았따. 비야의 WK리그 챔피언결정전 역사상 첫 해트트릭과 함께, 인천현대제철은 'V4'의 영예를 안았다.

▶[스한 스틸컷] 박은선의 부상, 두 팀을 관통한 ‘변수’

전반 중반 박은선의 부상은 두 팀의 운명을 좌우한 결정적인 변수였다. 전반 중반까지는 두 팀 모두 팽팽한 기싸움을 펼쳤다. 인천현대제철이 득점 기회를 만들기는 했지만, 이천대교의 수비는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 챔피언결정전다운 긴장감이 흘렀다.

그러나 전반 23분, 이천대교의 중앙 수비를 지키던 박은선이 부상을 당했다. 비야를 막기 위해 슬라이딩 태클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쓰러졌다. 고통을 호소하던 박은선은 결국 그라운드 밖으로 빠져 나갔다. 이천대교는 수적 열세, 특히 수비지역에 높이를 더해줄 박은선의 부재 속에 플레이를 이어가야 했다.

인천현대제철은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세은의 코너킥을 김나래가 헤더로 연결했고, 이를 골키퍼가 쳐낸 공을 비야가 마무리했다. 기세가 오른 인천현대제철은 4분 뒤 점수차를 벌렸다. 따이스의 프리킥을 유영아가 헤더로 연결했다. 박은선이 빠지면서 이천대교 수비진의 무게감이 단번에 줄었다. 두 팀의 희비도 단번에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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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기자회견

- 박남열 이천 감독 : “1년 동안 잘 왔는데, 아쉽게 끝났다. 부족한 한계를 느꼈다. 수비나 공격 모두 아쉬웠다. 특히 스트라이커는 결정적인 부분에서 부족함이 드러나지 않았나 싶다. 매번 우리가 실패할 때도 그런 면이 반복되어 왔다. 시즌 중에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챔프전에서 드러나서 아쉽다.”

- 최인철 인천 감독 : “통합 4연패를 최초로 이뤄내서 기분이 좋다. 구단의 지원책이 좋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1년 동안 고생이 많았고, 고맙다고 전해주고 싶다. 전가을, 조소현 등이 팀을 떠나 전력에 차질이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새로 합류한 선수들이 잘 메워줬다. 리그 전체적인 수준은 향상이 됐다. 안주할 수는 없다. 더 노력해야 한다. 여자축구에 대한 지원이 계속 이어져야 함께 발전할 수 있다.”

▶경기정보

- 인천현대제철 4 : 김정미(GK) - 장슬기 김도연 김나래 김담비(89‘임선주) - 이세은 이영주(84‘김혜리) - 이민아(74‘박희영) 유영아(68‘정설빈) 따이스 - 비야

- 이천대교 0 : 전민경(GK) - 이은미 심서연 박은선(26‘이은혜) 이세진(54’서현숙) - 권은솜(37’썬데이) 지선미(31’김상은) - 이은지 박지영 문미라 - 이현영

- 득점 :비야(전24분, 후6분, 후34분) 유영아(전27분·이상 인천현대제철)

*스한 리뷰 : 스포츠한국 기자들이 현장에서 전하는 종합기사. 여러 기사 볼 필요 없이 이 기사 하나면 날카로운 경기분석부터 현장의 코멘트까지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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